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매각, 큰 파장 있을 거라 생각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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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MBC 본부장, 정수장학회 회동 공판 출석…내달 14일 최필립도 출석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과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이 법정에 출석해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배경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진숙 본부장은 “대선은 머릿속에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치적 의도 여부를 따지는 피고 측 변호인의 질문에 “큰 파장이 올 거라 여기진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부(판사 이성용)는 15일 오후 2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최성진 <한겨레> 기자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앞서 최성진 기자는 지난해 10월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 이상옥 부장이 회동을 진행하고, 정수장학회 소유의 MBC(30%), <부산일보>(100%) 지분을 처분해 부산·경남지역 반값등록금 등에 사용할 것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 이진숙 본부장은 “정수장학회는 목적사업(장학사업)에 쓸 수 있는 5000억원이 MBC에 묶여있어 이를 처분하고 싶어 했고, MBC에선 이미 서너 차례 지분구조 개선 논의가 진행돼 왔기에 쌍방 이익을 위해 논의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논의 과정에서) 대선은 머릿속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고인 측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지분매각을 위한 회동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혹에 휩싸일 수밖에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큰 파장이 있을 거라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겨레>의 왜곡 보도가 없었다면 MBC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회의 검토를 거쳐 충분히 했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선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답변과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으로, 김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회동 당시 이 본부장이 “그림을 좀 괜찮게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대중에 정치적 임팩트(영향)를 주기 위함이 아니었냐”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은 몇 십년 만에 행해지는 일인 만큼, 아름다운 결별을 하자는 의미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공판에선 MBC와 정수장학회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 전에 MBC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와의 논의를 거쳤는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 매각의 결정권을 지녔다 해도 이해당사자인 MBC와 방문진이 이사회를 통해 사전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문제제기다.

이 본부장은 “방문진을 방문하거나 사석에서 일부 이사들을 만나 얘기를 해본 결과,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논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지분 매각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MBC 내부에서도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만 공유하는 핵심 보안으로 설정한 이유를 묻는 동시에, <한겨레> 보도 이후 방문진으로부터 지분매각 논의에 대한 질책을 받은 사실이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정수장학회가 (매각) 의지를 내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 공유할 시간이 없었고, 김 전 사장이 출장에 돌아오면 MBC·방문진 이사회를 통해 내용을 논의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한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내달 14일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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