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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돼요”

[인터뷰] MBC ‘일밤-아빠 어디가’ 김유곤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3.02.25 11: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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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가 되면 안방을 훈훈하게 만드는 아이들이 찾아온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는 지난달 6일 첫 방송부터 다섯 아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다섯 아빠들의 각기 다른 ‘아빠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아빠 어디가’의 중심은 아빠와 아이다. 아이들에게 보통의 아빠는 주중엔 일하느라 바쁘고 주말엔 자느라 바쁘다. 아빠들에게 아이는 어렵다. 무엇을 하며 놀아줘야 할지, 무슨 말을 할지 어렵기만 하다. 대한민국 보통 아빠와 아이의 관계다. 그래서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에게 단 둘이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 김유곤 PD ⓒPD저널
아빠와 아이의 어색했던 관계의 탈출구이자 침체됐던 <일밤>의 구원투수가 된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를 지난 18일 고양 MBC드림센터에서 만났다.

MBC 예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 속에서 MBC 대표 예능이자 장수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던 <일밤>도 잦은 코너 교체 등 몸살을 앓았다. ‘아빠 어디가’가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호평과 인기를 얻으며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아빠와 아이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바라보는 이 시대 ‘아빠’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획된 ‘아빠 어디가’는 사실 아이와 단 둘이 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김 PD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제 나이 또래 아빠들은 대부분 근엄하고 가부장적인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빠들이에요. 그러다보니 아빠들은 시간이 갈수록 가정에서 소외되고 아이들도 크면 아빠랑 대화하지 않으려고 하죠. 사실 아빠들은 아이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고민을 많이 해요.”

그렇게 아빠와 아이만의 ‘여행’을 떠나게 됐다.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을 밀착해서 관찰해보니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이 하나 둘 발견됐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 친구가 돼 시골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작은 모험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과연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시골은 낯설고 불편할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 모든 걸 이겨내며 성장하고 있어요.”

‘아빠 어디가’에 모인 다섯 아빠와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2주에 한 번씩 1박 2일 여행을 떠나며 조금씩 어색함을 지워나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김 PD는 집에 있는 아들이 떠오른다. “아들이 매번 촬영에 따라오고 싶다고 그래요. 아이들이 장보는 모습을 볼 때 내 아이도 과연 할 수 있을지 궁금하죠. 밤에 아빠랑 아이가 있는 모습을 볼 때에는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돼요.”

   
▲ MBC <일밤-아빠 어디가> ⓒMBC 화면캡처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아빠와 아이가 요즘엔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 둘이 걸으면서도 말이 없던 성동일 부자는 지금은 아들이 아빠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칠 정도로 친해졌다. 김 PD는 “2회 방송을 보면 성동일씨가 준이와 단 둘이 길을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성동일씨 말로는 아들과 그렇게 걸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빠와 아이의 어색함만큼 아빠들끼리도 처음에는 어색해했다. 지금이야 서로 친해졌지만 아이들이 만나자마자 친해진 것과는 달리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복잡한 계산을 안 해요. 어른들은 예능 프로그램인데 대본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많으니 쉽게 친해지기 어렵죠. 그런데 다큐멘터리처럼 촬영 자체가 길다 보니 어느 순간 포기하는 거죠. 김성주씨도 어느 순간 진행멘트가 사라지며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빠들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김 PD는 여전히 힘들다. MC도 없고 대본도 없다 보니 1박 2일 촬영 기간 내내 출연진을 따라다니며 찍어야 한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자들을 계속 지켜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하다 보니 스태프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아이들 컨디션도 촬영의 변수 중 하나다. 아이들 컨디션에 따라서 제작진이 준비한 기본 구성들을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김 PD는 “그냥 찍는다고 하면 편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통의 예능처럼 이 정도 찍으면 어느 정도 나오겠다는 기준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스태프들의 피로와 고생이 엄청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어진 대본이나 세부적인 틀이 없다보니 편집에도 당연히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야기 자체를 잘 다듬고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일주일 내내 시간에 쫓겨요. 예능 프로는 웃음 포인트, 웃긴 멘트 중심으로 편집하는데 이건 그런 것도 없고 아이들과 아빠의 모습을 그냥 쭉 찍는거라 처음엔 편집했다가 다시 다 고쳤어요.”

사실 촬영과 편집보다 김 PD를 더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인기를 얻을수록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다. 대중의 반응과 변화에 따라 아이들이 받게 될 상처도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아빠들도 처음엔 아이들이 방송에 노출되는 걸 꺼려 출연제의를 거절했었다. 지금도 아빠들은 촬영 때마다 아이들에 관해서 김 PD와 이야기를 나눈다.

   
▲ MBC <일밤-아빠 어디가> ⓒMBC 화면캡처
“아빠들은 아이들이 방송에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받거나 사람들에 대한 회의감, 인기가 식었을 때의 공허함 등을 걱정해요. 아이들 인터뷰를 금지하거나 자신들이 출연한 방송을 보여주지 않는 건 제작진과 아빠가 함께 하는 노력인 거죠.”

제작진이나 아빠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등 언론과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윤)후앓이’, ‘준수앓이’ 등의 단어를 통해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인기가 커진 만큼 김 PD의 부담감도 커졌다. “사실 시작할 땐 부담이 없었는데 <일밤>을 살렸다는 이야기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부담이 돼요. 지금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도 돼요. 프로그램 특성상 방송이 재미가 없다고 인위적으로 재미를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러나 아직 시작인만큼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통해 아빠를 이야기한다는 본래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의 순수성을 유지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도 김 PD에게 주어진 과제다.

“예능인만큼 시청자분들은 물론 출연 중인 아이들에게도 ‘아빠 어디가’가 재밌고 행복한 기억이 됐으면 해요. 그 와중에 시청자분들이 내 집과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더 좋겠어요.”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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