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외면하고 ‘정권 감싸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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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개입 보도 점검 토론회…1주일 동안 NLL 보도 쏟아부어

언론사들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태를 ‘물타기’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언론정보학회는 9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국정원 사태 이후 언론 보도행태 점검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언론들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제대로 파헤치기보다는 정권, 새누리당, 국정원을 감싸는데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 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언론정보학회는 9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국정원 사태 이후 언론 보도행태 점검 긴급 토론회를 열고 있다. ⓒ언론노조

발제자로 나선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사로서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는 KBS와 MBC가 국정원 사태를 제대로 짚어주기는커녕 정권호위대 역할을 자처하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에 ‘올인’해왔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특히 공영방송사들은 공방전으로 치닫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태의 본질을 캐내기보다 ‘NLL 논란’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오히려 ‘국면 전환’을 꾀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즉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과 전문을 공개하면서 방송 3사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태는 뒷전이고 180도 달라진 보도 양상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언론사의 국정원 사태와 NLL 논란 보도 횟수만 보더라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검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과정 보도는 지난 4월 26일부터 6월 14일까지 50여일 간 KBS 15.5건, MBC 11건, SBS 19건으로 처리됐다. 해당 뉴스의 배치 또한 검찰 수사 발표일인 6월 14일 이전까지는 후반부에 배치됐거나 단신으로 처리됐다.

반면 NLL논란 보도는 지난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간 KBS 15.5건, MBC 13건, SBS 11.5건이 다뤄졌다. 이 사무처장은 “KBS·MBC는 국정원 선거개입 사안을 축소·누락 보도 행태를 보이다가 ‘NLL 발언’ 논란 이후 정부·여당 측의 주장을 받아 적극 유포하면서 진실을 가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KBS는 옴부즈맨 프로그램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서 메인뉴스 <뉴스9>의 국정원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을 내보냈다가 담당 국장과 부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보복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MBC도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에 무슨 일이?’편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사유로 방송 당일 불방 조치시켜 비판에 휩싸였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느끼는 문제점도 이와 비슷했다. 임장혁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도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고 범위가 기관 차원이라면 YTN은 특보체제로 가동하는 게 정상적인 언론이라고 여기는데 지난 5년 동안 충성으로 인한 권언유착, 약화된 저항력이 맞물려 박근혜 정권이 특혜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원형 <한겨레> 미디어 담당 기자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은 기득권 목소리의 충실한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기자는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는 정권과 새누리당, 국정원 등이 강한 커넥션을 형성해 언론을 흔들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이들은 또 국정원 사태가 지닌 폭발적 가치를 잘 알고, 민주주의라는 가치 수호보다도 정권 존립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원로 언론학자인 이효성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언론사들이 특정한 정치세력에게 불리한 내용은 묵살하거나 무시하고, 이게 어려우면 논점 흐리기로 일관하며 진실을 가렸다”며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사실을 주장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신문방송학) 교수도 “국정원 보도행태를 보면 우리나라 언론은 정치권력과 야합해 이익을 챙기려는 타락한 언론”이라며 “언론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해묵은 문제인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권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라면 무너진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바로잡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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