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방송정책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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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방송정책 불안한 출발
[미래부·방통위 업무보고] 정책 혼선, 유료방송 편향 현실로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04.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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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 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1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3년 업무계획을 따져보면 방송 장악과 공공성 후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여전히 거두기 어렵다.

유료방송 진흥에 치우친 데다가 그나마 지상파 방송에 대한 지원과 정책도 방송과 콘텐츠 육성에 대한 의지와 전문성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언론 정상화와 공정성 확보 방안도 빠져 있다.

미래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미디어 산업의 칸막이를 없애고 신규 융합서비스를 육성하겠다는 미디어 진흥정책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방송시장 환경 개선과 규제완화를 위한 방송산업 발전 계획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무보고 계획을 보면 거대 통신사업자와 유료방송을 위한 방송산업 발전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영역 확장하는 공룡 통신사업자, 입지 좁아지는 지상파  

업무보고 내용만 봐도 위성과 IPTV를 결합한 기술융합서비스 관련 규제 개선, PP 등 중소사업자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송법과 IPTV법 일원화,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 특별법 제정 등 모두 유료방송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래부가 규제 개선 의지를 밝힌 위성과 IPTV 결합 서비스는 KT가 추진했다가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중단한 접시없는 위성방송(DCS),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부가 올해까지 제정하겠다고 밝힌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 특별법도 케이블방송 특혜 논란이 불가피하다. 미래부는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방통위와 협의를 거쳐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만큼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장실 의원 법안에 대해 케이블방송사업자를 제외한 방송사업자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법안대로라면 저소득층은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을 볼수 있는 클리어쾀TV를 이용할 수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클리어쾀은 양방향 디지털 서비스가 불가해 저소득층에게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해당 법안은 유료방송 중에서도 케이블 방송에만 유리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미래부가 맡아 추진하는 주파수 장기정책인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도 진행 과정에 방송업계와 통신업계간의 적지 않은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1㎓ 폭 이상의 신규 주파수 확보를 위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올해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방송업계와 통신업계는 700㎒ 대역에서 아직 용도를 지정하지 않은 68㎒ 대역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상파 방송광고와 콘텐츠 등의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지상파 쪽에선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미래부는 3D, UHD 등 차세대 방송기술 로드맵을 마련해 세계 최초로 지상파 고화질 3D 방송 상용화를 연내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에서 비용 때문에 포기한 것을 지상파에 떠넘긴 것에 다름 아니다”며 “고화질 3D방송 역시 이미 방통위에서 실패한 정책을 미래부가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유통 확대를 위해 애니메이션 편성 의무를 지상파뿐만 아니라 종편과 전문 PP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을 두고는 “제작 여건도 안되는 종편까지 편성 의무를 늘리는 것은 무리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외주제작산업 활성화 방안과 간접광고 위반 심의 강화 등도 지상파의 입지와 수익구조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파수 할당· 재송신 문제 벌써부터 부처간 혼선? 

정부조직 개편 당시부터 제기됐던 미래부와 방통위간 정책 혼선도 우려된다. 주파수 배분, 지상파 방송 재송신, 방송통신발전기금 사용 등은 모두 미래부와 방통위 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양 부처가 사업자간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해법을 어떻게 모색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지난 17일 방통위 출입기자들과 만나 지상파 재송신 분쟁과 관련해 “재송신료가 과연 현실적,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이해당사자간에 누가 이익을 더 가져가느냐의 문제인데 저의 생각은 다르다”고 제도 개선 추진을 시사했다. 현재 재송신과 관련한 지상파의 입장은 법원으로부터 저작권을 인정받은 만큼 별도의 재송신료 산정과 제도 개선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부처간 이기주의”를 지적했고, 미래부도  “방통위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업무보고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부터 부처간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 제대로 중재를 할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700㎒대역에서 아직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68㎒은 방송용”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방송용 주파수 관리를 부처간 협업 과제로 분류했다. 지난 정부조직개편 협상에서 주파수는 용도를 나눠 미래부와 방통위가 따로 관리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김대희 방통위 상임위원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68㎒의 관리권을 묻는 질문에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 소관이지만 회수해서 통신용으로 분배한다면 국무총리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명확한 답변을 못했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의 주도권이 어느쪽에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김 상임위원은 “지상파 재송신은 유료방송의 측면에서 보면 미래부가, 지상파의 저작권 문제로 접근하면 우리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공정성 훼손 우려 씻지 못하는 방통위  

더 큰 문제는 방송 공정성 확보 요구에 대한 방통위의 계속되는 침묵이다. 방통위는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친박’성향과 국회의원 시절의 행적 등을 근거로  방송 공공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업무계획에서 이런 우려를 씻지 못했다.

방통위가 공정한 방송 구현을 위해 제시한 것은 공영방송 재원구조 안정화 정도다. 공영방송 재원구조 안정화의 핵심 내용은 수신료 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인사청문회에서 홍역을 치른 뒤에도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수신료 인상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BS의 수신료 인상이 번번이 무산된 데에는 불공정 방송 논란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수신료 인상을 통해 공정한 방송을 구현하겠다는 방통위의 정책 방향은 의문을 남긴다.

방통위는 사회적으로 요구가 높았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이하 방송공정성특위)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방송공정성특위가 별 다른 성과없이 활동을 종료할 경우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도 일절 언급이 없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해직 언론인 문제를 ‘노사갈등’으로 바라보고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한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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