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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에 "반기"를 든다

|contsmark0|‘열다’라는 말은 참 좋은 말 인 듯 싶다. ‘닫다’ 의 반대말이면서, 동시에 함축적인 다른 많은 뜻을 지닌 이 ‘열다’라는 동사가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특별한 의미를 던져준다.
|contsmark1|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은 아직 열려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언론이 필요하고 언론인이 필요하며 또한 열린 세상을 꿈꾸는 <열린 세상 오늘> 같은 프로그램이 오늘도 만들어지나보다.
|contsmark2|<열린 세상 오늘>은 매일 아침 방송되는 생방송 시사프로그램이다. 열린 세상을 꿈꾸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속 편하게 꿈만 꾸고 있을 순 없다. 하루에도 수 십 통씩 전화통과 씨름해야되고 수 십 명의 사람들과 출연 담판을 져야한다.그 중에는 선뜻 응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30분 통화 끝에 결국 못하겠다고 발뺌하시는 분이 더 많다.
|contsmark3|무엇보다도 아이템 회의가 방송을 막 끝낸 스태프들을 괴롭힌다. pd와 작가들은 마치 숙제검사 받듯이 혹은 이렇게 표현 할 수도 있겠다. “마치 도시락 반찬 꺼내놓듯이 아이템을 내놓는다.”
|contsmark4|학창시절에 도시락반찬을 서로 공개할 때 맛없는 반찬 싸오면 왠지 창피한 것처럼 색다른 아이템이 아니면 회의 때 똑같은 기분이 든다.
|contsmark5|아이템 선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화가 몇 개 있었다.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 감독인 히딩크에 대한 불신이 꽤 컸던 얼마 전, 신문지상이나 방송에는 히딩크에 대한 루머성기사가 자주 나오곤 했다. 우리도 이 문제를 한번 다뤄보면 어떨까? 하지만 히딩크에 대한 비판이나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에 대한 얘기는 이미 식상할 정도로 많이 나왔었다. 그렇다면 재야에 묻혀 지내는 박종환 전 국가대표감독이 한마디하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contsmark6|아니나 다를까 박종환 감독이 우리 프로그램에서 한마디하고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그때까지 히딩크에 대한 여러 가지 루머가 나돌았지만 이 일로 축구계는 본격적인 히딩크 논쟁을 하게되었고 결국 “월드컵 때까진 일단 한번 믿어보고 지지하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참 열린 논쟁이 아니었나 싶다.
|contsmark7|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다. 여성부가 친 양자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할 즈음이었다.
|contsmark8|신문에는 여성부의 정책발표가 단발성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친 양자제도 도입은 참 좋은 제도임에는 분명하나 우리사회가 이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였다. 이번에 이 아이템을 다루긴 다뤄야겠고 그렇다고 여성부를 연결해서 설명 듣는 뻔한 방송은 하기 싫고, 여성단체가 이 제도를 환영한다는 사실은 어린애도 알 것이고 그렇다면.
|contsmark9|우리는 결국 성균관장을 어렵사리 섭외 했다. 국내 유림을 대표하는 성균관장은 우리 프로그램에 나와 뜻밖에 발언을 했다. “유림은 친 양자제도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 한마디가 결국 일을 저지른 것이다.
|contsmark10|다음날 여성계와 각 신문사설은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물론 일부 유림인사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성균관장이 이미 이런 말을 했기 때문에 대세는 판정이 났다. 여성부의 이 제도 도입추진이 두고두고 유림과 다른 단체와의 논쟁을 불러올 상황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소모적 논쟁보다는 생산적 논의로 빨리 자리잡지 않았나 싶다.
|contsmark11|지금까지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것 같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일들이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매일매일 이런 일들을 하고 이런 아이템을 꿈꾸며 오늘도 치열하게 방송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열린 세상을 꿈꾼다는 것이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이 없다면 그 날 그 날이 고달플 따름이다.
|contsmark12|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함에 있어서 변치 말아야 할 원칙을 몇 가지 세웠다.
|contsmark13|첫째,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자’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 들 중에 큰 관심을 끄는 일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들을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하는 것이 아닐까?
|contsmark14|이 프로그램 또한 그 중에 하나이겠지만 그래도 남들과 달라야, 다르게 바라봐야 사람들에게 뭔가 다른 무엇을 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것이 교훈적인 것이 아니라면 색다른 맛이라도 있어야 이 프로그램을 듣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프로그램 제작자는 세상만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contsmark15|둘째, ‘서비스정신으로 일을 해야 한다’이다. 흔히 언론인을 여론주도층으로 대접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언론인들은 엘리트의식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언론인은 그 누구보다도 서비스정신으로 일을 해야한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함에 있어서 이 덕목은 필수인 것 같다.
|contsmark16|아이템을 고를 때부터 서비스정신은 진가를 발휘한다. 방송을 들을 사람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최고의 재료, 즉 최고의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 섭외 할 때도 서비스 정신은 요구된다. 인터뷰 대상자에게 손이 닳도록 빌어야 할 때도 있고 그들이 거절해도 아주 정중히 서비스정신을 발휘해야 다음에 섭외 할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contsmark17|정동근평화방송 라디오국|contsmark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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