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출연으로 ‘면죄부’ 받은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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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폴리테이너 출연 ‘사전 선거운동’ 우려도

정치권을 나온 ‘폴리테이너’(politainer, 정치인과 연예인의 합성어)들이 방송에 연착륙하고 있다.

국민 비호감에서 호감 방송인으로 거듭난 강용석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 변호사는 요즘 ‘강변’이라는 호칭보다는 방송인으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과 JTBC <썰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선 ‘준 방송인’이다. SBS 아나운서 출신인 유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은 tvN<택시>에서 신고식을 한 뒤 연달아 JTBC <닥터의 승부>에 출연하면서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최근 방송가에서 두드러진 폴리테이너의 약진은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전에는 탤런트와 코미디언 등이 대중적인 인기를 반영해 정계에 나갔다면 요즘엔 이와 반대로 현실 정치에 몸을 담근 이들이 방송에 진출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 JTBC <썰전>에 출연 중인 강용석 전 의원 ⓒJTBC

서수민 KBS <개그콘서트> CP는 “예전에는 정치권에서 유명한 탤런트와 아나운서를 영입했는데 이제 역으로 정치인들이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지난 대선 이후에 젊은층의 정치적인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예능에서 정치를 소재로 써도 지루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시청자들도 방송에 등장한 폴레테이너들에게 박하지 않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정치인 출신들이 전하는 생생한 현실정치의 뒷이야기와 이들이 보여준 의외의 친근함이 통한 것이다. <썰전>과 <강용석의 고소한 19>에서 강 변호사는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내보이면서 굴욕을 자처하거나 정치권과의 거리감을 십분 활용해 객관적인 ‘정치 평론가’의 면모를 보인다. 정치 사회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입담을 겸비한 이들은 그동안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들에게 찾아 볼수 없는 유형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변신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정치인 시절 ‘막말’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과거’ 때문이다. 이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스스로 희화화하거나 이미지가 포장되는 동안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썰전>은 강용석 앞에 붙은 ‘저격수’라는 수식어를 언급하지만 왜 그를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 시장의 저격수로 지칭하게 됐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제명당한 강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했다가 결국 허위로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 사흘 뒤에 총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결국 유권자의 엄정한 심판을 받았다. 4.3%의 득표율은 그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반영한 수치였다.

▲ 다시 방송을 시작한 유정현 전 의원 ⓒtvN

사정이 이런대도 예능에선 정치인들의 이런 과오를 개의치 않다는 듯 넘어가기 일쑤다. 폴리테이너들을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폴리테이너의 방송 진출을 곱지 않게 보는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방송이 재기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지난 2월 <썰전> 1회에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강 변호사에게 던진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힐난은 이런 여론을 대변하는 말이다. 한번 방송가를 떠났다가 다시 ‘재취업’한 유정현 전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손범규 전 한국아나운서연합회장은 “대한민국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정치권에 발을 담궜던 이들이 낙선한 뒤에 손쉽게 방송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뜻을 세우고 정치권으로 갔다면 계속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 등의 모색하는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손 전 회장은 “정치인은 욕하면서 뽑는다고 하지만 이런 인물들은 안 뽑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며 “제작진도 시청률만 의식한 게 아닌지 각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영입한 방송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여운혁 <썰전> CP는 “(예능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는 것과) 정치인으로 다시 선택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한국의 정치 지형과 대중의 여론을 감안하면 정치인들의 방송 출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미리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강용석 씨가 정치인으로 돌아갔을 때 방송에서 내뱉은 말들과 모습이 면죄부가 될지, 족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시청자, 유권자의 입장에서 대중들은 이들이 방송에서 한  말과 행동을 포함해 검증하게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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