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언론은 ‘안보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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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뉴스특보 연일 가동 불안감 ‘부채질’…미사일 발사 화면 부각 상업화 극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언론이 남북관계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군사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과 영변 발전 시설 재가동, 개성공단 중단,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시사 등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한반도 정세는 남북의 대화제의로 국면이 전환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16일 공개된 최후통첩장을 통해 “남측이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사죄해야 한다”면서도 대화의 여지는 열어 놓았다.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에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카드를 제시할 것이냐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긴장 국면이 길어질수록 정확한 사실 전달과 남북의 화해를 도모해야 하는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흥미위주의 보도로 국민들의 불감증을 부추기고 북한에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 오히려 남북 관계 경색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 4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MBC
지난달부터 북한이 위협 강도를 높여감에 따라 언론도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종합편성채널이었다. TV조선이 지난 2일 북한 관련 뉴스를 특보로 내보낸 데 이어 채널A, MBN, JTBC도 특보 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의 보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에 대한 설익은 전망과 함께 보수 성향 인사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의견을 전달하는 내용으로 대부분 채워졌다는 평가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학과)는 “최근 북한 관련 뉴스로 도배하다시피 쏟아 내고 있는 종편의 문제점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곧 발사할 것처럼 특보체제를 이어가면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보 체제가 길어지면서 검증이 안된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정세 분석도 보도의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종편이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한 배경을 두고 결국 ‘안보 장사’가 속셈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평균 0.6%대의 시청률을 보인 TV조선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평균 시청률이 0.774%를 기록하며 ‘안보 특수’ 효과를 보고 있다.

상업성이 드러난 북한 관련 보도는 종편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1일과 13일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북한의 무수단 마시일에 대한 요격 시나리오를 3D그래픽으로 표현한 뉴스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자 온라인에 게시한 ‘B-2 전략폭격기 평양 주석궁 타격’ 제목의 기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금철영 KBS 통일외교안보팀장은 “신문 제목과 방송 화면을 통해 미사일 동선이나 타격선 등 자극적인 표현을 지속적으로 내보낼 경우 안보피로감이 누적돼 안보불감증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보도는 실제 위기가 닥쳤을 경우에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2003년 이라크전을 보도한 미국 언론을 비판했던 이유는 화려한 그래픽과 그림을 사용해 국민들로 하여금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흥미위주의 보도는 국민들이 안보 위기를 내 일이 아니라 방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 때리기’ 보도도 문제다. ‘김정은의 미치광이 전략’ (<문화일보> 4월 16일자 ‘뉴스와 시각’), “설익은 독재자”(<조선일보> 4월 13일자 강천석 칼럼) 등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거친 표현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북한의 ‘달러 박스’로 표현한 보도가 나온 이후 개성 공단 입경을 막았다.

이남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성공회대 교수)은 “언론사마다 관점의 차이는 나타날 수 있지만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따지지 못한다는 북한 뉴스의 특성을 이용해 사실 확인과 보도의 책임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 된다”며 “우리의 군사력이 북한에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북한을 막 다뤘던 언론의 보도가 북한 핵무기 개발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전쟁은 꼭 군사력이 우위에 있는 상대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과 작은 오해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은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에 어떤 재앙이 올 것이라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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