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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회원 6명의 나홀로족 행복지침서

[인터뷰] MBC ‘나 혼자 산다’ 이지선 PD 박수선 기자l승인2013.07.30 11: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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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선 MBC PD  
▲ 이지선 MBC PD
1인 가구 453만 시대. 세 집 건너 한 집은 홀로 사는 셈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은 늘고 있지만 1인 가구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온기 없는 집에 기척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과 함께 아직 나홀로족을 비정상 혹은 불완전한 존재로 여기는 불편한 시선도 견뎌내야 한다.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한 MBC <나 혼자 산다>는 이런 싱글족의 삶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살게 된 여섯 남자가 보여주는 순도 높은 싱글라이프에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기꺼이 ‘무지개 회원들’과 보내려는 시청자들도 늘어나 지난 26일에는 시청률 11.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고양시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이지선 PD에게 ‘무지개’ 창단 배경과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2월 설 특집 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로 처음 선을 보였다. 지난해 <엄마가 뭐길래>를 연출했을 당시에 나문희 씨가 건넨 한마디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문희 선생님이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 이걸 잘 살려보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시트콤을 연출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연기자들의 코미디가 재밌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고요.”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최근까지 16년 동안 혼자 산 경험도 <나 혼자 산다>의 탄생에 일조했다. “저도 혼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지긋지긋한 편견을 느끼고 살았죠. 하지만 노총각, 노처녀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깨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범위를 넓혀 다양한 싱글라이프를 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거죠.”

초라한 싱글족? 여전한 편견

파일럿 프로그램의 반응은 뜨거웠다. 나홀로족이 뉴스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건 처음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 반응이 뜨거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기획단계부터 소재 고갈에 대한 우려를 안고 출발하기도 했고요.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이야기도 무궁무진하고 색깔도 다양한 무지개 회원들 덕분이죠.”

이 PD의 말대로 <나 혼자 산다>의 인기를 견인하는 건 무지개 회원들에게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깔끔남의 끝을 보여주는 노홍철과 번데기로 연명하는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과 방귀를 튼 배우 이성재, 소탈한 노총각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김광규, 의외의 살림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데프콘, 1세대 아이돌에서 ‘삼성동 꽃거지’라는 수식어를 얻은 강타까지 방송에서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옆집 아저씨, 오빠처럼 친근했다.

이 PD가 출연진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자연스러움이다. “멤버들에겐 ‘방송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합니다. ‘정모’(정기모임)을 할 때도 카메라가 아니라 서로 눈을 보고 이야기하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이성재씨는 실제 짜인 방송을 질색해서 방송에서도 그런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방송에서 보풀이 인 티셔츠를 입고 집안을 누비는 김광규와 까치집이 생긴 머리로 애견 먹이를 챙기는 강타의 모습에서 TV속의 화려한 스타를 떠올리기 어렵다. 일체의 의상 협찬 없이 출연자들이 모두 자기 옷을 입고 출연한 덕분에 <나 혼자 산다>는 간접광고 없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 MBC <나 혼자 산다>. ⓒMBC  
▲ MBC <나 혼자 산다>. ⓒMBC

미션 없는 ‘예능 다큐’

출연자들의 혼자 사는 모습을 사실감 있게 담기 위해 연출진의 개입은 최소화한다. 촬영은 멤버들의 일정이 없는 날에 이뤄지는데, 회원들이 촬영하는 날 집에 있는지, 어디를 가는지 동선 정도만  파악한다. 실내 촬영은 아예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고 야외 촬영에서도 촬영협조를 구하는 게 제작진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이렇다 보니 온종일 촬영한 분량을 방송에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태원씨는 어두운 방안에서 주로 와식생활을 하는 탓에 다른 일정이 없는 날에는 통편집되기도 한다.

설정과 기획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주 새로운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건 온전히 제작진의 몫이다. 이 PD는 ‘피고름’을 짜내듯이 매주 제작에 임한다고 푸념했다. “보통 프로그램 같으면 방송 분량을 뽑지 못한 날에는 추가 촬영이라도 하죠. <나 혼자 산다>는 출연진에 제시하는 미션 자체가 없습니다. 촬영분을 본 다음에 비슷한 주제를 묶어 방송에 내보는 경우도 많아요.”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특성을 갖는 <나 혼자 산다>는 요즘 뜨고 있는 ‘관찰 예능’으로 분류된다. <나 혼자 산다>와 함께 MBC <일밤-‘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 KBS <인간의 조건>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출연진에게 주어지는 미션이 없을뿐더러 촬영장소도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자막을 통해 재미를 더하지도 않는다. 관찰 예능의 밋밋함을 상쇄하는 장치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없는 편이다.

“<나 혼자 산다>의 출발점인 ‘다큐 예능’이라는 장르에 맞게 자막도 무지개 회원들의 말과 상황을 정리하는 선을 넘지 않아요. 물론 <진짜 사나이>처럼 센스 있는 자막을 써서 재미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나 혼자 산다> 시청자들은 다른 예능의 재미와 유사하면 실망하더라고요.”

‘날 것’ 요구하는 시청자들

그렇다고 버라이어티 요소를 넣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21일, 28일 방송된 무지개 회원 워크숍에서 멤버들은 롤링페이퍼에 진심을 담는 시간도 가졌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익히 봤던 코너다. 하지만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봤던 이 코너를 진행하는 동안 시청률은 하락했다.

“사실 버라이어티 요소를 중간에 넣어 볼까라는 계획도 세웠어요. 지금처럼 1~2주는 무지개 회원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나머지 1~2주는 버라이어티를 해볼까 했죠. 그런데 무지개 회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시청자들은 원하는 것 같아 이런 계획은 백지화한 상태입니다.”

 <나 혼자 산다>의 변화를 꾀하려던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이 PD는 요즘 무지개 신규 회원 모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무지개 회원 6명이 대변하지 못하는 나홀로족이 대상이다. 이제 막 독립선언을 하고 홀로서기를 한 20대 회원과 아픔이 있지만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고 있는 ‘돌싱’ 회원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이 PD는 <나 혼자 산다>가 나홀로족에게 생활 방식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공감이 커져 나홀로족의 행복 지수가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방송을 시작한 이후에 무지개 회원들끼리의 쇼핑 정보 등을 교류하면서 실제 삶에 영향을 주고받는 있는 것처럼요. 또 혼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 프로그램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니까요.”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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