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 인터넷 매체’ 이름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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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뉴스타파’ 특종 축소에 급급…SNS에 비난 쏟아져

자신들이 쫓아낸 언론인들이 만든 매체라 불편했던 것일까.

지난 22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대기업의 재산도피와 탈세 의혹을 밝혔다. 그러나 KBS와 MBC는 관련 소식을 뒤쪽에 배치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탈세’가 아닌 ‘페이퍼컴퍼니’에 초점을 맞추며 <뉴스타파>의 특종을 축소시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KBS는 <뉴스타파>의 이름을 밝히는 것조차 꺼렸다.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결과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이 모두 245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뉴스타파>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낸 이수영 OCI 회장, 조중건 전 대한한공 부회장, 조욱래 DSL회장(옛 동성개발)과 조 회장 장남 현강 씨 등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명단을 일부 공개했다. 이들에 대한 외화 밀반출이나 탈세 등의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22일 지상파 3사 메인뉴스인 KBS <뉴스9>(왼쪽 위), MBC <뉴스데스크>(오른쪽 위), SBS <8뉴스>(아래)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1차 결과’ 특종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화면캡처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서도 일제히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나 SBS <8뉴스>만이 <뉴스파타>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1차 결과’를 톱뉴스로 보도한 데 이어 조세피난처에 대한 해설보도까지 했다. 그러나 KBS와 MBC 메인뉴스는 중반부에 배치함으로써 사실상 뉴스의 중요도를 떨어뜨렸다.

KBS <뉴스9>은 관련 소식을 보도한 “‘조세피난처’ 금융계좌 한국인 245명 명단 공개”를 8번째 리포트에 배치했다. 지난 20일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과정에서 벌어진 주민과 한국전력의 충돌 상황을 보도하지 않은 <뉴스9>는 이틀이 지난 이날 헤드라인부터 무려 4개 꼭지를 보도했다.

뉴스 가치 판단 외에 KBS는 보도 과정에서 <뉴스타파>라는 명칭을 언급하지 않고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지칭하며 <뉴스타파>의 ‘주장’이라고 반복적으로  보도해 신뢰도에 대한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KBS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버진 아일랜드 등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245명의 명단을 확인했다고 ‘국내 한 인터넷 언론 매체’가 ‘주장’했다”며 리포트 내내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만 할 뿐, <뉴스타파>라는 이름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인터뷰 화면이 나갈 때 자막으로 처리된 정도였다.

MBC <뉴스데스크>도 “‘조세피난처에 한국인 245명 유령회사’…재산은닉-탈세?” 리포트를 5번째에 배치했고, 관련 내용의 출처가 <뉴스타파>인 사실이 뉴스 후반부에서야 나왔다.

KBS와 MBC가 <뉴스타파> 소식을 뒤 쪽에 배치하며 뉴스 가치를 폄하한 것도 문제지만 내용 역시 초점을 흐리고 있다.

<뉴스타파>가 밝힌 조사 결과의 파장이 큰 이유는 대기업 오너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탈세 의혹이 짙다는 데 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주요 탈세 통로로 사용되어 온 사례가 많은 만큼 국세청도 <뉴스타파>에서 발표하는 인물들에 대한 탈세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BS와 MBC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탈세’ 여부 보다 기업의 해명과 ‘페이퍼컴퍼니’의 합법성에 더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최승호 앵커가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ICIJ와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1차 취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컷뉴스
KBS <뉴스9>는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고, 탈세 사실이 적발되면 적절한 조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만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닌 만큼 탈세와 연관돼 있는지 검증을 거쳐 의심되면 세무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보도하며 보도의 파장을 축소시키려는 듯 보였다.

반면 SBS <8뉴스>는 “한국인 245명 조세피난처에 법인…재벌 인사 포함” 리포트를 헤드라인으로 전하며 명단이 공개된 기업들이 해명하고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그럼에도 발표 직후 OCI와 효성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명단 공개의 파장을 전했다.

이어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만드는 이유는” 리포트를 통해 특종이라고 할 만큼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대기업 오너들의 명단 공개가 왜 중요한 지에 대해 해설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8뉴스>는 페이퍼컴퍼니를 “탈세의 온상”이라고 지적하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경우 세금 걱정이 없고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된다는 이득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세청은 이미 미국 영국 호주와 방대한 역외탈세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며 “탈세가 의심되는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액 추정과 과태료 부과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뉴스 보도가 나간 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KBS 보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은 “KBS <뉴스9>가 조세피난처 관련 보도를 하는데 앵커가 ‘한 인터넷언론’이라고 출처를 언급했다. 한 언론이 <뉴스타파>다. KBS가 구박한 김용진, 최경영 전 KBS 기자가 있는 그 <뉴스타파>다. 언급하기 싫었겠지만 국민은 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KBS가 <뉴스타파>를 <뉴스타파>라 부르지 않고, ‘국내 한 인터넷 언론매체’라고 했지요. 이런 KBS를 ‘국내 한 정권나팔수 언론매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라고 꼬집었다.

KBS 한 기자는 “<뉴스타파>의 특종이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과 주류언론에서 다뤄지는 방식을 보면서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김용진, 최경영 선배가 KBS를 미련없이 박차고 나간 이유를 그래서 알겠다. 부끄럽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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