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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of One

고정적 기명칼럼을 맡아야 한다는 건 참으로 곤혹스런 일이다. 개인의 신변잡기를 나열할 수도 없고, 딱딱한 주장을 계속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이 첫 번째 칼럼이라 무슨 얘기부터 해야할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저 편하게 읽고 한번쯤 생각하는 공간이라면 무난하리라 생각을 바꾸었다.그래서 이 칼럼의 첫회를 영화얘기로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감독과 그의 작품들, 배우 이름을 줄줄 외고 비평까지 가능한 광들이 많은데, 소일거리로 간혹 영화를 보는 나로선 주제넘은 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든 대화 중 즐겨 입에 올리는 영화 몇 편쯤은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John G. Avilsen 감독의 ‘The power of one’이다. 영화의 무대는 194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일찍 부모를 잃은 영국계 소년 P.K.는 피아니스트인 독일인 교수 독(Doc)을 만난다. 그는 전쟁 중에 손자를 잃고, 나치로부터 추방당한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다. P. K.는 그와 생활하며 자연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 독 교수가 감옥에 갇히고, 그와 함께 생활하게 된 P.K.는 그곳에서 악랄한 ‘아파르트헤이트’의 인종차별정책속에서 처참하게 생활하고 있는 흑인죄수들의 삶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에게 권투를 가르치는 흑인 질(Geel)을 통해 흑인 사회를 이해하게 되고, 흑인들은 P.K.를 자신들을 구원할 전설 속 인물로 인식한다.전쟁이 끝날 무렵 독 교수는 감독관 방문을 환영하는 콘서트를 허락 받지만 사실은 감옥관리들의 폭압을 고발하고 흑인끼리의 단결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독 교수와 P.K.에 의해 합창곡이 만들어지고, 하모니와 힘을 갖춘 콘서트로 흑인들은 하나가 된다. 그러나 질은 사실을 알아낸 간수의 손에 의해 의해 죽음을 당한다.장소를 옮겨 요하네스버그. 18세의 P.K.는 옥스퍼드대학 입학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권투시합 중 여전히 그를 신화적인 인물로 여기는 흑인들의 합창을 듣는다. 흑인 두마(Duma)와의 비밀 권투시합을 계기로 그는 흑인들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지하학교는 폐쇄되나, P.K.는 자신이 가르친 내용이 흑인들 사이에 전파되고 있는 현장을 보고 감동한다.다시 학교가 열리고 습격한 경찰에 의해 사랑하는 마리아(Maria)가 사망하지만, P.K.는 옥스퍼드 입학도 포기한 채 흑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The power of one’은 백인에 의해 주도되는 흑인인권운동이라는 지극히 백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한사람의 힘이 사회운동의 계기가 되고 그 결과 세상이 바뀌어가는 과정, 그리고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흑인음악을 절묘하게 소화해낸 한스 짐머의 음악이 어우러져 감동을 자아낸다.이제 우리를 보자. 시청률경쟁에 내몰려 기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 위협받는 건강, 급변하는 세상을 느낄 여유조차 없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정, 그리고 재충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조차 없는 현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여전히 미래에 대한 희망이 필요하다. 내 한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방송 50년, PD연합회 창립 10주년.광활한 아프리카 자연을 배경으로 평화와 자유를 갈구하며 부르던 흑인들의 합창소리와 어우러져, 자신의 존재를 확신했던 P.K.의 영화속 대사가 다시 들린다.“거대한 폭포도 한방울의 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A waterfall starts with only a single drop of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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