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언론인 징계 무효 판결 ‘사필귀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판부, 공정보도 요구 파업 정당성 인정 “부당한 징계”

▲ 지난해 2010년 있었던 KBS본부 노조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13명이 지난해 2월 20일 KBS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PD저널
이명박 정권 시절 언론인들이 사측으로부터 받았던 정직 등 징계처분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법원이 징계의 부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 13부(부장판사 박인식)는 엄경철 전 언론노조 KBS본부장을 비롯해 이내규 PD, 성재호 기자, 김경래 기자가 지난 2010년 KBS본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내린 KBS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해 1월 30일 엄경철 전 본부장·이내규 부본부장 정직 6개월, 성재호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 정직 5개월, 김경래 편집국장 정직 4개월 등의 징계를 내렸다. KBS는 KBS본부가 2010년 7월 ‘임금협상· 공정방송 쟁취, 조직개악 저지’ 등을 내걸고 29일간 벌인 전면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뒤 취업규칙에서 정한 성실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무효 판결과 관련해 재판부는 “노조의 행위는 정당한 활동 범위에 속하며 KBS의 징계 처분은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담당한 신인수 변호사는 “당시 파업을 방송 근로자들의 정당한 행위로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사용자인 KBS는 불법파업으로 규정했지만 법원에서는 징계를 무효라고 판시해 2010년 KBS본부 파업의 정당성을 재확인 해주었다”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같은 날 <부산일보>를 소유한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았던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도 부산지방법원에 낸 대기발령 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부장판사 성금석)는 “원고(이정호 편집국장)가 기사 게재와 관련해 당시 <부산일보> 사장의 지시를 거부한 것은 편집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나름대로 언론인으로서의 직업관에 기초한 사명의식과 책임감의 발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변호한 변영철 변호사는 “<부산일보>의 소유주인 정수장학회 문제가 정권 핵심과 연결된 사안이라 소신 있는 판결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재판부에서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명박 정권에서 정부 정책에 반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징계를 당한 MBC <PD수첩> 제작진이 1년 3개월 만에 법원으로부터 무효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08년 4월 송일준·조능희·이춘근·김보슬 PD는 <PD수첩> ‘미국산 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했다. 이에 MBC는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조능희․김보슬 PD에게 정직 3개월, 송일준․이춘근 PD에게는 감봉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이 잇따라 승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변영철 변호사는 “언론인 징계의 속내를 살펴보면 기자가 소신 있게 기사를 쓸 수 있느냐, 사주와 정부에 반하는 걸 말할 수 있느냐는 것으로 결국 ‘언론 자유’의 문제”라며 “그런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고, 앞으로 언론의 자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