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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없이 피해자 눈물만 담고 돌아선 언론 유감”

[인터뷰]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강찬호 대표 방연주 기자l승인2013.04.22 1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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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총 피해신고 374건. 사망 116건. 피해자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다. 정부 부처들은 ‘책임 떠넘기기’로, 제품을 제조·납품한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생긴 지도 벌써 햇수로 3년째. 이제야 국회 차원에서 피해자구제법을 발의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대표를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찬호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지난한 싸움을 3년 째 이끌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또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한 명으로서 억울함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피해자의 입만 바라보는 언론보도,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와 이를 은폐하려는 기업 등을 보면서 사회적 모순을 몸소 느껴 더욱 활동에 앞장서게 됐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이 사망했고, 살았다 해도 손상된 폐는 회복되질 않는 장기라 평생 후유증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믿고 산건데 (기업들은) 흡입독성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제품을 출하하고, 당시 정부는 미비한 규제망에도 허가를 내줬다는 게 말이 되나요.”

  ▲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강찬호 대표 ⓒPD저널  
▲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강찬호 대표 ⓒPD저널
강 대표는 지난 2011년 임산부 사망 이후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피해 사례들이 연이어 드러나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 피해자모임대회, 국무총리실 청원,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등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강 대표의 몫이었다.

그는 “피해자들은 인터뷰를 원치 않았다. 엄마들은 제 손으로 자식을 죽였다 여기는 등 죄책감과 상실감에 시달려 자신의 고통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다”며 “다행히 마음이 정리된 분들이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안된다고 여겨 용기를 내 활동에 참여해주셨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의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언론도 반짝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베이비뉴스>의 지속적인 보도와 KBS <추적 60분-‘가습기 살균제 공포, 누가 내 가족을 죽였나’>(2011년 12월 7일) 보도 외에는 심층 보도가 적었다는 게 그의 평가다. 보도한다 해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입게 된 경위와 책임자를 규명하는 문제의 본질보다는 피해자가 처한 현실을 감정적으로 다루는데 치우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사양했을 정도라고 한다.

강 대표는 “언론 보도가 같은 패턴이다. 피해자 중심의 사례만을 다룬다. 정작 정부 부처 산하 기관들이 왜 문제 해결을 멈췄는지 본질을 다뤄야 하는데도 늘 피해자의 인터뷰에만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구나 일부 진보 매체라 불리는 곳에서조차 보도하지 않는 게 의아했다. 언론 탄압이라고 보더라도 후속 보도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기관을 출입하는 언론은 어디서부터 문제가 막혀있고 누가 회피하는지를 명확히 밝혀줘야 하고 원료 유통에서 비롯된 제조물 안전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한 취재도 했어야만 했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초창기 공론화 차원에서 피해자를 설득해 인터뷰를 내보냈는데 결국 언론이 호소 차원으로 문제를 축소 보도한 것 같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CMIT/MIT 의심성분으로 영·유아와 임산부의 폐가 굳어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조사와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노컷뉴스  
▲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CMIT/MIT 의심성분으로 영·유아와 임산부의 폐가 굳어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조사와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노컷뉴스
이러한 난관 속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최근 국회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이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또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등이 같은 날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 대표는 갈수록 잠재적인 피해자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구제책을 위한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애당초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흡입독성 화학물질(PHMG·CMIT·MIT 등)에 대한 안전성 검증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비극적인 참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의 기류와 달리 정부 측의 실태조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답답함을 표했다. 정부(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민간합동조사기구 폐손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꾸려 피해자 대상으로 폐섬유화 증상을 조사해왔다. 조사위가 추가 보완조사를 위해 피해자들의 폐 CT를 요구하자 보건복지부는 법적 근거 미비를 들어 이를 거부했고, 지난 4일 민간조사위원 24명은 일괄 사퇴했다.

강 대표는 “피해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조사위의 정상화가 급선무”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오는 24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하고 빠른 시일 내에 조사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습기살균제의 피해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문제의 본질을 봐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의 말에는 피해자의 한 명으로서 절실함을 담은 듯 보였고, 본업을 하면서도 지난 2년여 간 피해자 모임을 끌어온 활동가의 한 명으로서 피해자 구제에 대한 희망을 거는 듯 보였다.

“2011년 기침하던 아이가 감기로 진단 받았다 갑자기 사망률 60%로 마음의 준비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얘길 들었죠. 다행히도 아이가 잘 견뎌줬지만 아내나 저나 기침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해요. 그리고 저 말고도 더한 가족들이 많습니다.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상황을 속속 알고 있다 보니 대신해서라도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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