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승인 받은 뒤 ‘주주 바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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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승인 받은 뒤 ‘주주 바꿔치기’
KT 등 대기업 7곳 출자 참여…자본잠식 기업도 거액 투자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08.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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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채널A  JTBC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3곳에 투자를 약속했던 법인 주주 3분의 1가량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승인장 교부를 받기 전에 투자를 철회하는 등 승인장 교부 전후로 종편의 주주 구성이 크게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종편들은 이로 인한 자본금 부족분을 자산규모 50위권에 드는 대기업과 재무 상태가 불량한 중소기업으로부터 투자 받아 채운 것으로 나타나 무리한 자금 조달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인권센터 등으로 구성된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태스크포스)는 방통위로부터 종편·보도 PP 승인 자료를 건네 받아 CSTV(현 TV조선), JTBC, 채널A에 실제 출자한 주주 구성을 분석한 2차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들 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 종편 3사의 승인 신청 당시와 승인장을 교부 받은 당시의 주주 구성은 크게 바뀌었다. 종편 3곳에 출자를 약정했던 120개사(31.17%)는 1606억 300만원의 출자 악정을 아예 철회했다. 92개사(23.90%)는 승인 신청 이후에 새로 출자를 한 곳이다. 46개사(11.95%)는 약정한 금액과 실제 출자한 금액이 달랐다.

이에 따라 종편 3곳의 법인주주 구성과 출자금액은 신청 당시 385개사 1조 994억원에서 승인장 교부 당시 357개 1조 81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기타주주의 변동은 방송법상 종편 승인 취소 요건이 되는 주요 주주 구성의 변경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주요주주가 되는 5%에 미달되도록 지분율을 조정하거나 계열사를 통한 쪼개기 출자는 이런 규제 공백을 노린 것이란 지적이다.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종편 3사의 주주 변경은 마치 홈쇼핑에서 주문한 상품과 다른 제품이 배달된 것처럼 변동의 폭이 컸다”며 “특수관계인의 지분 쪼개기 등 편법이 있었는데도 개별 주주 기준으로 규제하는 방통위의 심사 기준으로는 심사 대상이 안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규 법인주주 가운데 대기업의 출자가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종편들은 부족한 자본금을 채우기 위해 매체력을 앞세워 대기업을 압박하고, 대기업은 ‘방패막이용’으로 종편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그룹은 금융계열사 KT캐피탈을 통해 CSTV, JTBC, 채널A에 각각 20억씩 투자했다. 현대그룹은 JTBC와 채널A에 현대상선(15억원, 현대증권(11억2500만원), 현대 엘리베이터(3억 7500만원) 등 3개 계열사로 나눠 출자했다. CSTV에는 부영그룹(170억 5000만원), 대성그룹(10억원) 등이 투자했다. JTBC에는 대성산업(30억원), 코오롱그룹(10억원)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채널A는 코오롱그룹(10억원),, 현대중공업그룹(40억원), KCC그룹(20억원) 등이 신규 참여했다.

김상조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혜택을 받았던 부영과 코오롱그룹, 효성그룹이나 총수가 수감되어 있는 한화그룹,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한진그룹 등 모두 이번 정부 들어 재무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며 “이들이 종편 법인 주주로 출자하게 된 배경에는 언론사 주주로 비빌 언덕을 만들고자 한 요인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주 구성 변동은 채널A가 가장 심했다. 채널A의 경우 승인 신청 당시 3901억 7100만원의 출자를 약속한 184개 법인 주주 가운데 79개사(42.63%)가 약정을 철회했다. 약정 철회 자본금을 채우기 위해 채널A는 43개 신규 법인주주로부터 915억 7300만원을 투자받았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 의심되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이 법인주주명단에 표함됐다는 것이다. 2010년 말 자산 총액이 97억 8000만원이라고 공시한 이앤티는 2011년 초에 자산규모 2배가 넘는 203억원을 채널A에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고월은 2010년 말에 이미 156억 6000원의 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2011년 초에 60억원을 채널A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2012년 말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채널A에 100억원을 출자한 리앤장실업도 금감원 공시 사이트에서조차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채널A에 한화생명 신탁을 통해 들어 온 투자금 109억 9000만원의 위탁자나 수익자가 누군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상조 교수는 “한화생명이 불특정 신탁형태로 채널A주주로 들어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채널A의 경우 약정한 법인 주주와 자본금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이걸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재벌과 근본을 알수 없는 기업체로부터 돈을 당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는 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연대 등이 공개한 방통위 2011년 21차, 23차 27차 속기록에 따르면 방통위는 종편 승인 안건을 다루면서 기타주주 변동에 대한 지적없이 승인안을 가결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주주 변동 검토 결과는 정권과 메이저 언론의 단합으로 종편이 출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며 “누적된 편파보도의 문제와 승인 심사 자료 검토에서 드러난 사실들이 종편 재심사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퇴출할 종편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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