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바닥·전망 흐림…종편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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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모기업 매출도 하락, 승인심사 자료 분석결과 ‘종편 취소’ 부를까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이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대선을 기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나 싶었지만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왜곡방송 이후 갖가지 소송과 제재 앞에 놓이더니, 사업계획 불이행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시정명령을 받는 데 더해 그간 비밀에 부쳐왔던 주주구성 등의 현황이 밝혀질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여권에서도 당혹스러움을 표시했을 만큼 많은 사업자가 선정된 데서 작금의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현실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답은 분명히 나와 있다는 게 방송계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결국 중요한 건 칼을 휘두르는 주체인 방통위의 의지인 것이다.

■조중동, 종편으로 손실= 종편의 초라한 현실은 지난 9일 방통위의 시정명령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지난 2011년 12월 출범한 종편들은 방송 첫 해 동안 방송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웠고, 편성의 30~50%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메웠다. 자금난에 직면한 종편들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보도·시사프로그램에 매달리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과거 보도채널이었던 MBN은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에선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22.7%로 적어냈으나 실제로는 편성의 절반이 넘는 51.5%를 보도에 할애했다. TV조선과 채널A도 보도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각각 24.8%, 23.6%로 적어냈지만 실제 35.9%, 34.1%를 보도로 채웠다.

콘텐츠 투자계획 역시 공수표였다. 종편들은 지난해 콘텐츠 투자(자체제작·외주제작·구매)를 계획의 47.4%밖에 이행하지 않았는데, TV조선의 경우 지난해 157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음에도 실제 투자액은 604억원에 그쳤고 MBN도 1660억원을 계획했으나 현실에선 711억원을 투자했을 뿐이다. JTBC와 채널A도 각각 2196억원 중 1129억원, 1804억원 중 985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쳐 절반 수준의 이행실적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종편의 녹록치 않은 재정에서 비롯했다. 지난 4월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는 출범 첫 해 27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방송 첫 해였기 때문이라 이해하며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이다.

당장 TV조선·JTBC·채널A의 모기업(대주주)인 조선·중앙·동아일보 3사의 지난해 매출액(9739억 9400만원)은 2011년 대비 797억 9800만원(-7.57%) 줄었다. 이는 지난 6월 2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3 신문사 재무분석’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기 부경대 교수(신문방송학)와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해 지분법손실(피투자회사의 순손실에 대한 투자회사의 지분)이 113억여 원에 달했는데, 대부분이 TV조선에 흘러간 것으로 지적됐다.

또 <중앙일보>에서 지난해 발생한 당기순손실 404억여 원 가운데 신문 사업으로 발생한 손실은 179억여 원에 그치고 대부분이 JTBC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유추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일보> 또한 순손실 가운데 지분법손실(전체 손실의 72.3%)이 220억여 원에 달하는데, 이 역시 채널A로 말미암은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종편으로 인해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는데, 방송사업의 초기 투입비용이 적지 않은 관계로 이런 손실은 향후 2~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을 받는 신문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과연 이들 신문이 적자덩어리인 종편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혹은 감당하기 위해 얼마나 더 편법적인 운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방통위원도 “종편 전망 불투명”= 당장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종편의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은 없다”며 “정치 논리에 휘말린 (4개나 되는 사업을 선정한) 방통위의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결국 (당초) 우려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의 책임으로 자업자득인 만큼 (이 문제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부터 진행되는 종편 재승인 심사와 관련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양문석 방통위원도 “종편이 당초 1만 2000개의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 그룹 등장, 콘텐츠 경쟁력 증진 등 세 개의 목표를 앞세워 출범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단 하나도 지키지 않고 심각한 규제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에까지 왔다”고 지적하며 “방통위 내에 연구반을 구성, 재허가 심사까지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흐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종편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7%가 종편 폐지를 주장했다. 이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32.2%)보다 9.5%p 많은 것으로, 종편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신뢰도 95% 표본오차 ±3.1%p)

언론·시민단체들은 1년이 넘는 법정싸움 끝에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방통위로부터 받아낸 종편 승인심사 자료 분석 결과가 종편 승인 취소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종편이 (승인 당시 적어낸) 사업계획을 이행할 능력이 있다면 (황금채널·광고 직접영업 등의 특혜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승인심사 자료와 함께 종편의 방송 내용 등 실태를 함께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또 “승인 취소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지도 함께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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