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멈춰버린 시계, 언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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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해직 사태 장기화…답답한 현실에 복직 ‘까마득’

MB(이명박) 정부에서 해고된 언론인들의 해직시계가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방송 사수’을 외치다 해고된 언론인은 모두 18명.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이 국민대통합의 우선 과제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이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직기자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해직 생활을 견뎌내는 것, 그리고 해직언론인 문제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는 정도다.

최장기간 해직상태에 놓여 있는 YTN 해직기자 5명은 전국 400km 거리를 걷는 국토순례를 자처했다. 2008년 해직된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기자는 지난 10일 출정식을 하고 19일 일정의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순례에 나섰다. 출정식에서 노종면 해직기자는 “19일 동안 걸으면서 5년 동안 왜 싸워왔는지 자신에게, 동료에게 묻고자 한다”며 “YTNㆍKBS‧MBC 공정방송이 더 이상 권력의 진상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오늘 이 작은 걸음이 도움되길 바란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종욱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해직 5년이 가까워지는데 사측과의 복직 논의에는 진전이 없다”며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당사자들이 험한 여정을 떠나면서 해직자들은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회사에 남아있는 동료도 새롭게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국토 순례를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지난 10일 서울 중구 YTN 사옥 앞에서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 순례 출정식을 마치고 노종면 기자(오른쪽)를 비롯한 YTN 해직기자 5명과 김종욱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첫 번째 ‘미디어피폭지’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언론노조

지난해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 파업 기간에 해고된 7명도 여전히 해직자 신분이다. MBC는 지난해 3월 이용마 전 MBC본부 홍보국장을 해고한 데 이어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MBC본부 사무처장, 최승호PD, 박성제 기자, 박성호 전 MBC기자회장, 이상호 기자를 해고했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오는 18일 해고 1년을 맞는다. 박성제 해직기자는 지난 3월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스피커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일이다. 박 기자는 “해고 이후 새정부 출범과 김재철 전 사장 해임 등 MBC가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결국 부질없이 끝났다”며 “언제 끝날지 모를 해고 생활을 버티기 위해선 일이 필요했는데 평소 취미였던 오디오와 스피커를 관심을 돌리게 됐다”고 근황을 전했다.

최승호 PD는 지난 3월부터 조세피난처 보도로 주목받고 있는 <뉴스타파>에서 앵커 겸 PD로 활동하고 있다. 최 PD는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긴 이후 MBC에 있었던 이상으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며 “당장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김종국 사장이 있는 한 권력에 대한 견제와 정부정책에 어떤 비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김종국 사장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실제 언론인들을 무더기 해고한 김재철 전 사장이 물러난 뒤에도 MBC 내부에서 복직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5일 김종국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노사협의회를 열었지만 해직자 문제에 대해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YTN 역시 올 초에 해직자 문제를 놓고 노사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가 사측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사측은 해직자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전제로 복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월 언론노조와 인수위가 ‘해고자 복직을 논의하기 위한 창구로 합의한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아직까지 구성도 못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세계대회 총회에서 YTN‧MBC 해직 기자들의 즉각적인 복직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정부에 “공정보도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재훈 MBC본부 홍보국장은 “인수위 때 해직 언론인 복직 논의를 위한 상설 기구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은 현재 유명무실해졌다”며 “해직 언론인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한편 정치권력의 눈치를 필요 이상 보고 있는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정치권에도 문제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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