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KBS에서 신성불가침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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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 ‘추적 60분’ 불방규탄 기자회견

지난 8월 31일 방송이 예정된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이 불방되자 그에 따른 파문이 거세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소극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 여론이 식지 않은 가운데 이번 일까지 터지자 내부에서는 KBS가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심의실, 방송 불가 결정...검열 기구로 전락”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본부)는 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로비에서 불방 사태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본부는 “지난 8월 21일 안전관리실 직원이 ‘국정원 심리전단 파트 12개’ 특종 보도를 빼라고 하는 엽기적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의 통진당 내란음모 수사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추적 60분>이 불방됐다”며 “2주 사이에 전대미문의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불방 결정된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은 지난 8월 22일 1심 판결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유 모씨 사건 의혹에 대한 내용으로 제작진은 지난 6월부터 심층 취재했다. 그러나 방송을 이틀 앞둔 지난 8월 29일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은 방송 연기를 통보했고, 다음날인 30일 심의실이 방송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편은 최종 불방 결정이 났다.  

▲ 언론노조 KBS본부가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로비에서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연출 남진현) 불방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심의실은 방송 불가 이유에 대해 “‘탈북자 위장 간첩혐의 사건’은 1심 판결만 끝나고,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재판 계류 중인 사건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장 제1절 제11조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의거, 방송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심의실의 의견에 대해 KBS본부는 “심의실은 지금 사전 검열기구로 변질돼 버렸다”며 “급기야는 심의를 불방의 구실로 활용하는 신종 수법까지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현석 KBS본부장은 “국정원이 왜 이 시기에 저런 정치공작(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을 통해 자신들 살아남으려는지, 대선개입을 덮으려 하는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다”며 “KBS는 국정원이 자신들의 대선개입을 덮으려는 정치공작에 누가될까봐 방송을 불방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길환영 사장의 눈에는 오로지 정권의 안위와 정권에 잘 보여서 자신의 자리 더 확고하게 하겠다는 것 외에는 보이지 않는 거 같다”며 “‘“관제사장 이병순, 특보사장 김인규 때보다 훨씬 더 나쁜 뉴스와 프로그램이 나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추적 60분>이 이른 시간 내 다시 방송되도록 투쟁할 것”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방송이 나가고 불방사태에 대해 사과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홍기호 부본부장은 이번 심의를 ‘청부심의’라 지적하며 “회사는 명목 상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재판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방송을 내보내기 곤란하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지면 시사, 뉴스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는 게 없다”며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의 경우 여러 차례 뉴스 톱으로 보도하면서 회사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다뤄야 한다고 했다. 잣대를 다르게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부본부장은 “<추적 60분> 불방, KBS 특종 보도에 대해 안전관리실 직원이 디지털뉴스국을 찾아가 엘리베이터 스크롤에서 내리라는 지시 모두 국정원 관련 방송이었다”며 “KBS에서 국정원은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KBS가 국정원이 무섭긴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지난 8월 31일 방송 예정이던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

‘추적 60분’  남진현 PD “불방 사태 취재원들에게 미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을 연출한 남진현 PD는 “심의실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 것에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 PD는 “이 아이템을 취재할 때 피의자(유 모씨), 피의자의 여동생, 중국 현지 가족, 담당 변호사 모두 KBS에서 방송이 못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들 말이 맞았다”며 “그 분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양심과 원칙, 가치를 위해서라도 방송이 반드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진표 KBS PD협회장은 “회사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자리 보존 밖에 불방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며 “<추적 60분> 제작진 뿐 아니라 모든 PD와 기자들은 방송이 어떤 정치적 상황 논리에 의해 불방된다고 배워본 적이 없다. 이번 방송은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전관리실 직원의 엘리베이터 스크롤 삭제 건, <추적 60분> 불방사태까지 관련자들은 모두 ‘길 사장은 관계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야기는 뒤에 길 사장이 있다는 것”이라며 “길 사장은 공영방송을 정권의 방송으로 바꿔나가는 데 혼신의 힘 다하고 있고, 길 사장 뒤에는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정권의 방송으로 유지·발전시키려는 정권이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법적인 절차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KBS본부의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KBS 청원경찰이 취재기자들의 본관 진입을 막으며 실랑이가 벌인 끝에 기자회견을 몇 분 앞두고 진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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