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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요구, 전태일 열사와 다르지 않다”

[인터뷰]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이향복 KBS분회장 최영주 기자l승인2013.04.15 14: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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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차량운전노동자들이 지난 1일 총액 대비 5.4% 임금인상과 부당징계 철회를 내걸고 전국 총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3월 20일 서울지부가 시작한 무기한 전면파업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견디지 못한 전국에 있는 KBS 운전노동자들이 가세하며 전체 투쟁으로 확대됐다.

KBS뿐만이 아니라 SBS 차량운전노동자들도 지난 10일 방송사비정규지부 SBS분회를 결성하고 출범식을 진행했다. SBS 차량운전노동자들 역시 임금과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조건 개선과 도급계약으로 이뤄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방송사 운전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방송사 내 비정규직 문제도 가시화되고 있다. <PD저널>은 방송사 운전노동자 가운데 제일 먼저 운전대를 놓고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향복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장을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총파업 현장에서 만나 운전노동자의 현실을 들어봤다.

  ▲ 이향복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장 ⓒPD저널  
▲ 이향복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장 ⓒPD저널
10년째 최저임금, 30분 지각에 감봉 6개월. “억울하고 배고프다”고 말하는 KBS분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나선 이 분회장은 “갑갑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 최저임금을 받으며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어요. 근속연도가 10년 된 사람이 전체의 3분의 2 정도나 되는데도 신입과 이들의 급여가 똑같아요. 그런데 원청인 KBS는 묵묵부답이고 방송차량서비스는 어렵다고만 이야기하네요.”

현재 KBS 운전노동자들은 2003년까지 KBS 파견직으로 근무하다 2004년 (주)방송차량서비스(사장 박은열)가 생기며 도급계약을 맺게 됐다. 방송차량서비스는 KBS의 자회사인 KBS비즈니스의 자회사로, 이른바 KBS의 ‘손자회사’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는 임금인상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도급계약이라는 간접고용형식을 늘려왔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파견직 신분의 KBS 운전노동자들은 ‘고용 안정’을 바라며 방송차량서비스 소속을 택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을 기다린 것은 지난 10년 간 최대 76만원을 넘긴 적이 없는 기본급, 10년 이상 근무자와 신입 사원의 임금 차이 1만 3720원 등의 ‘열악함’이었다.

“2009년도에는 기본급이 최저임금 이하인 66만원으로 떨어졌어요. 2010년에는 최저임금을 맞추려고 급식비는 약 9만원 정도 깎고, 상여금이 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급식비를) 직무수당에 넣는 식으로 최저임금을 맞췄죠. 말 그대로 꼼수죠.”

이들은 현재도 매주 62시간씩 근무하고도 세금을 제외하면 130만원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들은 쉬지 못해 안달인 추석, 설날 등의 명절이나 주말에도 시간 외 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서로 앞 다퉈 근무하려 한다는 게 이 분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사는 최저임금만 간신히 맞추고 있을 뿐, 더 이상의 임금협상을 없다는 입장이다. “작년에 KBS 전 계열사 직원들의 임금이 3.2% 이상 올랐어요.우리는 작년 4580원에서 올해 4860원으로 올랐지만, 이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일 뿐이죠. 겨우 최저임금 인상분 280원을 갖고 사측은 인상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지난 8일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가 ‘최저임금·극빈생활 탈출’을 요구하며 전국조합원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향복 분회장을 비롯한 김철희 부분회장, 조상현 사무국장 등 5명의 조합원은 삭발을 하며 결의를 다졌다. ⓒ전국언론노조  
▲ 지난 8일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가 ‘최저임금·극빈생활 탈출’을 요구하며 전국조합원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향복 분회장을 비롯한 김철희 부분회장, 조상현 사무국장 등 5명의 조합원은 삭발을 하며 결의를 다졌다. ⓒ전국언론노조
KBS 운전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KBS분회 소속 노동자 두 명은 30분 지각을 이유로 인사위원회 출석을 요구받은 것을 물론, 각각 감봉 6개월과 5개월을 통보받았다. 보통 지각의 경우 근태처리원을 제출하고 지각한 만큼 임금에서 공제해 온 기존 관례에서 크게 벗어난 처분이었다.

또한 그해 8월 노동자 간 상호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상호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사측은 노동자 D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징계수위의 과도함을 지적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부당징계는 결국 부당배차 문제로 이어졌죠. 지금 30분 지각해 감봉을 받은 두 명의 조합원은 버스에서 보도용 승용차로 배차됐고, (KBS분회가 아닌) 제2노조의 방송차량서비스 노동조합원 두 명이 대신 버스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버스가 출장이 많아서 돈이 되는 보직이거든요.”

반면 박은열 사장 연임 축하 자리에 나갔다 다음날 늦어 기자들이 택시를 타고 현장에 나가는 사태를 발생시킨 2노조 조합원은 아무 징계도 받지 않았다는 게 이 분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생활고를 탈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다운’ 노동조건 역시 간절하다”고 말했다.

KBS분회가 현재 사측에 요구하는 것은 △총액 대비 임금 5.4%(8만원) 인상 △박은열 방송차량서비스 사장 교체 △팀장 등 부당징계 책임자 처벌 △중노위의 부당징계 철회 등이다. 이 분회장은 “방송차량서비스에 대한 감사권을 가진 KBS비즈니스가 나서서 회사에 대한 전체 감사를 실시,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며 “결국 원청인 KBS와 KBS비즈니스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분회장은 원청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운전노동자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KBS 안에는 작가, AD, FD, 조명 스태프, 청경, 청소노동자 등 우리나라 온갖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처럼 불합리한 노동환경 속에 놓여있어요. 실질적 사용자인 공영방송 KBS는 수신료 인상을 논하기 전에 내부 비정규직 문제 해결부터 해야 됩니다.”

그러나 KBS는 운전노동자 문제에 대해 ‘도급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으로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 분회장은 “손 댔다 욕만 먹는 형국이 벌어질까봐 아무도 손을 쓸려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량운전노동자들이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전태일 열사가 말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와 비슷한 거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겁니다. 다른 무엇보다 인간적인 노동,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길 바랍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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