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가 살아야 예능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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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살아야 예능도 산다”
돌아온 ‘웃찾사’… 지상파 3사, 코미디 프로그램 부흥기 맞나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04.26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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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침체기를 겪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되살아나고 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지상파 방송 3사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웃찾사>는 지난 14일 한층 강력해진 웃음 폭탄을 안고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뮤지컬을 개그에 접목한 ‘캐투제라블’, 생활 밀착형 개그인 ‘정 때문에’ 코너 등은 방송이 나간 뒤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

MBC <코미디에 빠지다>도 지난 21일 방송부터 고참 개그맨을 투입해 전성기 되찾기에 나섰다. 이윤석, 김경식, 고명환 등의 노련함과 신인 개그맨들의 신선함이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기지개를 켠 이들 프로그램으로 주말 코미디 프로그램은 풍성해졌다. 15년째 ‘일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와 젊은 층의 웃음 코드에 맞춘 tvN <코미디 빅리그>, 풍자와 19금 코드로 무장한 tvN <SNL 코리아>까지 주말 편성표에 그려진 웃음망은 촘촘하다.

▲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SBS
코미디 프로그램 잔혹사

웃을 일 없는 강퍅한 세상에 코미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반기는 이유는 이 때문만은 아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굴곡진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의미는 더욱 가볍지 않다.

KBS <개그콘서트>가 15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MBC와 SBS의 코미디는 부침을 겪었다. 2003년 방송을 시작한 <웃찾사>는 컬투의 ‘그때그때 달라요’, ‘행님아’, ‘만사마’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끌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0년 시청률 저조로 문을 닫았다. 이후 지난해 신설된 <개그투나잇>이 <웃찾사>가 부활하기까지 명맥을 잇고 있었다.

MBC 코미디 프로그램은 <개그야>를 제외하고는 단명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2003년부터 <코미디 하우스>, <웃는 day>, <개그야>, <하땅사>, <웃고 또 웃고> 등이 신설과 폐지를 반복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평균 방송기간은 채 2년이 안된다.

MBC와 SBS의 이 같은 부침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기까지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명진 <코미디에 빠지다> PD는 “신인 개그맨을 발굴하고 훈련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코미디는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장르”며 “때문에 예능국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해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는 속도가 늦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항상 나온다”라고 말했다.

코미디 부진 예능 MC난으로

이처럼 부진을 면하지 못하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에 방송사들이 다시 관심을 쏟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방송사 내부에서도 확산된 게 하나의 요인이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은 리얼버라이어티와 토크쇼, 관찰형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예능의 영역이 다변화 할수록 예능의 밑거름이 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영준 <웃찻사> PD는 “요즘에는 가수와 배우들도 예능인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근간이 되는 개그맨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코미디는 여전히 예능의 화수분”이라며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예능 프로그램의 인적자원이 되는 개그맨들을 키울 수 있는 무대도 사라지게 된다는 의식을 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토대가 부실한 코미디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코미디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했던 MBC와 SBS는 자사 공채 출신 개그맨이 예능 MC로 성장할수 있는 길이 거의 단절된 상태다. 이경규, 박명수, 박미선(이상 MBC), 김구라(SBS) 등을 잇는 자사 공채 출신 메인 MC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와 다르게 KBS는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꾸준하게 성장해온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자사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관찰형’ 예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BS <인간의 조건>은 박성호, 김준호, 양상국, 김준형 등 <개그콘서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개그맨을 출연진으로 구성했다. <인간의 조건>의 인기는 이들 개그맨들의 안정된 호흡과 연기력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허경환, 최효종, 정범균 등도 KBS <해피투게더 3>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 <개그콘서트>가 배출한 이수근, 김병만은 타사를 종횡무진하면서 차세대 예능 MC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의 활약이 MBC, SBS에 자극이 됐다는 후문이다.

▲ MBC <코미디에 빠지다> ⓒMBC
코미디 부활 이끈 우울한 시대상

코미디 프로그램은 사회·경제 분위기와도 밀접하다. 풍자와 해학을 담은 코미디는 특히 암울했던 시대에 빛을 발했다. 1980년대 KBS <유머일번지>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 등의 코너는 군사정권의 억울린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개그콘서트>가 풍자 색깔이 짙었던 ‘사마귀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선보인 것도 이명박 정부 말기였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 코너를 썼고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메인 작가로 있는 장덕균 작가는 “코미디가 활성화됐던 시기를 보면 모두 어려운 시대였다”고 말했다. 장덕균 작가는 “코미디는 정치·경제적으로 얼어있던 시기에 국민들을 위로해 주는 역할을 했다”며 “현재 침체된 경제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에서 코미디가 되살아나는 것은 힘든 시기를 웃음을 통해 해소해 보려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미디 전성시대는 어느 정도 외압이 있었던 시절에 나타났다”며 “정부 출범 초기라는 정치적인 환경 변화와 다양해진 웃음 코드에 맞추기 위해 부활한 코미디 프로그램도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달라진 예능 흐름이 코미디에 다시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영준 PD는 “요즘 관찰형 프로그램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에 큰 웃음을 담기는 어렵다”며 “그런 측면에서 웃음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장기적인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웃찾사>는 일요일 오전 10시대에, <코미디에 빠지다>는 일요일 심야시간대에 편성돼있다. 최근 시청률도 각각 3.7%, 2.6%로 저조한 편이다. 성과주의 잣대로만 보면 언제든지 폐지 기로에 설 수 있는 성적이다.

김원 평론가는 “양질의 코미디가 나오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코미디가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각 방송사 코미디의 색깔을 찾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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