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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예능을 장악하다

방송사 3040 여성 시청층 노려…‘남초 현상’ 우려도 방연주 기자l승인2013.04.19 16: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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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 붐이 일고 있다. 남성 출연자를 대거 등장시킨 <해피선데이-1박 2일>(KBS), <무한도전>(MBC), <일요일이 좋다-런닝맨>(SBS)이 남성 특유의 박진감을 십분 발휘해 예능 프로그램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최근 남성 예능의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는 <나 혼자 산다>, <일밤-아빠! 어디가?>로 ‘남성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KBS는 강호동을 앞세워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무난한 첫 출발을 했다. SBS도 오는 21일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로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다.

이처럼 방송사들은 남성 출연자와 ‘미혼남’, ‘아버지’, ‘병영체험’ 등 다양한 소재들을 접목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남초 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여성 출연자보다 남성 출연자에 치우친 예능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유는 무얼까.

  ▲ KBS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일밤-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KBS, MBC  
▲ KBS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일밤-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KBS, MBC
남성 출연자 ‘소재 다양화’

우선 예능 속 남성 출연자들의 경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미션 수행이나 게임 벌칙 등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황선 KBS 예능국 팀장은 “남성 출연자의 경우 여성 출연자보다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예컨대 게임 하나를 하더라도 (벌칙으로) 입수를 할 수 있느냐 등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골드미스가 간다>를 연출했던 김재혁 SBS PD도 “리얼리티 특성상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측면이 요구된다”며 “몸을 써야하는 장면에서 여성보다 남성에게 뿜어져 나오는 역동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즉, 예능의 판도가 리얼 버라이어티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를 좀 더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남성 출연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남성 출연자는 여성 출연자에 비해 사생활 노출에 대한 수위 조절이 용이하다는 측면이 작용한다. 최근 들어 출연자를 24시간 관찰하는 형식이 예능의 또 다른 줄기로 자리 잡는 등 출연자의 사생활 노출이 하나의 ‘아이템’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의 이기 대신 불편함을 일주일 간 체험하는 <인간의 조건>(KBS),‘기러기 아빠’, ‘미혼남’ 등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나 혼자 산다>(MBC), 부자 간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MBC) 등이 대표적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윤이나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출연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뿐 아니라 관찰 예능에서도 중심이 되고 있다”며 “예컨대 <인간의 조건> 같은 콘셉트의 경우 여성 개그맨들이 해도 되지만 막상 (여성 출연자들은) 사생활 노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예능인 ‘품귀 현상’

한편으론 여성 예능인들의 ‘품귀현상’을 들 수 있다. 여성 예능인의 대표주자인 박미선, 이경실, 이영자, 조혜련 등은 진행자 또는 토크쇼의 양념인 게스트로 출연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이들의 뒤를 이을 여성 예능인 후배들 또한 개그맨 신봉선, 박신영을 제외하고선 크게 주목받는 인물은 많지 않다.

더구나 여성 예능인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나 기회 또한 좁은 게 방송가의 현실이다. 여성 출연자 주축이 된 프로그램은 뒤안길로 사라진 오래됐다. KBS <여걸 식스>(2007), SBS <골드미스가 간다>(2010) 등의 여성 예능은 반짝 바람이 불었지만 금세 수그러들었다.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인 <무한걸스>외엔 마땅한 여성 예능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재혁 PD는 “허리 역할을 맡는 여성 예능인들이 부족해 후배 예능인들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고 조합을 만드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여성 예능은 맞선 등 여성성을 드러내는 건 말고는 무성으로 그리다 보니까 아무래도 남성이 지닌 조합에 비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SBS <골드 미스가 간다>(위),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아래) ⓒSBS, MBC에브리원  
▲ SBS <골드 미스가 간다>(위),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아래) ⓒSBS, MBC에브리원
남성 예능 타깃…3040 여성 시청층

마지막으로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이유로는 주요 시청층이 ‘여성’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 대부분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시청률 타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여성’의 눈길을 끌만한 소재로 무장한 예능 프로그램이 승산이 있다는 게 방송가 안팎의 중론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수도권 기준)에 따르면 지상파 3사에서 방송된 8개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주요 시청층도 역시 ‘여자 40대’였다. 관찰 카메라 형식인 <인간의 조건>(KBS) 8.4% <아빠 어디가>(MBC) 10.1%, <나 혼자 산다>(MBC) 5.8%로 40대 여성의 시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2순위로 높은 성연령대 시청층은 3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층이 여성이다 보니까 남성 출연자들의 동네 꼬마처럼 덜 자란 듯한 감수성을 내세워 그리는 등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식의 프로그램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남성 연예인 6명의 군 생활을 다룬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을 선보인 김민종 PD도 제작발표회에서 “여성 시청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군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할 것”이라며 “<진짜 사나이>를 본다면 남자들의 대화에 쉽게 참여하게 될 것이다. 남자들이 공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의 구원 투수가 됐지만 일각에서는 남성 출연자에 치우친 예능 흐름을 타느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이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미 국내 예능은 획기적인 다른 방식보다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을 현상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새로운 아이템이라기보다 ‘남성’이라는 집단의 이야기들로만 소구되고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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