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올려 KBS 광고 줄이면 다른 방송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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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방통위원장 주장…“종편 5·18 왜곡 등 광고 적어서”

KBS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두 배 가량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19일 “수신료를 올려 (KBS가) 단계적으로 광고를 줄이면 다른 방송에서 여유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는 이경재 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KBS 2TV가 광고 경쟁을 하느라 (방송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수준으로 수신료를 올리고 그만큼 광고를 줄여 그만큼의 물량을 다른 방송·언론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방송계 자원의 안정화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여당 추천 KBS 이사들끼리 상정한 수신료 인상안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2014년부터 1800원 올리고 2016년에 500원을 추가 인상하는 단계적 안과, 내년부터 바로 4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다. 각각의 인상안에 따른 광고 축소비용은 2000억~3000억원 정도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조차 광고 감소분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의 먹을거리, 즉 종편에 대한 혜택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경재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그에 따라 축소될 광고 물량이 타 방송의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수신료 인상을 부채질 했을 당시부터 제기됐던 종편을 위한 수신료 인상, 즉 국민의 부담을 담보로 종편의 생존 방안을 모색해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드는 대목이다.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노컷뉴스
이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수신료 반대 여론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몰아붙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1.9%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단순하게 올려야 한다는 것을 갖고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든 반대한다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하지만 우리가 좀 합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운영을 해야 정부나 어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광고를 함으로써 광고주로부터 (억압)받는 언론의 자유도 생각해야 한다. 광고를 받기 때문에 시청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저질 방송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민영방송과 다를 게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KBS 2TV가 광고 경쟁을 하느라고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제는 정상화 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에 담긴 뜻을 온전히 읽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민희 의원 조사 당시 수신료 인상 반대를 주장한 이들은 그 이유로 국민부담 가중(42.9%)을 가장 많이 꼽긴 했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답변은 KBS의 불공정 편파방송(31.5%)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또 수신료 인상에 찬성·반대한 응답자 모두 KBS가 수신료 인상 전에 해야 할 일로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확보(37.4%)를 꼽았다. 또 국민들의 신뢰회복(27%)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17.9%)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에 따른 혜택이 EBS에도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수신료를 인상하면 KBS의 콘텐츠를 향상시키는 역할뿐 아니라 EBS에도 (혜택이) 갈 것”이라며 “EBS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신료 혜택이 돌아가면) 교육방송 역할을 확대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에 따른 EBS 배분 규모의 문제와 광고 축소 문제는 별개의 것으로, 광고 축소의 당위성까지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과 함께 KBS 2TV 광고를 축소하는 것과 관련해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를 줄여 그 물량을 다른 방송·언론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방송계 자원의 안정화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지상파 방송과 종교·지역방송 등 중소방송, 종편 등에 돌아갈 혜택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특히 종편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종편의 5·18 왜곡 방송과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관련 망언 등을 언급하며 “한 두 개 정도로 생각하다 네 개를 한꺼번에 (승인)하는 바람에 채널이 많아졌고, 광고도 어려운 때에 경쟁이 심해져 (종편들이) 시청률 경쟁을 하기 위해 토론(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배정, 정제되지 않은 내용들이 막 쏟아져 나왔다”고 지적했다.

종편의 막말·왜곡 방송 등의 문제를 광고부족에 따른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이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과 함께 KBS 2TV 광고 축소를 주장하는 부분과 겹치는 대목이다. 한편 이 위원장은 “내년 2~3월경 (종편) 재허가 심의를 할 것”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적과 경고, 방통위의 조치 사항 등을 종합·반영해 재허가 여부를 제3의 기구를 통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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