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극장’, 박정희 정권 평가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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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 미화 우려 현실로, 제작비 과다 책정 지적도

‘박정희 미화’ 우려 속에 첫 방송된 KBS 1TV <다큐극장>이 “88서울올림픽을 다루면서도 박정희 정권의 치부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방송된 <다큐극장>‘88올림픽, 신이 내린 한 수’ 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말기에 추진된 88서울올림픽의 유치 과정과 당시 정치 상황을 조명했다.

이날 방송은 88서울올림픽과 관련해 “식민지와 전쟁, 가난으로 이어진 세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구이자 입구였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88올림픽의 성공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방송에서 “현실적으로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왜 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그저 “모씨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국민 사기 진작과 대내외 홍보선전을 위해 올림픽 유치를 신청하는 것이 효과가 클 것이라고 건의해 깊은 연구나 큰 논의 없이 유치 신청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남덕우 당시 국무총리의 발언 정도로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 KBS 1TV <다큐극장>
정권 말의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대신 박 전 대통령에게 올림픽 유치를 제안한 박종규 25대 대한체육회장의 “즉흥적인 성격” 등에 비중을 두며 올림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본부)는 지난 4월 29일 낸 성명에서 “유신독재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부마항쟁 등 거센 저항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결정했다는 내막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박정희 정권의 치부는 가급적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12·12쿠테타로 권력을 넘겨받은 신군부에 대해서는 올림픽 유치단과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비판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전했다. <다큐극장>은 88올림픽의 서울 유치가 결정된 것과 관련해 “‘민중학살’을 자행한 정권이라는 평가에서 탈출할 탈출구를 얻게 됐다”며 “체육관에서 대통령에 오른 대통령은 바덴바덴의 기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88올림픽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데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성화봉송길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집을 잃었다. 희생은 약자에게 집중됐다”는 내레이션 말고는 “국운”,“기적” 등의 주관적인 표현들로 방송은 채워졌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실제 민초들의 삶의 변화와 이야기는 들어갈 자리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라며 “세대간 소통을 표방한다면서 고루한 국가주의적 관점을 취함으로써 소통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과 함께 외주에서 제작하고 있는 <다큐극장>의 편당 제작비가 과다 책정됐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다큐극장> 편당 제작비를 <역사스페셜> 기본 제작비(3250만원)보다 1000만원 높게 책정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KBS본부는 “근현대사 프로그램의 성격상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영상 자료인데 4250만원의 제작비가 어떻게 소요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똑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4000만원이 넘는 제작비를 올렸다면 여지없이 삭감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4일 방송 예정인 <다큐극장>‘글뤽아우프 독일로 간 경제역군들’편은 1960대 정부의 경제 개발 계획에 의해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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