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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심의에 제동, 역사적 판결”

[인터뷰] 방통위 제재 불복, 승소 이끈 CBS 양병삼 시사제작부장 박수선 기자l승인2013.05.21 13: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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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병삼 CBS 시사제작부장.  
▲ 양병삼 CBS 시사제작부장.
CBS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제재를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CBS의 손을 들어 준 법원의 판결은 논란이 많았던 ‘공정성 심의’의 문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정치심의’ ‘표적심의’ 등의 비판을 받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도 이번 판결로 더욱 군색한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시사프로그램에서 정부의 정책을 일방 비판한 경우에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은 방심위의 심의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3월 방심위는 지금은 폐지된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나온 출연자들이 소값 폭락 사태와 정부의 물가 정책 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방송심의규정 객관성과 공정성 조항에 근거해 법정제재인 ‘주의’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한 CBS는 재심까지 기각되자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양병삼 CBS 시사제작부장은 방심위의 처분을 놓고 1년 2개월간 이어진 공방을 가장 가깝게 지켜봤다. 지난 20일 만난 양 부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환기해줬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법원이 다행스럽게 시사프로그램의 제작 관행과 표현의 자유, 청취자의 알권리를 폭넓게 인정했다”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방송사가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 결과를 놓고 방통위와 법적 다툼을 벌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사의 재허가권을 쥐고 있는 방통위와의 관계와 이와 관련한 첫 판례를 남긴다는 부담을 안고 시작한 소송이었다. 양 부장은 “시사프로그램의 제작 방식과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를 무시한 재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방통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부담도 있었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말했다.

방통위의 제재는 그날 가장 뜨거운 이슈를 생생하게 담는 시사프로그램의 제작 과정과 성격 자체를 부정한 것이었다. 양 부장은 “시사프로그램은 뉴스보도와 달리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출연자들의 주관적인 견해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심위의 판단대로 기계적인 균형을 들이대면 제작 자체를 못하게 된다”며 “통상 찬반이 나뉘는 사안에 출연자를 섭외하지 못하면 진행자가 반대의 입장에 서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시간을 두고 반론을 듣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측(방통위) 소송 대리인이 중간에 바뀌면서 재판기간은 10여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는  이 기간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제작진들이 느끼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었다고 했다. 양 부장은 “상식선에서 바라보면 쉽게 결론이 날 수도 있었는데 재판이 길어지다 보니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이 ‘자기검열’에 빠질까봐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방심위 내부에서도 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위원회 구성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역시 방심위의 구성과 공정성 심의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공정성 심의는 관계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제재 여부나 수위가 달라질뿐더러 정부와 여당에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언론 본연의 역할이기도 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공정성 심의는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고 규정을 폭넓게 해석될 여지를 최소화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 2항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여야 6대 3 구조인 방심위를 합의제 기구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언론계 안팎의 요구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그는 “정부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행정기구인 방심위가 심의를 한다는 것 자체에 어폐가 있다”며 “민간 자율심의기구라는 취지에 맞게 민간위원의 참여를 늘리고 독립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언론학자들의 지적도 줄곧 제기됐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이번 판결이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며 “우선 일선 제작진들은 자기 검열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났고 방심위도 정부정책을 방송에서 비판했다는 이유로 제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는 내부 검토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방심위와 방통위가 항소를 포기하면 이번 법원의 판결은 최종확정돼 방심위가 CBS에 내린 ‘주의’처분은 취소된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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