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 시사고발프로 위축,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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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변화에 뒤쳐진 PD저널리즘의 위기제작시스템 변화·전문성 고양·투자, 삼박자 어우러져야

‘PD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해온 방송사 시사고발프로들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시사고발프로를 둘러싸고 지적돼 왔던 문제는 소재의 선정성 심화, 대안제시와 아이템의 시의성 부족 등으로 사회적인 이슈와 여론 형성에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우호적이었던 시청자단체들까지 이제는 시사프로에 신랄한 모니터 결과를 내놓으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시사고발프로의 부진원인과 문제점, 나아갈 바를 짚어본다. △ 위축 원인은 … 사회변화속도 따라잡지 못해 현안 못 따라가는 제작시스템대부분의 제작진들은 사회환경의 빠른 변화속도를 꼽는다. 시사고발프로가 ‘금기에 대한 도전’ 내지 ‘폭로’의 공기능을 전적으로 담당했던 80년대나 90년대 초반과 달리 개방화·개인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는데 반해 시사고발프로는 변화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우선 인터넷 등 새롭게 등장한 매체들에서 시청자들이 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 그리고 고발의 강도도 상당히 직설적이고 풍자적이어서 지상파와 질적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시사고발프로에 대해 좀더 새롭고 깊이 있는 내용을 요구한다는 것. 내부적으로는 한정된 제작인력으로 인해 현안에 대한 기동성 있는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송3사의 경우 PD 한명 당 4주(KBS, MBC) 내지는 6주(SBS) 간격으로 순환하며 한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아이템 발굴에 치우쳐 순간순간 터지는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또한 다른 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강도로 인해 최근엔 PD들이 시사고발프로를 꺼리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고 한 제작진은 전한다. 이러한 위축요인들은 자연스럽게 소재의 연성화와 공익적 환경감시 기능의 약화로 이어져 핵심현안을 자주 놓치게 한다. 성공회대 신방과 김서중 교수는 “최근 시사고발프로가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면서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8일 경실련의 모니터보고서에서는 “시사고발프로가 문제의 초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빈약한 문제의식, 선정적 소재 등으로 매너리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각사 시사고발프로의 현황은<추적60분> … 활로 모색중 … 고발임무에 천착<그것이…> … 폭넓은 소재지난 23일 오후, <추적60분>의 김현 CP는 10개 정도의 아이템이 적힌 A4용지를 앞에 놓고 PD들과 열띤 토론을 가졌다. 김 CP는 “<추적60분>팀은 기본적으로 4주에 한번씩 PD가 제작을 하지만, 시의성에 따라 역할분담이 기동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면서 “인력 보충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4주 제작시스템을 유지하려면 PD들 사이의 정보공유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적60분>은 지난 봄개편을 기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진행자를 교체했으며, 한 회당 두 개의 아이템을 시의적 소재와 연성적 소재로 나눠 내보내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분의 경우 중국여객기 참사와 비만 클리닉 문제를 다뤘으며, 오는 27일에는 중학생 살인사건과 명품열기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추적60분>의 이같은 활로모색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또 <추적 60분> 제작진들은 3사 중 가장 적은 제작비(1회당 평균 1,800만원 정도)가 우선 개선돼야 하며, 경영진의 적극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의 최진용 CP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미해결된 사안들이 잔존하고 있고, 이를 대하는 PD들의 의식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며 “환경변화 속에서 역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계속적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데 천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 지난 16일 FX사업의 진실을 다룬 ‘흔들리는 전투기, FX’편과 지난 23일 대전 용두동 강제철거 문제를 다룬 ‘공공개발,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편 등이 시청자들로 부터 적지않은 반향을 얻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소재지만 이를 원하는 시청자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은 매주 화요일 녹화 후, 방송 다음날인 수요일에 제작 PD가 모이는 전체회의를 통해 아이템을 확정하고 있다. 은 한회당 PD 2명이 투입되고 한명당 4주에 한번꼴로 제작하고 있으며, 심층성이 요구되는 아이템의 경우 PD 2인이 1개조를 이뤄 60분 전부를 할애하기도 한다.<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서 타사의 제작진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소재가 자유롭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것이…>의 제작진도 긍정하고 있다. “<그것이…>가 처음 태동할 때부터 아이템의 범위는 폭넓었다”는 신언훈 CP의 말이 입증하듯 <그것이…>는 미스테리적인 소재에서부터 교육·종교 등의 문제까지 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소재에 접근했다. 6주에 한번씩 제작PD에게 방송 몫이 떨어지지만 혼자서 60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는 타사와 엇비슷하다. △ 제작진들이 보는 시각은 소송문제 등 부담요인 늘어나전문PD제·기동팀 운영 필요 제작진들은 최근의 시사고발프로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SBS 최상재 PD는 “잦은 방영금지가처분, 시청률 등 이중부담을 안으면서 소재가 연성화 되는 추세”라며 “짜여진 제작시스템 안에서 자칫 안정적인 아이템에 매몰될 소지가 있다”고 시사고발프로를 둘러싼 환경변화를 꼽았다. MBC 의 최진용 CP는 “사회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취재원의 인격권 문제 등 세부적 사항에 대해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어 제작하중이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이에 대해 시사고발프로를 대하는 제작진도 어느 정도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KBS <추적60분>의 김현 CP는 “시사고발프로가 초창기에 취했던 취재관행이 지금은 전혀 통할 수 없다”면서 “근본적인 시사고발프로의 역할은 제작진이 늘 유념하고 있어야겠지만 일반시청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소재에 관심을 갖는 등 어느 정도 소재의 다변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지난해 10월 와 관련, 광림교회가 낸 손배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는 MBC 최승호 PD는 “시사고발프로의 제작과정에 옛날과 달리 법적인 문제가 상당히 중요해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PD가 이에 대비해 제작한다면 오히려 프로의 질을 높이는데 상당히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최 PD는 “PD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PD 저널리즘을 충분히 습득한 인력들이 장기간 배치해 노하우가 쌓일 때 이것이 곧 조직의 노하우로 쌓인다는 것이다. 한 시사고발프로의 PD도 “PD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시사고발프로에서 공격적인 아이템 선정과 취재방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 말한다.또 제작시스템과 관련해서도 현안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팀 구성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더해 방송사 경영진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작진들은 “제작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청률 논리에 프로의 존폐 여부가 결정되거나 잦은 시간대 이동으로 시사고발프로의 위상이 흐려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조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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