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 면책 조항 포함한 통비법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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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제기…‘통비법’ 언론에 족쇄 채우는 부작용도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권력기관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자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보도를 위해 통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비롯해 지난해 <한겨레>가 보도한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대화록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등 전략적 봉쇄소송이 남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소속 송호창 국회의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언론위원회·언론노조 등은 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토론회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언론의 자유’를 열고, 위법성조각의 사유를 포함한 통비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 호창 의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언론위원회·언론노조 등이 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토론회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언론의 자유’를 열고 있다. ⓒPD저널

이날 자리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강혁·박태원 변호사,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등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불법 감청 행위 등을 처벌한다는 게 통비법의 취지였으나 권력기관이 언론사의 공익보도를 통비법 위반으로 적용하는 등 ‘언론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겨레>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보도의 경우 통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지난해 10월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은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대금을 대학생 반값 등록금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회동을 가졌고, 최 기자는 이를 녹취해 보도했다. 통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기자의 공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 기자는 “언론인에 대한 전략적 봉쇄소송은 취재의 결과물인 보도의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언론의 취재 과정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한 뒤 “국가 기관이 언론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법적·제도적 권한을 남용한다면 이는 취재·보도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를 가져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한겨레> 보도처럼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하더라도 현행 통비법에 따르면 위반 혐의가 있다면 처벌 규정에 적용된다. 따라서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적 사안일 경우 법률적으로 위법이 되는 행위라도 예외 사정으로 규정해 처벌을 면책하는 등 위법성조각의 사유를 명시한 통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류신환 변호사는 “현행 통비법을 해석하는 방향은 위법적으로 취득한 게 잘못됐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지만 누설하는 것도 무조건 잘못됐다는 게 전제인 것 같다”며 “처벌에 대해 법적으로 취득한 자와 불법으로 취득한 자를 구분해 처벌 수준을 정해야 하고, 위법성조각의 사유 또한 세부적으로 나눠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언론인이 공익을 목적으로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의 비리와 관련된 대화를 녹음해 기사 작성에 사용한 경우 공익의 가치가 크다고 인정해 위법성을 면책해주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공감대를 표했다.

이어 최 교수는 “재판부는 언론이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기 위해 타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대화나 통화를 감청해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을 경우 언론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언론행위의 목적, 공적 중요성 포함 여부, 표현의 자유 규제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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