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 분쟁 해결 ‘공공의 이익’ 부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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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방송과제 해법찾기 연속기고] ③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방송 및 통신 관련 업무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원화되면서 부처 간 칸막이의 극복, 즉 두 조직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업무 분장의 첫 시험대는 지상파 재송신 분쟁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정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당장 민감한 돈 문제가 얽혀있는데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재송신료 협상은 등 떠밀리듯이 타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는 여기서 최근 내려진 법원의 판단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2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는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료 협상을 매듭짓지 못한 티브로드와 현대HCN에게 “2013년 2월 15일 이후 50일 내로 신규 가입자들에게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재송신을 중단하라”며 "이를 어길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인 KBS, MBC, SBS에 간접강제비 명목으로 위반 1일당 각 3000만원씩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 행사를 인정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인정함으로써 재송신 분쟁에 임하는 모두의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본다. 동시에 지상파 방송 재송신과 관련한 지루한 논쟁의 ‘해결’은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는 그 자체가 내부 역량을 집중해서 만들어진 지적 재산이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헌법으로 보장된 지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올바른 미디어 생태계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려면 반드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이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료 방송 플랫폼 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본인들이 시청자에게 지상파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고 있으니 지상파 방송사의 지적 재산권을 포기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시청자 복지를 빌미로 KBS 2TV와 MBC도 의무재송신 대상에 편입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재송신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유료 방송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보편적 시청권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보편적 시청권은 선택의 자유를 전제로 ‘돈 내고 방송을 보는 것’보다 ‘돈 안 내고 방송을 보는 것’에 더 가까운 의미다. ‘시청자 복지’는 가입자가 돈을 내고 시청해야 하는 유료 방송 플랫폼이 아니라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에서 구현 되어야 하는 것이다.

케이블TV 사업자가 무단으로 지상파 재전송을 계속할 경우, 지상파 방송사는 저작권법상의 손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서비스가 잇달아 출현하는 방송환경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 그 결과는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하락과 방송 콘텐츠의 질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에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명확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 행사를 인정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참고해서 진정한 시청자 복지를 구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배치해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최동환 한국기술인연합회장.
지상파 방송사업자들도 700MHz 방송 주파수를 활용한 난시청 해소 노력과 3DTV, UHDTV 등 미래 실감방송 추진 등으로 시청자가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유선방송 상품에 가입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 유료방송에 대금을 지불해야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수신환경은 지상파 방송사가 구현해야 할 ‘시청자 복지’의 모습이 아니다. 진정한 ‘시청자 복지’는 시청자가 양질의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쉽게 무료로 직접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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