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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문제는 언론장악의 뿌리”

[인터뷰] 한홍구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방연주 기자l승인2013.03.04 15: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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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 지난달 25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정수장학회엔 여전히 ‘장물’ 논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장물’ 논란의 핵심엔 언론장악 문제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김지태씨가 세운 부일장학회 지분을 강탈하는 과정에서 MBC, <부산일보> 등 언론사 지분을 뺏었고, 그 결과 현재까지도 정수장학회가 이들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요구에 앞장서고 있는 한홍구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성공회대 교수)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이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언론 바로세우기’에 대한 의지를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직후 기자와 만나 “언론장악 문제를 역사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산일보>가 4·19 혁명을 주도하자 언론장악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를 위해 민간재산(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을 빼앗아 언론장악에 나섰다. 정수장학회 문제의 핵심이 바로 언론장악 역사 청산에 있는 이유다.”

   
▲ 한홍구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성공회대 교수)ⓒPD저널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이 같은 요구는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 특히 공영방송의 지분까지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박 대통령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의도 여하를 떠나 많은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수장학회는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그리고 <경향신문> 부지 등을 소유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정수장학회에 ‘박근혜 대통령의 그늘’이 여전히 드리워진 상황에서 이사진 개편 등 변화의 물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언론장악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수장학회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에 간접적으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5년 10여년 간 맡아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고,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0월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 헌납에는 강압성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현 이사진의 면면을 따져보면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위원장은 “MBC는 김재철 사장에 의해 철저히 망가져 수많은 해직자가 생겼고 언론사로서의 자부심도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MBC의 주식 30%를 지닌 정수장학회와 현직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부작용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MBC에서 김재철 사장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우려를 기우로 볼 수 없는 것은 그간 정수장학회가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 등의 훼손과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최필립 이사장은 MBC 경영진과 만나 언론사의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등 MBC 민영화에 불을 붙였고,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의 경우 정수장학회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다 해고됐다.

한 위원장은 언론장악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정수장학회의 이사진 개편을 제기했다. 그는 “유족 대표, 학계, MBC와 <부산일보>등 언론사 구성원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새 이사회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사회를 새로 구성함으로써 공익재단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주문했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고삐를 잡고 있는 박 대통령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본인 스스로를 비롯해 MBC, <부산일보>의 구성원과 시청자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언론사들의 제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껏 언론사들은 정수장학회를 제대로 이슈화하지 못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겨레>와 <경향신문>, 미디어비평지 등조차 뚝심이 부족했다”며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정수장학회의 MBC의 지분 매각 논의가 보도됐을 때,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제대로 짚어주질 않았다. 언론사로서 분명히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수장학회 공대위의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한 위원장은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그는 “공대위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뒤 “‘장물’은 백년이 지나도 ‘장물’이고,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일은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사회 환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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