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쾌도난마’ 막말 방송 이유는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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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의견진술서 “품위없음 알지만 시청률 포기 어려워” 솔직 고백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벌써 15점의 벌점을 쌓은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추가 벌점을 누적할 상황에 직면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역사다큐 <백년전쟁>을 ‘꽃뱀’에 비유한 방송(5월 21일)과 이른바 ‘5대 얼짱’ 여성 정치인을 소개하며 외모와 몸매에 대해 ‘품평’한 방송(3월 26일)에 대해 3일 방송통신심의의원회(이하 방심위)가 중징계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프로그램 론칭 1년 6개월 만에 누적 벌점 15점을 기록했을 만큼 방심위 제재 단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극우 정치평론가로 악명을 떨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 ‘막말’ 출연자들을 중용해 왔다. 이날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에서 심의한 부분도 이봉규 시사평론가의 출연 방송분이었는데,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채널A 관계자는 “품위가 없고 극단으로 치닫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이봉규 평론가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오른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출연자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부분으로, 향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채널A
“문제 알지만, 시청률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방송소위에서 박성희 위원은 채널A가 이봉규 평론가에게 상당한 권위를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봉규 평론가의 품위나 어휘 수준이 채널A의 이상을 구현하는데 적합해 그런 스타일을 (문제 지적이 이어짐에도) 갖고 가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또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오락과 시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재미와 논쟁을 한 번에 노리려 하는 것 같은데 (시청자는) 재미 대신 불쾌감을 느끼고, 시사 측면에선 객관성·중립성의 위반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서영아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이봉규 평론가의 스타일을 채널A의 스타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프로그램 시작) 1년이 넘은 단계인데 이봉규 평론가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오르고, 제작진 입장에선 그런 경험이 있어 (해당 출연자를) 계속 쓰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부본부장은 “‘시청률 부분을 포기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하며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대해 (방심위에서도) 여러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봉규 평론가와 관련한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도 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부본부장에 따르면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최근 이 평론가가 맡고 있는 코너(‘순위 정하는 남자’)를 일주일 2회 편성에서 1회 편성으로 축소했다. 서 부본부장은 “(해당 코너에) 문제가 많다고 인식하고 완전히 없애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앞으론) 품위 있게 하겠다고 해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부본부장은 “몸에 나쁜 음식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 평론가 코너를) 찾아보는 시청자들도 있는 만큼, 그분들을 생각해 가급적 소프트랜딩(연착륙)하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5대 얼짱’ 여성 정치인 뽑아 몸매 등 품평, 방송 품위 떨어트려” 

이날 방송소위는 이른바 ‘5대 얼짱’ 여성 정치인을 소개하며 외모와 몸매에 대해 ‘품평’한 <박종진의 쾌도난마> 방송분에 대해 벌점 2점이 쌓이는 법정제재인 ‘경고’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봉규 평론가는 해당 방송분에서 ‘5대 얼짱’ 여성 정치인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꼽으며 이들의 외모 등을 품평했다. 김재연 의원에 대해 “연관검색어로 미니스커트, 몸매 등이 나온다”, “각선미가 예쁘다” 등의 품평을 하며 “남편도 완전히 종북이거든요. 종북으로 징역 산 사람이에요” 등의 언급을 하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방심위원들은 “유흥가 아가씨들을 품평하듯 방송을 하고 있다. 김재연 의원에 대해 한 건 모독으로, 언론으로서 차마 할 일이 아니다”(김택곤 상임위원),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은 대의기관인데 미니스커트 등을 언급하는 건 문제다. 이런 게 방송 품위를 떨어트린다”(엄광석 위원) 등의 지적을 했다.

서 부본부장은 “양성평등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방송을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방송이 해당 정치인에 도움이 될 것 같냐는 김택곤 상임위원의 질문에 서 부본부장은 “제작진의 진술을 보면 (외모와 함께) 해당 정치인의 활동이나 재능 등을 함께 얘기한 만큼 도움이 될 거라고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진술이 타당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역사다큐 <백년전쟁>을 ‘꽃뱀’에 비유한 방송에 대해서도 방심위원들 다수는 법정제재인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의견(5인 중 3인)을 냈다. 방송의 품위는 물론 객관성 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이 프로그램의 비유는 너무 품위 없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봉규 평론가가 방송에서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해 ‘차라리 북한에서 살아라’는 식의 표현을 한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은 이봉규 평론가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에 대해 박헌영을 추종해 이름을 임헌영으로 개명했다고 주장한 것은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장 위원은 또 “이봉규 평론가는 임헌영 소장이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방송에서 언급했는데, (임 소장이) 실형을 받은 건 사실이나 지난 2003년 관련자 29인 전원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이는 박정희 정권 때의 유죄 판결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해당 방송분에 대해 방송소위 위원 5인 중 3인(김택곤 상임위원, 박성희·장낙인 위원)은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의견을, 2인(권혁부 부위원장, 엄광석 위원)은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 의견을 내 다수 의견을 도출하는 데 실패, 최종 제재 수위는 전체회의에서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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