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심의 대신 RTV ‘뉴스타파’ 편성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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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심의 대신 RTV ‘뉴스타파’ 편성 심의?
與 방심위원들 “‘뉴스타파’, 보도 프로그램” 주장…“시민참여 프로그램, 조악”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3.05.2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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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22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시민방송 RTV를 통해 지난 3월 18일 방송된 <뉴스타파N>에 대해 공정성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를 전체회의로 넘겼다. 제재 수위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해당 안건을 전체회의로 회부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날 방송심의소위는 콘텐츠에 대한 심의보다는 <뉴스타파>라는 매체와 동명 프로그램을 보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여야 위원들 간 설전을 중심으로 전개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RTV “도식적인 심의규정 적용 아닌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특성 고려해야”

이날 방심위는 RTV를 통해 방송된 <뉴스타파N>의 ‘국정원 연계 추정 그룹, 트위터에서도 조직적 활동’ ‘권재진의 낯 뜨거운 이임식’ ‘긴장과 대결 부추기는 KBS’ ‘수갑 미군 출국 묵인 검찰, 직무유기로 고발 검토’ 등의 내용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공정성’ 조항 위반 여부를 심의했다.

<뉴스타파>는 전파를 통해 방송되지 않는 만큼 방심위의 심의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시민참여 방송인 RTV에 콘텐츠를 제공함에 따라 방심위 심의를 받게 됐다. RTV는 <뉴스타파>가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만큼 이곳에서 제작하는 콘텐츠를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편성하고 있다.

때문에 <뉴스타파N>을 편성한 RTV는 이날 서면 진술을 통해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견해와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해야 함에도 자칫 공정성과 균형성이라는 일반 프로그램 심의규정의 도식적인 적용에 의해 그 본질적 내용이 훼손되고 시청자참여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RTV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실제로 방송법 제70조는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대로 방송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규칙 제26조 역시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할 수 없도록 적고 있다.

RTV는 “해당 프로그램(<뉴스타파N>)을 심의하는 데 있어 방송심의규정의 일반규정인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방통위에서 정하고 있는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에 관한 편성 의무와 본질적 내용의 훼손금지 의무 등을 심의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추천의 김택곤 상임위원은 RTV의 이 같은 위치에 대한 존중 필요성을 말했다. 김 위원은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에 대해 일반 보도 프로그램을 다루듯 기계적·산술적으로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며 “(RTV에 대해선) 심의규정을 좀 달리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RTV (설립) 취지 자체가 정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확실히 하고 있는 만큼, (일반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잣대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여당 추천 위원들, 콘텐츠 심의 대신 ‘뉴스타파’ 프로그램 형식·존재 등에만 의문

반면 여당 추천 위원들은 RTV에서 방송한 <뉴스타파N>를 보도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엄광석 위원은 “RTV가 보도전문 혹은 종합편성채널도 아닌데 방송 내용은 모두 보도 프로그램”이며 설립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권혁부 부위원장 역시 “(<뉴스타파N>는) 분명히 보도 형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권혁부 부위원장은 <뉴스타파>를 보도 프로그램이라고 전제한 뒤 RTV를 통해 방송된 내용에 공정성·객관성 위반을 지적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관련한 방송에선 추측성으로 언급하다 나중에 여론조작에 가담했다고 단정하는 등 객관성 위반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른 방송 내용들에서도 객관성 위반이 두드러졌다”며 법정제재인 ‘주의’ 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광석 위원은 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비판의 대상에 대해서도 반론을 들어줘야 하는데, <뉴스타파N>의 경우 이 부분이 부족했다며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RTV의 <뉴스타파> 편성의 위법성 문제는 현재 정부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다. 어떤 장르와 포맷이 ‘보도’에 해당하는 지 여부 등에 대한 기준이 현행 법 체계 안에선 불분명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편성규제 고시 제정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이다. 때문에 방심위원들이 <뉴스타파N>을 보도 프로그램으로 전제하고 심의를 진행한 것은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추천의 장낙인 위원은 “해당 방송은 보도보다는 시사·논평에 해당한다”며 “시사·논평은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기에 논쟁의 영역이지 공정성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특히 <뉴스타파N>에 대해 민원인이 인상비평 식으로 공정성 위반을 주장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적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박성희 위원 “시민참여형 뉴스, 취재기술 등 습득하고 있나”…‘뉴스타파’ 폄훼?

심의 과정에서 박성희 위원은 <뉴스타파>의 존재를 평가 절하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위원은 “뉴스는 정확성과 공정성을 바탕에 깔고 취재를 하는, 회사 내부의 윤리규정과 심의규정을 거치는 곳에서 만드는데, 시민참여형 뉴스가 과연 그런 절차를 밟았을 지에 대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좀 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전문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또 “통상의 기자들이 언론사에 힘들게 입사해 배운 취재 윤리와 몇 년 동안 갈고닦은 (취재) 기술들을 과연 (<뉴스타파>에서) 습득하고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기자들을 제도권 언론의 기자들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 절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대표는 공영방송 탐사보도의 거목으로 불렸던 김용진 전 KBS 기자이며, <뉴스타파>의 진행을 맡고 있는 이는 MBC <PD수첩> ‘황우석’ 편과 ‘검사와 스폰서’ 편 등을 연출한 최승호 해직PD다. 이들 외에도 KBS와 MBC, YTN 등 국내 유수의 방송·언론사 출신 기자들이 <뉴스타파>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이날만 해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 취재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단독 공개해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박 위원은 “<뉴스타파>가 비영리 민간단체라고 하지만 확인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지, 상근 기자들은 몇 명인지, 방송 유지보수는 어떻게 하는지 기본적인 자료를 수집한 뒤에 평가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의 일련의 문제제기는 RTV에서 방송된 <뉴스타파N>의 콘텐츠 심의와 전혀 무관한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은 “그간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많이 해봤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 상당히 조악했다”며 <뉴스타파>만이 아닌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비하로 해석 가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심의 과정을 지켜본 한영석 RTV 사무국장은 “시민제작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이런 식의 심의를 한다는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인상만 앞세워 공정성 위반 아니냐는 식으로 심의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방송 내용의 어떤 표현과 취재 방식, 인터뷰 등이 공정성·객관성 위반인지 구체적으로 다뤄야 우리도 해명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지금처럼 채널의 성격을 의심하고 비하하며 왜곡하는 식의 심의는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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