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보다 무서운 정부와 언론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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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미래’ 연출한 이홍기 독립 PD

▲ <후쿠시마의 미래>를 연출한 이홍기 PD. ⓒPD저널
2년전 일본을 뒤흔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이웃나라의 대형사고쯤으로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이 재앙은 일본인들에겐 현재진행형이다.

사고지점으로부터 수십㎞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방사능 공포는 일상이 됐다. 원전사고는 일본 사회와 일본인들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일과 10일 아리랑TV와 OBS를 통해 방송된 <0.23 마이크로 ㏜(시버트)-후쿠시마의 미래>(이하 <후쿠시마의 미래>)는 일본인 17명이 1986년 대재앙의 진원지가 됐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일본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조사단은 폐허가 된 체르노빌 현장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확인했다.

<후쿠시마의 미래>를 연출한 이홍기 독립PD는 조사단과 동행하며 원전사고로 달라진 일본인들의 삶과 방사능 피폭의 실체와 마주했다.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 PD는 “매일 차를 마시고 아이의 등교를 돕던 일본인들의 평범한 아침 풍경이 원전 사고 이후에는 눈을 뜨자마자 선량계로 방사능 수치를 확인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취재 과정에서 목격한 일본인들은 불안을 넘어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인들이 겪는 공포심의 근원은 피폭의 후유증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현재의 일본을 가리키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는 말에는 피폭의 후유증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다는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다. 조사단을 26년전에 원전 폭발이 있었던 체르노빌로 이끈 이유이기도 했다.

이 PD는 “국내 취재진으로는 처음으로 찾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며 “26년이 지났는데도 방사능 선량이 기준치의 200~300배를 넘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사고와 암 발병과의 역학관계가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체르노빌의 경우 비오염지역도 거주민의 암발생율이 높게 나왔다”며 “일본에선 그 피해가 당장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머지않아 후쿠시마도 피폭의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PD가 <후쿠시마의 미래>를 제작하게 된 배경에는 원전사고를 대하는 일본정부와 언론의 대응이 한몫했다. 2011년 원전사고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중일PD포럼 참석차 삿포로를 방문했을 때였다. 이 PD의 눈에 비친 일본정부의 모습은 원전 사고의 여파를 감추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이 PD는 “언론을 통제하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컸고, 언론 역시 도쿄전력이라는 거대한 광고주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다”며 “행사에 참여했던 PD사이에서 우리라도 진실을 밝히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취재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2년을 맞아 국내에서도 이를 다룬 보도와 방송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관심은 시들해진 편이다. 이 PD는 “일본인들이 겪는 방사능 공포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일본보다 좁은 땅덩이에서 원자력 발전소 23개가 빼곡하게 들어선 한국에서도 방사능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진실을 알리지 않은 정부와 언론”이라며 정부와 언론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PD는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체르노빌 원전 폭발 26년이 되는 내달 26일께 환경단체와 함께 <후쿠시마의 미래> 전국순회 상영회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국회에서  특별상영회를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상영회가 끝나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과 체르노빌에서 보고 느꼈던 것을 일본인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며 “<후쿠시마의 미래>를 봤거나 앞으로 볼 이들이 후쿠시마의 사고를 계기로 원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으면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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