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취자가 아이의 말을 문자로 옮겨 보낸 사연이다. 여섯 살짜리 청취자는 <장일범의 가정음악>을 진행하는 장일범 씨가 해설도 하고 성악가처럼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직접 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라디오 저쪽에서 장일범 씨 혼자서 그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상상력이 사랑스럽다. 그 아이에게 어떤 메카니즘을 통해 라디오 방송이 이루어지는지 굳이 가르쳐줄 필요가 있을까?
장일범 씨는 음악이 나갈 때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지휘도 하고, 춤까지 춘다. 동글동글한 인상에 언제나 기분 좋은 목소리, 클래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까지 갖춘 그를 만나면 누구라도 클래식 마니아가 될 수 있다.
그의 다재다능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코너가 격주 금요일에 마련되는 ‘오페라 세상만사’다. 장일범 씨와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 씨, 박지현 아나운서가 함께하는 이 코너에서는 아무리 심각하고 어려운 오페라도 재미있는 드라마로 거듭난다.
오페라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가진 장일범, 유정우 씨는 연기력도 뛰어나서, 여자역을 맡겨도, 1인 5역을 맡겨도 맛깔스럽게 해낸다. 고급스러운 유머감각과 순발력을 갖춘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애드리브를 듣고 있으면 ‘개그콘서트’가 울고 갈 정도다.
수요일의 ‘위드 피아노’도 ‘오페라 세상만사’와 함께 <장일범의 가정음악>의 간판 코너이다. 이 코너는 클래식FM의 생방송 스튜디오에 비치된 피아노를 이용한 국내 최초의 스튜디오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로 피아니스트 조재혁 씨가 스타 연주자로 부상하는데 공헌했다.
또, 주말코너 ‘인문학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를 듣고 있으면 유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조금씩 깨면서 전 국민을 클래식 애호가로 만드는 것! <장일범의 가정음악>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