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긴장 재점화 “김재철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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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문·권재홍, 보도·제작 핵심 인물 ‘회생’

김종국 사장이 취임한 지 20여 일 만에 본부장급 인사를 단행했지만, 예상 밖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늦어진 인사를 두고 MBC 안팎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으나 결국 김 사장은 ‘김재철 체제’ 핵심 인사를 내치지 못했다.

21일 단행한 이번 인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보도와 제작 부문에서 김재철 체제의 주요 인물이었던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과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자리를 보전했다는 점이다.

특히 권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파업 당시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허위라는 법원 판결에 책임이 뒤따르는데도 권 본부장은 유임됐다.

▲ 왼쪽부터 안우정 MBC부사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이장석 경영기획본부장.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9일 MBC<뉴스데스크>(2012년 5월 17일자)가 MBC본부의 파업 당시 “권재홍 앵커가 퇴근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MBC기자회(회장 김효엽)는 성명을 통해 “기자들의 충정에 귀를 닫은 채 전파를 사유화해 기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나아가 MBC 뉴스의 신뢰에 먹칠한 이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작본부에서는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이 유임되자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 MBC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의 앞길이 녹록치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시사교양 PD는 “백 본부장은 사실상 <PD수첩>을 초토화했고, 시사교양국을 공중 분해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한 뒤 “최소한 내년 2월까지 백 본부장의 임기인데 김재철 체제의 연장선으로서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탄압은 더욱 커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번 임원 이사 가운데 안우정 MBC플러스미디어 사장은 MBC 부사장, 이장석 워싱턴 지사장은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은 유임됐다. 사원급 본부장 가운데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은 유임됐다. 정성채 서울경인지사장은 글로벌사업본부장, 석원혁 제작기술국장은 디지털본부장으로 영전했다.

또한 김재철 체제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이었던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거취도 관건이다. 김종국 사장은 기획홍보본부와 경영본부를 경영기획본부로 통합하면서 이장석 워싱턴 지사장을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선임하고,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과 오정우 경영본부장을 경영기획본부 소속 사원 신분으로 발령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최근 인사 과정에서 주요 보직자로 유력하게 거론된 상황을 종합하면, 여전히 재기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부의 분석이다.

당장 MBC본부가 반발하고 있어 이번 인사는 긴장 국면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는 김종국 사장의 인사안은 김재철 체제의 지속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각을 세웠다.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 “MBC의 공영성·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보도와 편성·제작의 양대 축에 김재철 체제의 인물들이 그대로 유임됐다”며 “인적 청산과 정반대로 흘러왔다. MBC구성원들의 정상화 열망을 철저히 배반한 김종국 사장의 ‘김재철 체제 지속 공식 선언’을 보며 우리는 그에게 ‘김재철 아바타’, ‘김재철 시즌2’라는 수식어마저 과분하다”고 말했다.

MBC는 일차적으로 큰 줄기인 본부장급 인사안을 마무리함에 따라 그동안 줄줄이 연기됐던 MBC의 자회사 및 계열사 등의 대표이사 내정을 비롯해 조직개편과 국·부장급 인사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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