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철의 스마트TV] TV의 미래, ‘채널’이냐 ‘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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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 넷플릭스(Netflix) 라는 기업이 있다. 1997년 DVD 배달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영상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인터넷 기반 미디어 업체다.

2013년 4월 현재 미국을 포함한 북남미와 유럽에 360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확보했고, 2013년 1/4분기 매출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000억원)를 넘어선 가파른 성장세의 기업이다. 가입자가 한 달에 7.99 달러의 요금을 내면 넷플릭스가 전송권을 확보한 디즈니, 타임워너 그룹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HBO 같은 네트워크 방송망의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다.

시청을 방해하는 광고도 없고, 시청방식도 다양하다. 계정 하나만 만들면 넷플릭스 셋톱박스 설치한 TV로, 인터넷 접속한 PC나 Mac으로, 넷플릭스 앱을 설치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PS3·Wii 같은 게임기로도 넷플릭스가 보유한 수많은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넷플릭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기업의 성장이 기존 TV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흘려주기 때문이다. 올해 2월 1일 넷플릭스는 TV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편성을 단행하고 성공시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자체 제작한 정치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케빈 스페이시 주연) 13편을 단 하루에 볼 수 있게 한 것. 기존 네트워크들이 한 주에 한 편씩 방송했던 것에 비하면 무모한 도박에 가까운 시도였다. 그런데 이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하루 만에 넷플릭스 가입자는 2백 만 명이 늘어났다.

▲ 지난 2월 1일 넷플릭스는 TV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편성을 단행하고 성공시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자체 제작한 정치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케빈 스페이시 주연) 13편을 단 하루에 볼 수 있게 했다.

어떻게 이런 예측이 가능했을까? 넷플릭스는 수년간 가입자들의 스트리밍 시청 행태를 면밀히 분석했다. 요일·지역· 성별· 연령별 로그인 시간 대, 시청 시간, 시청 프로그램 장르 등을 기록한 방대한 빅 데이터에서 시청 패턴을 읽어낸 것. 가입자들이 시리즈물을 주말에 여려 편 몰아서 보는 유형이 확연하게 잡혔다. 이런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넷플릭스는 2월 1일 금요일 저녁을 D-DAY로 잡아 13편을 서버에 올렸다. 엉성한 시청률 데이터만 가진 지상파가 따라 하기 힘든 시도였다.

넷플릭스는 올 2월의 성공 후 자사의 비젼을 정리한 문건을 발표했다. 문서에서 넷플릭스는 자사를 ‘앱(App)’ 이라 칭하고, 기존의 다른 케이블, 네트워크 방송사들을 ‘채널(Channel)’ 이라 구별했다. 채널이라 단어는 선형적(linear)이고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지 않은 구시대적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채널’에선 TV 같이 고정된 기기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송출되는 구식 방송의 냄새가 난다.

반면 앱에선 시청자가 어느 기기에든지 깔고 실행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본다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능동성과 상호작용의 느낌이 난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태생적인 채널 사업자 중에서도 앱으로 전환해 채널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이들만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의 BBC는 아이프레이어(iPlayer)를 통해 자사의 프로그램을 공급함으로써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 TV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 손현철 KBS PD
문건의 마지막에서 넷플릭스는 미디어 환경이 아무리 급변해도 세대를 거쳐 변하지 않는 시청자의 특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바로 가족, 친구와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긴장을 풀고, 삶의 기쁨을 누리려는 인간의 본성이다. 기존 가입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넷플릭스는 매년 20억 달러(한화 2조 2000억원)를 들여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의 판권을 확보하고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TV의 미래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앱’으로 가는 것이 확실하다. 앱으로 탈바꿈하는 방송사 중에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최종 승자는 시청자에게 가장 접근성이 편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앱을 접근시키고, 그 앱을 채울 흥미진진한 최상의 콘텐츠를 보다 많이,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미디어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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