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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위상, 이대로 가다간 공영 종편”

[인터뷰] 창립 5주년 맞은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 박수선 기자l승인2013.03.26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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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6일.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설립된 이날은 공교롭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악연의 시작이었다. 미디어의 공공성을 기반에 둔 공공미디어연구소의 활동과 ‘MB(이명박)정부’의 방송정책은 정반대로 향했다.

취임 한달이 지난 박근혜 정부도 벌써부터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0일 가까이 여야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이유는 방송 공공성을 침해할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지난 24일 이경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것도 박 대통령의 방송 중립에 의문을 품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경재 내정자를 인선한 다음날인, 지난 25일 서울 충정로 공공미디어연구소 사무실에서 조준상 소장을 만나 지난 5년 동안 황폐해진 미디어 생태계와 방송의 앞날에 대해 물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참여정부 말기 장기적인 미디어 운동 방향을 고민할 연구단위가 필요하다는 언론운동 진영의 뜻이 모아져 탄생했다. 지난 2008년 3월 설립된 공공미디어연구소는 2008년 8월경 사단법인 등록을 마치고 지금까지 언론운동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26일로 창립 5주년을 맞았다.

조 소장은 방송통신위원장 인선에 대한 우려로 말문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는 ‘MB정부’와 달랐으면 좋겠는데 정부조직 개편을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박 대통령이 커뮤니케이션을 특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구실을 하면 좋을텐데 이경재 내정자는 최시중 전 위원장과 차이를 찾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이런 판단은 지난 5년의 큰 변화를 겪은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평가에서 비롯된다. 그는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장악 등으로 뒷걸음질친 방송의 공공성과 거대 사업자들의 영토확장 전쟁터로 변질된 유료방송의 문제를 나눠 진단했다.

“외면받는 뉴스, 부메랑 될 것”

   
▲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PD저널
방송 공공성의 훼손의 후과는 지상파 방송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언제부턴가 지상파 뉴스를 안보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한쪽 날개를 잃고 드라마와 예능에만 집중하는 현실은 앞으로 부메랑이 되어서 지상파를 덮칠 겁니다. KBS 수신료 인상이 2년 가까이 좌초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무료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책무를 게을리 한 것도 지상파 방송의 위상을 흔들리게 한 요인이었다. 조 소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아날로그 TV의 디지털 전환과 직접수신율 문제를 들었다. “정부의 지원이 미약했다고 하더라도 아날로그 TV 디지털 전환 대상이 직접수신가구 5%에 불과했다는 점은 무료보편적 서비스 매체로서 지상파의 위상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어요. 당장 3~4년 내로 직접수신율을 20%정도까지 올리겠다는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지상파도 종합편성채널 취급을 받는 날이 올 겁니다.”

그는 직접수신율을 끌어올리는 동기로 삼을 수 있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허용을 막은 정부의 책임도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 전환 과정에서 지상파의 다채널 서비스를 못하게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채널 구성을 하고 허용했어야 했는데 정부에선 오로지 다채널 서비스를 하면 유료방송에 피해가 간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거죠.”

실제 방송의 공적 영역이 줄어드는 대신 자본을 내세운 거대 방송사업자들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1위인 KT는 거대 공룡으로 부상했고, CJ E&M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시장내 점유율도 30%에 육박한다. 경쟁 상대가 없는 거대 기업의 영토확장에 시장 독과점과 미디어 다양성 축소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MB정부’ 언론운동의 패인은 ‘종편’

공공미디어연구소도 이를 두고 보지 만은 않았다. 조 소장은 연구소의 그동안의 성과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제주 시범사업 실시와 SO(종합유선방송)·PP 규제 완화, 망투자 부담 등의 움직임에 견제 역할을 해온 점을 꼽았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출범과 노골적인 정부의 ‘방송장악’, 거대 유료방송사업자의 공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특히 ‘종편’이 언론 운동의 패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종편이 결국 블랙홀이었죠. 우려대로 종편 출범으로 전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지형은 크게 기울었어요. 커뮤니케이션 정책 차원에서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한데, 국민의정부 때 문화부에서 추진했던 외주전문 채널이 다른 식으로 구현됐다면 종편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시청자들의 냉소를 키우고 있는 공영방송의 보도와 프로그램 문제 때문에 공영방송의 소유와 재원 구조에 관심을 덜 쏟은 것도 아쉬운 점으로 그는 짚었다. “유료방송과 지상파 방송이 공생 관계임을 인정하고, 보편적 서비스 매체로서 공영방송의 자리를 찾는 게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정치권력에) 장악된 방송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려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거죠. 공영방송의 내용과 형식은 함께 바꿔나가야 합니다.”

방송공공성, 제작자율성으로 확보

방송장악 연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작금의 현실에서 방송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길은 과연 있는 것일까. 그는 제작자율성을 회복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제작자율성 침해가 지속될 경우 지상파 정체성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도 덧붙였다.

“제작자율성을 보장하는 환경과 틀을 만드는 게 시급하죠. 계속 이대로 가다간 서울MBC(MBC 본사)의 경우 자연스럽게 민영화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KBS가 추진 중인 오픈 스마트 플랫폼도 좌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편성위원회를 노사 단체협약으로 두고 있는데, 방송법에 부합하기 위해선 이사회나 직능단체가 함께 평성위원회에 들어가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합니다.”

조소장은 모든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ALL IP시대에 맞는 공공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5주년 토론회 제목을 ‘All IP 시대의 동적 균형은 가능한가’로 정한 것도 연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All IP시대에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겁니다. 발달된 전파 기술을 이용해 지상파 DMB가 취약계층에 직접수신 매체로 기능하게 한다거나 N스크린 서비스에 지역성을 충족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식이죠. 물론 거대 플레이어들에게 무분별한 규제를 풀어주거나 편법으로 시장의 균형을 흐트리는 것도 철저하기 감시할 겁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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