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이름 가리고 ‘해명 받아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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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이름 가리고 ‘해명 받아쓰기’ 급급
조세피난처 특종 축소하는 언론
  • 박수선‧최영주 기자
  • 승인 2013.05.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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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차린 한국인 명단을 공개하며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를 전하는 다른 언론의 태도는 뜨뜨미지근하다.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12명의 실명이 공개된 이후 <뉴스타파>가 제기한 역외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추적하는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뉴스타파>  보도 성과를 축소하거나 명단에 포함된 ‘기업 감싸기’에 급급한 언론이 태반이다.

버진 아일랜드, 쿡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데다 역외 탈세와 비자금 조성이 의심되는 한국인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뉴스타파> 보도의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S와 MBC의 보도를 보면 <뉴스타파>가 제기한 역외 탈세 의혹과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세피난처’ 2차 명단이 공개된 지난 27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소식을 16,17번째로 배치했다. 가수 싸이의 ‘인종차별’ 논란과 ‘자동차 급발진’을 다룬 뉴스에도 밀렸다.

<뉴스타파> 2차 공개 명단 내용에 이어진 ‘조세피난처와 선 긋기…’개인적인 일, 회사와는 무관‘에선 한진해운과 대우·한화그룹의 입장을 상세하기 실었다. “한화그룹은 외국 고객 접대와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페이퍼 컴퍼니 설립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며 '사적이든 공적이든' 페이퍼컴퍼니가 탈세와 비자금 조성 수법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세무조사 등 향후 미칠 파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기업의 입장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의 김용진 대표(왼쪽)와 최승호PD가 2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국내 인사를 공개하고 있다. ⓒ노컷뉴스

KBS <뉴스9>도 이날 다섯번째로 ‘재벌 오너 등 조세회피처 2차 명단 7명 공개’을 보도하면서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보다 거론된 기업의 해명을 싣는 데 중점을 뒀다. 리포트에선 “그룹이 조세 회피처에 서류상의 회사를 만들었다‘는 사실만 알릴뿐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설립한 게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빠뜨렸다. SBS <8뉴스>는 1차 명단이 나온 지난 22일에 이어 27일에도 이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뉴스데스크>와 <뉴스9> 보도에선 <뉴스타파>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엿보이기도 했다. <뉴스9>는 지난 22일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최승호 앵커가 참석한 기자회견을 자료화면으로 쓰면서 최승호 앵커만 나오는 그림을 뉴스에 내보냈다. KBS 탐사보도팀장을 지낸 김용진 대표는 ‘보복인사’논란을 겪다가 지난 2월 KBS에서 나와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다. KBS <뉴스9>는 지난 22일에도 <뉴스타파>라는 명칭을 언급하지 않고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지칭하며 <뉴스타파>의 ‘주장’이라고 소식을 전달했다.

신문도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단에 거론된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경위와 회사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추가 취재와 기업의 해명을 반박하는 보도는 거의 없다.

보수신문에선 ‘뉴스타파’ 보도를 폄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1차 공개 소식을 보도하면서 <뉴스타파>를 ‘좌파 성향의 독립 인터넷 언론’이라고 소개해 <뉴스타파> 취재진이 불쾌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22일에 이어 27일에도 부제에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 주체를 적시하지 않고 ‘인터넷 매체’라고만 표현했다. 경제지들은 <뉴스타파> 보도로 재계에 불똥이 튀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뉴스타파> 보도 전에 관련 자료를 공개한 이유는 다른 매체에서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전후 시기의 내막 등을 함께 취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후속보도가 적어 아쉽다“며 ”보도 이후 기업들이 내놓는 해명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것도 필요한데 (기자들이) 단순히 해명만 받아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그동안 기업을 담당하는 기자들과 매체들이 대부분 홍보성 기사들을 주로 써왔기 때문에 이번 조세피난처 건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기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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