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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위해 지역방송은 사라져야 하는가
  • 승인 200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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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근 방송사 봄 개편을 맞아 대단히 위험스러운 방향의 개편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첫째, 오랫동안 지역사 프로그램의 편성시간대로 남아있던 저녁 7시대의 지역프로그램들이 보다 변두리시간대로 옮겨질 것이라는 점과 둘째, 월드컵과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지역 방송사의 제작인력을 잠정적으로 서울로 차출한다는 것이다.
|contsmark1|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국가적 과업이며 방송사로서도 다른 것에 우선해서 인력과 장비, 시간대를 할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contsmark2|그러나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을 백 번 인정한다하더라도 그것이 지역방송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며 지역사의 제작인력과 시간대를 줄여도 된다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contsmark3|작금의 편성정책의 근간에는 지역방송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우선 순위는 떨어지며 집중화된 중앙방송보다 그 효율성 면에서도 대단히 비경제적이라는 가정이 전제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contsmark4|따라서 국가적 대사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을 종일방송의 모자란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도 지역방송은 좀 참아달라는 뜻이 아닐까?
|contsmark5|지역방송은 지역의 현안을 공론화하고 환경감시기능과 지역문화의 배양처로도 그 역할을 해 왔고 또 해야 한다. 혹자는 지방의 일을 지방에서만 방송할 것이 아니라 전국에 방송하는 것이 방송효과 면이나 예산과 인력의 효율적운용에서 더 효과적이 아니냐는 관점도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contsmark6|정치에서도 시의회가 할 일이 있고 국회가 할 일이 있듯이 지역방송이 할 일이 있고 중앙방송이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산술적으로 10만이 보는 방송보다 100만이 보는 방송이 더 효율적이 아니냐는 생각은 지역의 의미에 대한 몰이해와 섣부른 상업논리만 살아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contsmark7|지역방송에서 할 얘기가 있고 중앙방송에서 할 얘기가 있다. 지역을 중앙화 한다는 것은 결국 중앙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소재와 접근방법만이 요구될 것이며 지역민이 주인으로, 생산자이며 소비자로 참여하는 자치와 참여기능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contsmark8|이는 방송이 환경감시나 주민통합 등의 언론 본연의 기능보다는 단순히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할 때만 가능한 얘기다.
|contsmark9|지역방송은 단순히 재미있고 신기한 볼거리를 중앙에 보급하는 원료공급처는 아니다. 지역은 지역중심의 문화와 정치와 자율이 존재하고 있고 또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지역방송이 있다. 더욱이 지역의 중요성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contsmark10|20세기가 중앙화, 획일화, 서구화, 대량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역화, 다원화, 그리고 토착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지식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작금의 개편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contsmark11|그 분들이 지역의 중요성이나 지역방송의 역할, 공영방송의 책무 등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본인이 지역에 속한 pd라고 해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지역주의나 집단이기주의도 아니다.
|contsmark12|다만 여러 가지 상황변화와 중요한 우선순위를 모두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역방송은 그 자리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굳건히 지키고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는 명백한, 그러나 잠시 잊고 있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contsmark13|심웅섭kbs청주 편성제작국|contsmark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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