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완료…“방송장악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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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 완료…“방송장악 카운트다운”
방통위 ‘동의’ 권한, 방송공정성 특위 ‘올바른’ 활용 과제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3.03.22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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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안을 받아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1월 30일)한 지 52일 만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전부 개정법률안 대안에 대한 수정안을 가결시켰다. 재석 의원 212명 중 찬성 188명, 반대 11명, 기권 13명이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조직 구성은 15부 2처 18청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해양수산부를 신설해 17부 3처 17청으로 구성됐다.

방송과 관련해 막판 쟁점이 됐던 지상파 방송의 허가·재허가에 대한 권한은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몫으로 결론이 났다. 단, 방통위는 전파법 상 방송국의 허가·재허가에 관련된 무선국 개설 등에 대한 기술적 심사를 미래부 장관에게 의뢰해야 하고, 이후 미래부의 심사 결과를 반영해 허가·재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변경허가에 대해선 미래부가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 진행하도록 했다.

▲ 22일 오후 제341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노컷뉴스
“정부조직 개편, 방송 공공성 후퇴 예고”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51일을 끌어왔던 정부조직 개편은 모두 완료됐지만, 방송계 안팎에선 이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와 동시에 열린 토론회에서 현업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조직 개편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앞 다퉈 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날 오후 민주통합당 언론대책특별위원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와 방송의 미래’ 토론회에서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위원회에서 합의제 행정기구로 남았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소관업무 배분에서 사실상 정부 원안이 관철됐다는 점에선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정부조직법 등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등에 대한 업무는 방통위 소관이며, SO와 IPTV, 위성방송 등의 뉴미디어와 관련한 정책은 앞으로 미래부에서 맡게 된다.

단, 지난 17일 여야는 SO 등 뉴미디어 관련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되, 뉴미디어 관련 사업 등을 허가·재허가 하거나 관련 법령을 제·개정할 때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또 IPTV 사업자가 직접사용채널과 보도채널 등을 운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IPTV법 제21조 1항을 19대 국회 임기 중엔 개정할 수 없도록 했다.

주파수 관리는 방송용과 통신용을 각각 방통위와 미래부 소관으로 나눴고, 여야 동수로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이하 방송공정성 특위)를 구성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 등의 방안을 논의하도록 했다. 방송공정성 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맡는다.

김 교수는 “방통위로 방송 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엔 단순 인·허가의 문제를 넘어 뉴미디어의 경제적 이해만을 고려한 산업적 정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가 있었는데, 정부 요구대로 관철된 상태”라며 “(박근혜 정부가) IPTV를 중심으로 방송 산업화를 가속화시킬 경우 여타 방송 산업이 공공성을 잃고 산업화 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SO와 위성방송 등의 허가·재허가 시 방통위의 동의를 얻도록 했지만, 심사과정에서 배제된 방통위가 무엇을 고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허가 동의 여부는 심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과거 종합편성채널 등에 대한 허가 과정에서 볼 때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다.

“플랫폼 장악한 정부, 방송장악 우려…방통위 ‘동의’ 권한 활용위해 거버넌스 개편해야”

유료방송 플랫폼을 모두 미래부로 이관함에 따라 CJ와 KT 등과 같은 대기업들의 방송시장 진출 등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워질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대다수 시청자들이 SO와 IPTV 등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진흥’이란 명목하에 유료방송 플랫폼에 대한 갖가지 규제 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지상파 방송은 하나의 PP(채널)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김서중 교수는 “공영방송은 그 사회의 프로그램 질 향상을 선도하고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해 방송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시장주의자들은 무료방송인 공영방송을 경제력이 약한 소수자만을 위한 최소 품질만 유지하면 된다는 논리를 성립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대기업의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선 방통위의 동의권을 적극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합의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특별 다수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통위원 선임 과정에서부터 대통령과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여야 불균형도 해소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정부조직 개편 내용을 보면 방송을 장악해 정권 연장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가 읽힌다”며 “지금 중요한 건 방통위가 현재의 권한 안에서 미래부와 또 다른 정치권력의 (방송 공공성에 대한) 침해를 막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위원 선임 구조를 고치거나 특별 다수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만약 일련의 작업들이 이뤄지지 않고 방통위를 정부·여당이 장악하고 미래부에 플랫폼이 다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지면, 정권은 상업 권력을 통제하고 상업 권력은 방송을 통제하는, 결국 방송이 정권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새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고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민언련 상임대표)는 “언론장악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윤리적으로나 실정법상으로나 용납되지 않는 상식과 문화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2008년부터 자행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언론장악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와 함께 “현존하고 있는 MB(이명박 대통령) 낙하산 사장과 그들에 협조한 이들을 퇴출시켜 방송을 정상화하고, 이들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해직 등의 징계를 당한 언론인들을 원상회복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현행 방송법은 방송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정권이나 경영진이 개입하려 할 때 이를 완충·제어할 장치는 없는 상황”이라며 편성위원회 구성·운영 방식의 법제화와 함께 방송의 공적 책임에 대한 규정을 보완해, 이를 위반할 경우 재허가·재승인에 반영하고 벌칙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신 교수가 지적한 부분들을 방송공정성 특위에서 다뤄야 한다”며 “특히 방송 거버넌스 개편과 언론장악 피해 언론인들의 명예회복 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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