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김재철 아바타’ 우려 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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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이사장 발언 논란…‘MBC 정상화’ 질문도 답변도 ‘구멍’

“김종국 사장이 면접 과정에서 MBC 경영진을 어떻게 구성하겠다고 밝힌 게 있나. 이를테면 김재철 전 사장 체제를 함께 이끈 이진숙 홍보기획본부장이나 권재홍 보도본부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등을 어떻게 하겠다고 밝혔나. 또 MBC 공영성 강화 등을 위한 방안으론 무엇을 제시했나.”

2일 김종국 사장을 MBC의 새 사장으로 선임한 직후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미방위) 회의에 출석한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장은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의 이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내놨다. “없었다. 10분 발표에 그런 디테일(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이른바 ‘김재철 전 사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종국 사장이 MBC 차기 사장에 선임됨에 따라 MBC 안팎에서 “김재철 시즌2”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문환 이사장은 이날 저녁 국회에 출석해 “최고의 적임자를 사장으로 뽑았다”고 자부하면서도, 김 사장이 ‘MBC 정상화’를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지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野 “‘MBC 정상화’ 방안에 대한 질문도, 답변도 구체적이지 않아…‘보이지 않는 손’ 작용”

▲ 김종국 MBC 사장 ⓒMBC
김문환 이사장은 김종국 사장을 두고 MBC 안팎에서 “김재철 아바타”, “제2의 김재철” 등의 우려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문환 이사장에 따르면 김종국 사장은 해직자 복직 등과 관련해 “법과 절차에 따라 여러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답했으며, 200여명에 달하는 징계자의 원상회복에 대해선 “업무 파악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철 전 사장 시절 노조(언론노조 MBC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취하 계획에 대한 질문은 아예 없었다. “보도·제작·편성 등의 자율성 보장으로 김종국 사장이 어떤 방안을 제시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김 이사장은 “(그런 질문이) 가볍게 있긴 했는데,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이사장은 “김종국 사장의 프레젠테이션이 4인의 후보 중 가장 좋았다”, “감탄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장을 선임한 것인가. (김 이사장의 말을 들으면) 면접 과정에서 구체적 질문도, 답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늘(2일) 이사회 전부터 이미 ‘김종국 유력설’이 파다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그렇게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맹세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김종국 사장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며 “MBC가 지난해 170일 파업을 하며 노조와의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김종국 사장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가장 잘 추스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또 “김종국 사장이 김재철 전 사장과 공적 관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김 전 사장 시절) 정책 결정에 참여한 바 없을 뿐 아니라, 관계가 썩 좋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하더라”며 “야당이 걱정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장·새누리, 김종국-김재철 ‘차별화’ 안간힘

김문환 이사에 따르면 김종국 사장은 이날 9인의 이사 중 최소 5인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었다. 김 이사장은 김종국 사장 선임에 다수의 방문진 이사들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9인이 투표를 했는데, 7개의 표를 개봉했을 때 이미 김종국 사장이 과반을 얻었다. 7개 표 중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이 2표를 받았고, 나머지는 김종국 사장이었기에 남은 2표는 개봉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당 의원들도 김종국 사장을 두고 “제2의 김재철” 등의 평가가 나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9인의 방문진 이사 중 6인이 김재철 전 사장 해임에 찬성했는데, 오늘(2일) 새 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개표한 7개 표 중 5표가 김종국 사장이었다는 건 김 전 사장 해임에 찬성한 이들 중 많게는 4~5인이 그에게 투표했다는 얘기”라며 “다수 방문진 이사들이 김종국 사장을 김재철 전 사장의 ‘아바타’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김기현 의원도 “방문진 이사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김종국 사장을 MBC의 새로운 사장으로 선출한 만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김종국 사장이 ‘MBC 정상화’의 기본 전제로 꼽히는 해직·징계자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장 선임 권한이 있는 방문진이 심사 과정에서 일련의 사안들에 대해 제대로 질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결국 정치적 압력으로 김종국 사장을 선출한 것”(노웅래 의원), “차후 MBC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방문진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상민 의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사장 후보들이 면접 과정에서 제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김종국 사장이 ‘창조경제 포럼’ 구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며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 어젠다로 포럼을 구성하겠다고 한 이가 과연 MBC의 공영성과 정치적 독립성 등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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