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사프로그램 폐지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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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프로그램 폐지 추진 논란
‘뉴스 인력 충원’ 이유로 ‘현장21’ 폐지안 임원회의 보고…“시사·탐사보도 죽이기” 반발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05.24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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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기자들이 만드는 유일한 시사프로그램인 <현장 21>을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웅모 SBS 보도본부장은 지난 23일 열린 경영진 회의에서 <8뉴스>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현장 21> 폐지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현장21>팀에 소속된 기자들을 뉴스 취재 인력으로 충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최근 <8뉴스> 시청률이 동시간 대에 방송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에 역전된 것과 관련한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3일 SBS <8뉴스> 시청률은 7.2%, MBC <뉴스데스크>는 7.4%를 기록했다.  <뉴스데스크>가 시간대를 이동한 지 6개월만에 따라 잡힌 상태다.

하지만 보도본부에 유일하게 남은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은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장21>팀 소속 기자 13명은 폐지 움직임이 알려진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수시로 시간대를 변경하고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는 등 보도국 외부에서의 온갖 탄압에서도 우리가 버텨왔던 이유는 바로 탐사보도와 보도제작이 기자로서 지켜야 하는 보도의 중요한 축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며 “이웅모 본부장의 행태는 기자들의 수장, 보도국의 수장이 기자들의 이런 의지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 SBS ‘현장 21’ 취재진 ⓒSBS
SBS 내부에서는 인력 보강과 뉴스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현장 21> 폐지 이유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보도국 게시판에는 <현장 21> 폐지에 반대하는 글이 60여건이나 올라오는 등 보도국 내부의 반대 여론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현종 SBS기자협회장은 “<현장21>를 폐지한다고 해도 뉴스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기자들은 최대 6명에 불과하다”며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시청률 저하를 극복하는 방안을 만성적인 뉴스 인력 부족에서 찾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승이 언론노조 SBS본부(이하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도 “뉴스 강화를 위해 인력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서 이를 시사 프로그램 폐지로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사보도프로그램은 채널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심층적이고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닫아버리면 보도의 역량은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탐사보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추세를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내부에서 나온다. 하현종 기자협회장은 “<뉴스타파>가 최근 큰 일을 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뛰어난 제작인력과 탐사ㆍ심층보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며 “지상파는 <뉴스타파>보다 풍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책무를 외면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현장21> 폐지 추진을 두고  정치 권력과 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시사프로그램을 그동안 불편해 했던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2011년 SBS <뉴스추적>이 폐지되고 <현장21>이 신설된 이후에도 ‘시사프로그램 흔들기’ ‘외압 논란’ 등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이웅모 SBS 보도본부장은 “인력 운용과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도본부장으로 낸 의견이지 확정된 건 없다”며 “노조와 기자협회의 목소리와 편성 쪽의 의견 등이 개편안을 짜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된 이후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SBS 기자협회는 <현장21> 폐지 추진과 관련해 오는 27일 운영위원회를 거쳐 기자협회 총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SBS본부도 24일 사측에 방송편성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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