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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3040 여성 시청층 노려…‘남초 현상’ 우려도

안방극장에서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 붐이 일고 있다. 남성 출연자를 대거 등장시킨 <해피선데이-1박 2일>(KBS), <무한도전>(MBC), <일요일이 좋다-런닝맨>(SBS)이 남성 특유의 박진감을 십분 발휘해 예능 프로그램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최근 남성 예능의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는 <나 혼자 산다>, <일밤-아빠! 어디가?>로 ‘남성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KBS는 강호동을 앞세워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무난한 첫 출발을 했다. SBS도 오는 21일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로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다.

이처럼 방송사들은 남성 출연자와 ‘미혼남’, ‘아버지’, ‘병영체험’ 등 다양한 소재들을 접목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남초 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여성 출연자보다 남성 출연자에 치우친 예능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유는 무얼까.

▲ KBS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일밤-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KBS, MBC
남성 출연자 ‘소재 다양화’

우선 예능 속 남성 출연자들의 경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미션 수행이나 게임 벌칙 등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황선 KBS 예능국 팀장은 “남성 출연자의 경우 여성 출연자보다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예컨대 게임 하나를 하더라도 (벌칙으로) 입수를 할 수 있느냐 등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골드미스가 간다>를 연출했던 김재혁 SBS PD도 “리얼리티 특성상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측면이 요구된다”며 “몸을 써야하는 장면에서 여성보다 남성에게 뿜어져 나오는 역동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즉, 예능의 판도가 리얼 버라이어티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를 좀 더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남성 출연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남성 출연자는 여성 출연자에 비해 사생활 노출에 대한 수위 조절이 용이하다는 측면이 작용한다. 최근 들어 출연자를 24시간 관찰하는 형식이 예능의 또 다른 줄기로 자리 잡는 등 출연자의 사생활 노출이 하나의 ‘아이템’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의 이기 대신 불편함을 일주일 간 체험하는 <인간의 조건>(KBS),‘기러기 아빠’, ‘미혼남’ 등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나 혼자 산다>(MBC), 부자 간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MBC) 등이 대표적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윤이나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출연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뿐 아니라 관찰 예능에서도 중심이 되고 있다”며 “예컨대 <인간의 조건> 같은 콘셉트의 경우 여성 개그맨들이 해도 되지만 막상 (여성 출연자들은) 사생활 노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예능인 ‘품귀 현상’

한편으론 여성 예능인들의 ‘품귀현상’을 들 수 있다. 여성 예능인의 대표주자인 박미선, 이경실, 이영자, 조혜련 등은 진행자 또는 토크쇼의 양념인 게스트로 출연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이들의 뒤를 이을 여성 예능인 후배들 또한 개그맨 신봉선, 박신영을 제외하고선 크게 주목받는 인물은 많지 않다.

더구나 여성 예능인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나 기회 또한 좁은 게 방송가의 현실이다. 여성 출연자 주축이 된 프로그램은 뒤안길로 사라진 오래됐다. KBS <여걸 식스>(2007), SBS <골드미스가 간다>(2010) 등의 여성 예능은 반짝 바람이 불었지만 금세 수그러들었다.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인 <무한걸스>외엔 마땅한 여성 예능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재혁 PD는 “허리 역할을 맡는 여성 예능인들이 부족해 후배 예능인들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고 조합을 만드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여성 예능은 맞선 등 여성성을 드러내는 건 말고는 무성으로 그리다 보니까 아무래도 남성이 지닌 조합에 비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SBS <골드 미스가 간다>(위),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아래) ⓒSBS, MBC에브리원
남성 예능 타깃…3040 여성 시청층

마지막으로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이유로는 주요 시청층이 ‘여성’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 대부분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시청률 타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여성’의 눈길을 끌만한 소재로 무장한 예능 프로그램이 승산이 있다는 게 방송가 안팎의 중론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수도권 기준)에 따르면 지상파 3사에서 방송된 8개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주요 시청층도 역시 ‘여자 40대’였다. 관찰 카메라 형식인 <인간의 조건>(KBS) 8.4% <아빠 어디가>(MBC) 10.1%, <나 혼자 산다>(MBC) 5.8%로 40대 여성의 시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2순위로 높은 성연령대 시청층은 3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층이 여성이다 보니까 남성 출연자들의 동네 꼬마처럼 덜 자란 듯한 감수성을 내세워 그리는 등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식의 프로그램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남성 연예인 6명의 군 생활을 다룬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을 선보인 김민종 PD도 제작발표회에서 “여성 시청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군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할 것”이라며 “<진짜 사나이>를 본다면 남자들의 대화에 쉽게 참여하게 될 것이다. 남자들이 공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의 구원 투수가 됐지만 일각에서는 남성 출연자에 치우친 예능 흐름을 타느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이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미 국내 예능은 획기적인 다른 방식보다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을 현상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새로운 아이템이라기보다 ‘남성’이라는 집단의 이야기들로만 소구되고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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