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TV조선과 채널A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방송 문제를 내년으로 예정된 재승인 심사에 종합적으로 판단해 반영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이하 방송공정성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일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5·18 왜곡 방송에 대한 방통위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5·18 왜곡 방송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 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점수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종편의 5·18 왜곡 방송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려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5·18 왜곡 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종편들에 대한 재승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군사 쿠데타에 항거한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로 대한민국 정체성”이라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송은 존재 이유가 없다. 5·18 왜곡 종편은 절대 재승인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유승희 의원은 지난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TV조선과 채널A의 5·18 왜곡 방송에 대해 ‘경고’와 ‘관계자 징계’라는 법정제재를 의결한 것을 언급하며 “(5·18 왜곡으로) 법정제재를 받은 부분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승인 심사에서 주요 감점요인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은 5·18 왜곡 방송에 대한 방심위의 제재 수위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청래 의원은 “5·18 광주에 북한군이 왔다는 건 명백한 오보”라며 “(방심위 심의제재와 별도로) 방통위원장으로서 다시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도 “일부 종편의 5·18 왜곡은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임에도, 채널A 관계자는 방심위 진술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오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나’라고 주장하며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경고’와 ‘관계자 징계’ 처분은 정당한 징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경재 위원장은 “법에 따르면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건 민간기구인 방심위로, 우리(방통위)는 그저 (방심위 결정대로) 행정 처분을 할 뿐”이라고 답하며 책임을 비켜가는 동시에 “언론에선 (방심위 조처를 두고) 중징계라고 표현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 촉구에 방통위원장 “노사 문제”이경재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등에 반대하다 해직된 18인 언론인 문제에 대해 “노사 간 해결할 부분”이라며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해직기자 출신으로 해직 언론인들의 아픔을 알지만, 복직은 회사 내부의 문제이며 법적(해직 등 징계처분 취소 소송)인 부분도 있으니 방통위가 개입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 국민 대통합위원회를 구성해 해직 언론인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신경민 민주당 의원), “방통위 차원에서 TF(태스크포스)팀이라고 꾸려 해직언론인 실태조사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유승희 민주당 의원), “MBC·YTN 등 해직언론인이 발생한 언론사의 사장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복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방통위원장이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정청래 민주당 의원)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 최민희 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종편 4사의 특혜 로비 비밀 공모와 관련한 지적도 이어졌다. 최 의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종편 4사는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에 로비를 벌여 8VSB 전송방식 도입과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를 통한 광고 직접영업 기간 연장 등 ‘특혜’ 지속과 신설을 위해 담합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CJ 등의 MSO(복수종합유선방송 사업자)를 압박해 케이블 수신료를 받아내기 위한 작전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최민희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 이하 미래부)가 종편 4사 비밀 회동 다음 날인 지난 5월 14일 8VSB 연구반 구성에 나선 것 등을 지적하며 정부가 종편 4사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힘있는 종편 4사가 담합할 경우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 차원에서 종편 4사의 담합이 가능할 수 없게 관련 내용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의 신경민 의원도 종편 4사에 8VSB 전송방식을 도입할 경우 기존 PP(채널)가 최대 12까지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종편을 위한 너무도 분명한 의도가 보인다”며 의혹을 해소할 만한 정부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민희 의원은 방통위가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일보> 등이 tvN의 <SNL코리아> ‘위크엔드 업데이트’와 <백지연의 끝장토론>, RTV의 <뉴스타파>, <고발뉴스> 편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자마자 유사보도 규제 방침을 밝히고 조사에 돌입한 것을 지적하며 “정치적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행정의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경재 위원장은 “<조선일보> 등 언론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에 한 번 조사해보자 판단했던 것”이라며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