검찰, 기자 개인 통화내역까지 증거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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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자 개인 통화내역까지 증거 제출
정수장학회 첫 공판…최성진 기자 “취재원 보호·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 제기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3.02.21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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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한겨레> 기자가 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계획을 보도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MBC가 작년 10월 16일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부(판사 이성용)는 21일 오전 공판을 열어 증거제출 자료 및 증인 신청 등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피고인(최성진 기자)측은 “검찰이 증거자료로 채택해 재판부에 제출한 최 기자의 통화내역과 취재수첩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최 기자를 비롯한 제보자들의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검찰의 과잉 수사를 지적했다.

▲ 최성진 <한겨레> 기자가 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최 기자의 통화기록은 지난 2012년 1월 1일부터 <한겨레>가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보도를 내보낸 시점인 지난 2012년 10월 15일까지 약 10개월 간으로 약 3000여 건에 달한다. 이 통화내역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통화내역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통화한 내용까지 전부 포함돼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8일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이 만나 정수장학회의 MBC 등의 언론사 지분 매각 관련해 논의한 대화를 녹취해 10월 13일과 15일에 걸쳐 <한겨레> 온라인판과 지면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대화에는 대선을 앞두고서 언론사의 지분을 매각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의 등록금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커졌다.

이날 피고인 측은 “통화기록에는 발신지와 상대방의 전화번호 등의 내역이 그대로 드러나 피고인의 동선을 노출시킨다. 이는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 및 제보자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돼 (검찰의) 해당 자료의 제출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측은 “통화기록에서 4자 간 통화내용만 남기고, 사건과 무관한 부분은 지워서 다시 증거자료로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기자도 “해당 통화내역에는 제보자들의 정보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사실을 제보자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불쾌하겠느냐”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피고인은 최필립 이사장 등이 비공개로 진행한 대화를 1시간 47초 간 청취 및 녹음했고, 녹취 내용을 실명 보도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최 이사장과의 어떤 관계인지, 사전에 녹음에 대한 동의를 구했는지를 알기 위해 증거를 수집했다”며 “(증거로 제출된) 통화 기록은 재판부에서만 보는 것일 뿐 증거로서의 신빙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증거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피고와 원고 간 입장을 다투자 해당 통화내역 가운데 사건과 무관한 통화기록은 ‘***’으로 처리한 뒤 공판 기일 전까지 검찰에 해당자료를 넘겨 검토하기로 했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해 재판부에 제출한 최 기자의 취재수첩의 경우에도 사건과 관련된 부분만을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날 피고인 측은 회동 당사자들이 특정 후보를 도와주자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을 출석시켜 경위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 측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키로 했다.

한편 다음 공판은 내달 1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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