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비밀회동, 한겨레 최성진 기자 ‘선고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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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화 내용 청취 ‘유죄’· 녹음·보도행위 ‘무죄’ 판결

▲ 최성진 기자 ⓒ한겨레
법원이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내용을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성진 <한겨레> 기자에 대해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부(부장 이성용)는 20일 최 기자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대화를 청취한 혐의는 유죄,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보도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결, 최 기자에게 징역 4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내용은 알지 못한 채 단순히 내용을 탐색하기 위해 청취했다”며 “보도 가치 있었다고 하더라도 청취의 동기는 정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청취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적극적 녹음 행위를 한 게 아니라 피고인이 녹음 기능을 소극적으로 중단하지 않은 게 ‘부작위’에 해당한다”며 “이처럼 녹음이 위법하지 않아 (보도행위가) 불법 녹음을 공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녹음과 보도 행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변호를 맡은 김진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청취와 녹음에서 청취만 따로 유죄를 내린 점은 아쉽다. 청취는 통비법상 구속요건에 해당하는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선고유예는 일정기간 지나면 효력이 없어진다. (이번 선고의 경우) 유죄이지만 사실상 법원으로서 가장 관대하고 가벼운 형을 내린 것”이라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최 기자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의 투명한 환원은 그 자체로 언론 자유의 실현이고 삐뚤어진 한국 현대사를 바로잡는 과정으로 정수장학회 지분을 비밀리에 처분하려 한 것은 언론 자유와 현대사의 후퇴로 이어지는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최 기자는 “검찰 수사, 압수수색과 불구속 기소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때마다 진실을 보도하는 저널리즘과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기자로서의 양심이 있었기에 이렇게 싸워올 수 있었다. 함께 해준 시민 분들과 동료기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대선을 앞둔 시점인 지난해 10월 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이 만나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에 대해 1시간 47초 동안의 대화 내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음해 보도했다. MBC는 보도 직후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1월 18일 최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지난달 2일 5차 공판에서 검찰은 최 기자의 녹음과 보도가 긴급한 목적 등과 같이 위법성을 무효로 할 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유를 들어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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