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MBC ‘김현희 특별대담’ 의결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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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MBC ‘김현희 특별대담’ 의결 보류
“유가족에게 상처준 분풀이” “테러 미화 아니냐”…의견 엇갈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03.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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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지난 1월 방송된 MBC의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 특별대담에 대한 심의를 벌였지만 여야 위원 간의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의결을 보류했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KAL기 폭파범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공정성과 객관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된 MBC <특별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의 관계자 의견 청취와 심의를 진행했다.

지난 1월 15일 긴급 편성된 김현희 특별대담은 방송 이후 편성 절차와 사고 유가족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김현희씨의 일방적인 입장 전달로 후폭풍이 일었다.  

▲ 지난 1월 15일 방송된 MBC 특별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
대담을 담당했던 박상후 MBC시사제작1부장은 이날 방송심의소위에 출석해 “김현희씨가 사죄의 변을 밝혔고, 25년 동안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며 “객관적 사실을 오도하지 않았고, 테러를 미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담을 기획하게 된 의도에 대해선 “25년이 지난 일이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을 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선 김현희 특별대담의 제재 여부를 놓고 ‘문제가 없다’는 여당측 위원들과 법정제재가 필요하다는 야당측 의원들로  입장이 나뉘었다.  

야당 추천의 김택곤 상임위원은 “공영방송에서 한 사람을 초청해 대담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데, 대담을 보면 70분 동안 김현희씨의 분함을 토로하는 자리였다”며 “이는 KAL기 폭파로 숨진 115명의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은 “KAL기 폭파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차치하고라도, 대담 내용 중 김현희씨가 유가족 대표를 만나 사죄를 했다고 말했는데 유가족 중에 김 씨를 만난 이들은 극히 일부”라며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상후 부장은 “유가족의 의견은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그분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방송에서 들어볼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장낙인 위원은 김현희 씨가 2003년 ‘KAL기’ 의혹을 다룬 <PD수첩>과 관련해 “내가 가짜라는 여론몰이를 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장 위원은 “당시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를 한 심재환 변호사는 유가족을 대리하고 있었고, 사건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김현희는 진짜다’는 국정원 직원의 반론도 담겼고, <PD수첩>제작진도 방송 말미에 유가족의 의문에 대해 김현희가 답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대담을 제작하기 전에도 당시 <PD수첩>을 봤는데, 가짜라고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가짜라는) 뉘앙스가 농후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3년 방송된 <PD수첩>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셈이냐”는 김택곤 위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사실상 김현희 대담이 <PD수첩> ‘사과방송’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김현희 특별대담’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프로그램 전체를 보면 ‘가짜 김현희 논란’에 비롯한 각종 의혹을 질문을 통해 검증하는 식으로 진행이 됐다”며 “일방적으로 김현희의 주장만 들으려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엄광석 위원도 “대담에서 객관적 사실을 오도했다는 부분이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고, 김현희씨가 테러행위를 미화한 적도 없다”며 “누구를 출연시킬 것이냐, 몇 명을 출연시킬 것이냐는 언론사의 몫이고, 그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성희 위원 역시 “이 대담은 'KAL기 폭파의 진실을 규명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핵심 당사자의 생생한 증언을 듣는 데 목적을 둔 프로그램”이라며 “2003년 <PD수첩>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때 제기된 의혹과 사안을 다루는 게 언론의 사명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권 측 위원들이 모두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한 상태에서 여야간 의결 여부를 놓고 설전이 오갔다. 야당추천 위원들이 전체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다음주에 열리는 방송심의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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