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논의조차 못하게 하는 일,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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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BS 이사회 여당 측 운영위원 한진만 이사

KBS 이사회 여당 추천 이사 7명이 지난 3일 열린 이사회에서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야당 추천 이사 4명을 비롯한 KBS 안팎에서는 ‘날치기 상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KBS가 추진 중인 수신료 인상안은 총 2가지다. 첫 번째 안은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2014년 1월 1일부터 4300원(1800원 인상)으로 올린 후 2016년 1월 1일부터 추가로 500원을 더 올려 총 48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두 번째 안은 처음부터 4800원으로 인상하자는 것이다.

야당 이사들은 이번 안건 상정을 ‘불법’으로 규정, 수신료 인상안 도출을 위한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하며 이사회 일정 보이콧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PD저널>은 여야 이사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먼저 이번 단독 상정을  추진한 여당 추천 이사들의 실무를 맡고 있는 운영위원인 한진만 이사와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한 이사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인상안을 상정한 것은 이사회 내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수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독 상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한 이사는 “논의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이사로서의 직무 유기”라며 야당 측 이사들의 이사회 복귀를 촉구했다. 

“상정 자체가 수신료 인상 결정은 아니다”

▲ 한진만 KBS 이사.

- 여당 단독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한 이유는.

“인상안이 상정되었다고 해도 이사회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해 수정할 수 있다. 수신료 인상안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검토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집행부가 제일 잘 안다. 이사회는 집행부가 제시한 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거지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 자체를 만들 수 없는 것 아닌가. KBS도 그간 조찬모임과 간담회 등 몇 차례 설명을 하려는 등 수시로 수신료 인상 상정에 대해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소수이사(야당 추천)들은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수이사(여당 추천)들은 상정 자체가 곧 인상 결정은 아니기에 상정한 후 논의하자고 생각했다. 여기서 서로 해석을 달리했던 거 같다.” 

- 상정 과정에서 일부 여당측 이사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다수이사들도 소수이사들과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안 상정이라는 것이 어느 한 사람이 주도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가급적 이사회에서 합의를 해야 가능하다. 그것이 100%의 동의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논의 과정과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다수이사들 사이에서도 최대한 소수이사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같이 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절차를 밟으면서 소수이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여론이 어떻게 변했고 수신료 납부 주체인 국민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무엇인지 이사회에서 검토해야 하는데 전혀 못하고 있다.” 

- 날치기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집행부도 필요에 의해 안건 상정을 요청할 수 있다. 그 요청마저 못 하게 하는 것은 ‘독재’다. 날치기보다 더한 일이다. 논의를 하자는 것이 어떻게 날치기인가. 자신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면서 (논의를 못 하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을 결정한 것도 아니고 논의를 하자는 건데, 논의를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건지, 뭐가 날치기인지 묻고 싶다. 뼈를 깎는 아픔이 있어도 시원찮은데 내부에서는 자기들의 이익과 관련해서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함부로 폄하하고 있다. 날치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오히려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려는 자의적 논리를 펼친다는 생각이 든다.” 

“공정성 위한 제도 장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게 문제”

▲ KBS 여당 이사들은 지난 3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수신료를 현재의 월 25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는 안을 상정했다. 사진은 KBS 이사회 회의 장면. ⓒKBS

- 보이콧을 선언한 야당 측이 수신료 인상 논의에 앞서 전제 조건으로 △보도 공정성·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 △국민부담 최소화 원칙 재확인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높이기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한 여당 측의 입장은.

“다수이사들은 소수이사들이 일단 이사회 회의에 들어와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수이사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논의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의 공정성이란 것은 공영방송이 가져가야 할 기본 원칙인데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도 우습다. 물론 공정성 담보를 위한 제도적 보장이 안 돼서 그렇다고 하지만 지금 KBS 안을 들여다보면 이미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많이 있다. 공정방송위원회, 옴부즈맨 등 제도는 많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논의하고 제도적 틀을 보완해야 한다. 있는 장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제도를 또 만드는가. 소수이사들은 공정성 담보를 위해 국장임면동의제를 도입하자고 하지만 국장임면동의제가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새로운 제도를 또 하나 만들었다고 해서 공정성이 실현되는 것처럼 이야기해선 안 된다.”

- KBS 사측의 수신료 인상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그래서 자충수 아니냐는 내부의 비판도 있다. 공청회 등 국민적 설득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나는 스타일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김인규 전 사장처럼 컨설팅 결과 등 이것저것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워 놓고 하는 것도 하나의 여론몰이라고 본다. 지금 길환영 사장은 내적으로 충분히 검토해서 집행부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내고, 이사회가 심의·의결하면 수용하겠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조용히 진행한다고 해서 음흉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집행부가 제시한 안에 대해 논의하고, 공청회 등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빨리해야 하지만 (야당 이사들이 이사회에) 들어오지 않으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상태다.”

“수신료 인상 좌절,  정치적 합의 실패의 결과 ”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KBS

- 과거 수신료 인상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좌절됐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결국 정치적으로 가기 때문이다. 소수이사와 다수이사가 정론을 벌여 인상안을 결정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를 가면 국회에서의 절차가 있는데, 이건 결국 정치적 합의를 봐야 하는 과정이다. 지난 인상 과정에서는 정치적 합의가 깨졌다.”

- 1안과 2안 비교하면 금액적으로 차이가 없다. 단계별 인상이냐 아니냐 그 차이뿐이다. 사실상 100퍼센트 가까운 인상액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그것은 나도 조금 문제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이사회에서 인상안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 KBS가 어떤 방송을 하겠다, 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를 쓰는데 그것은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집행부도 물론 합리적으로 안을 짰겠지만 아직은 정확하게 보고를 안 했다. 어떤 근거에서 만들어졌고 과연 합리적으로 추진할 만한 것인지, 누가 봐도 동의할 수 있는가를 이사회가 검토해봐야 한다.”

- 만약 이후 수신료 인상안 논의 과정에서도 야당 측 이사(소수 이사)들이 불참을 선언한다면 여당 측 이사(다수 이사)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수이사들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수이사들이 몽니 수준으로 나오는데,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논의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은 이사로서의 직무 유기 아닌가. 앞으로 논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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