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예능, 사람이 전하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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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예능, 사람이 전하는 웃음
[인터뷰] KBS ‘우리동네 예체능’ 이예지 PD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3.09.04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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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생각만큼 꾸준히 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주 2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10명 중 나머지 7명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처럼 운동과 멀어진 사람들에게 함께 웃고 즐기며 건강해지자고 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주중 11시대 토크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운동하는 예능을 내세운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이 초반 우려를 딛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출연진의 땀과 노력이 담긴 승부에 시청자들은 승패를 떠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예체능>의 이예지 PD를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근처 카페에서 만나 지난 6개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하면서 혼자 피식 웃어요.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고 큰 관심 없던 사람이 스포츠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한 거죠. 첫 연출작인 <안녕하세요>가 제가 하고 싶어 했던 프로그램이라면 <예체능>은 저에게 주어진 MC와 제작진이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씨름 선수 출신의 MC 강호동, 태권도 유단자로 소문난 이수근을 비롯해 스포츠 광인 최재형 작가, 그리고 <1박 2일> 출신의 야외 버라이어티 경험이 많은 제작진들. 이 PD는 <예체능>이야말로 이들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이예지 PD ⓒPD저널
조합은 좋았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까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출연진과 일반인의 생활체육 대결이라는 콘셉트의 <예체능>은 스포츠와 예능의 장점을 모두 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운동 대결 장면의 경우 승부의 진지함과 각 종목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촬영과 편집을 스포츠 중계처럼 편집해야 했다. 예능 방식으로 ‘웃음’을 따라가게 되면 출연진과 일반인의 대결이 ‘승부’가 아닌 ‘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목마다 다른 카메라 앵글에 촬영에서도 애를 먹었다. 같은 네트 경기라도 탁구는 정면샷을 많이 쓴다면 배드민턴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을 주로 보여줘야 했다.

이 PD는 “경기 용어를 책으로 공부해도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보면 헷갈리고, 종목이 바뀔 때마다 촬영과 편집 방식도 다르다보니 다들 ‘멘붕’에 빠졌다”며 “지금은 스포츠국의 도움을 받아 조금은 수월해졌다”고 털어놨다.

자막도 전문 스포츠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일반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용어를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이 PD는 “예를 들어 배드민턴의 ‘하이클리어’(셔틀콕이 상대편 머리 위를 높이 날아가서 상대편 백 코트에 떨어지는 것)는 ‘멀리 보냈다’는 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며 “우리도 잘 모르는 만큼 쉽게 설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KBS <우리동네 예체능> 배드민턴 편. MC 강호동이 대결을 위해 연습 중이다. ⓒKBS
매번 종목이 바뀌면서 강호동, 이수근, 최강창민 등 3명의 MC들도 새롭게 공부하고 몸에 익혀야 했다. MC를 비롯해 해당 종목을 배운 경험이 있는 게스트가 함께 2개월 가량 연습과 훈련을 하고 있지만 수년 이상을 배워온 생활체육인들과의 대결에서 출연진이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출연진은 이기기보다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진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이들이 패배하는 모습에 더 감동을 받는다. 연예인과 일반인 간의 운동대결이라는 비슷한 형식의 <출발 드림팀>은 연예인이 이겨야 환호하지만 <예체능>은 그 반대인 셈이다.

“<출발 드림팀> 해설을 맡아온 이병진 씨도 <예체능>에 와서 ‘이상한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오래했지만 이런 감정을 갖게 해준 프로그램은 처음’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다른 곳에서 스포츠는 게임이고 방송이라 승패가 중요하지만 <예체능>은 다르다고 했어요. <예체능>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 하나의 팀이 만들어지고 멤버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거든요.”

MC들은 실제로 지난 6개월간 <예체능>을 통해 성장했다. 그 중 그룹 동방신기로 활동하고 있는 최강창민의 변화에 팬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PD는 “동방신기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이 너무 크다 보니 어딜 가도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려 했는데 지금은 감정을 자연스레 드러낸다”며 “자신을 깨고 나오며 스스로도 편해졌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최강창민이 스스럼없이 감정 표현을 하게 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높아졌다.

▲ KBS <우리동네 예체능> 볼링 편. ⓒKBS
반면 이수근은 아직까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조심스럽다. 이 PD는 “이수근 씨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경기에서 져도 뒤돌아서서 속상해하지 카메라 앞에서는 의연한 척 한다”며 “그러다보니 ‘대충 한다’, ‘조작이다’라는 오해도 많이 받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 PD는 조만간 이수근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 거라고 귀띔했다.

이 PD는 출연진이 연습 때는 잘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긴장감 때문에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도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편에 출연한 2PM의 찬성 같은 경우 연습 때 코치로부터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멤버 중 하나지만 카메라 앞에 서자 연습 때 실력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연예인들도 이 정도인데 카메라에 익숙하지 못한 일반인 출연자들의 긴장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일반인들이 질 때 조작 논란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예체능>팀이 이길 경기는 하나도 없어요. 동호인들이 객석, 조명, 카메라에 긴장을 해서 그렇지 실력으로 보자면 우리는 절대 이길 수 없어요. 그리고 일반인 분들은 다들 자신이 하는 운동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최선을 다하려 하세요. 제작진도 진심으로 대결에 임하는 출연진과 일반인을 위해 경기만큼은 진지하게 준비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연예인과 일반인 출연진의 진지함과 제작진의 노력이 시청자들에게 ‘운동’의 매력을 전해주게 됐고 지난달에는 국민생활체육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예체능> 방송 이후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탁구 동호인 수와 볼링장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 6개월간 스포츠와 예능 사이를 오가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사이 <예체능>은 ‘스포츠 예능’으로서 조금 더 견고해졌다. 이 PD는 힘들고 지친 하루를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을 수 있다는 게 예능의 근본적인 역할이라면 <예체능>은 여기서 한 차원 더 나아가 건강한 삶을 위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밝혔다.

“누군가가 저에게 생활체육의 포인트는 ‘스포츠’와 ‘사람’이라고 말해줬어요.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하지만 굳이 다른 말은 필요 없죠. 함께 땀 흘리고 나면 서로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돼요. 요즘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동은 땀과 노력만큼 제 값을 받을 수 있어요. 운동을 통해 시청자들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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