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결국 ‘종편 재승인 추진’ 심사계획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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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반 제안보다 후퇴…과락 기준 낮추고 중복 감점 불가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의 결론은 ‘후퇴’였다. 방통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2014년도 종합편성(이하 종편)·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 기본계획을 의결했는데, 당초 연구반에서 제시한 핵심 심사항목의 과락 기준을 낮추고 중복 감점제도 등은 제외시켰다.

이날 의결한 계획은 방통위 사무국의 안(9월 4일 보고)과 비교할 때 일견 다소의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곡·편파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종편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연구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기본계획을 의결했다는 지적을 비켜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지난 8월 21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를 이경재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연구반 제안 핵심 심사항목 과락기준 60%, 사무처가 40%로 뒤집더니 결국 50%에서 합의

방통위가 이날 마련한 기본계획의 심사항목은 모두 9개로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350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230점)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160점) △재정 및 기술적 능력(80점)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60점)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및 이행여부(30점) △지역사회 발전기여,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20점) △승인 당시 방송사업자 준수사항 이행여부 등 기타 사업수행에 필요한 사항(70점) △시정명령의 횟수와 시정명령에 대한 불이행 사례(감점) 등이다.

종편은 총점 1000점 가운데 650점 이상을 획득해야 재승인을 받을 수 있다. 방통위 계획은 또 6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종편 사업자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의결하고, 총점 650점 이상을 획득하더라도 개별 심사항목의 평가점수가 배점의 40%에 미달할 경우 ‘조건부 재승인’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9개 심사항목 중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와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등 핵심 심사항목의 평가점수가 배점의 50%에 미달하는 경우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일 회의 당시 방통위 사무국은 핵심 심사항목의 과락 제도를 사실상 제외한 안을 제출해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로부터 “이럴 거면 무엇 때문에 연구반을 운영한 것이냐”(양문석 상임위원)의 지적을 받았다. 앞서 방통위 의뢰로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안을 만든 연구반에선 두 핵심 심사항목의 평가점수가 배점의 60%에 미달할 경우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선택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종편의 보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은 만큼 보다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반의 고민의 결과였던 것인데, 방통위 사무국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안을 마련했던 것이다.

결국 상임위원들은 지난 4일 하루 동안 다시 논의를 진행했고 핵심 심사항목의 과락 기준을 40%로 할지, 아니면 연구반의 안대로 60%로 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다 절충을 통해 50%로 합의했다. 합의제 기구로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모습일 수도 있으나, 연구반이 두 번의 공개 토론 과정을 거쳐 제시한 고민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중복 감점제도 끝내 삭제…감점제 도입 취지 의문, 선정성 논란 종편 제재 실효성 떨어져

종편의 공정성 부분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반에서 마련한 중복 감점제도도 기본계획에서는 사라졌다. 연구반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항목의 세부심사항목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공익성·공정성 심의 관련 법령 위반을 감점 요인으로 두고, 이와 함께 ‘관련법령 준수’의 별도의 심사항목을 통해 중복 감점하는 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종편들은 이중 삼중의 제재가 될 수 있다며 반발했지만, 연구반의 총괄책임자인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종편의 공정성·공익성에 대해 그만큼 엄격한 심의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연구반 안의 ‘관련법령 준수’ 항목(세부 심사항목 ‘방송법 및 관련법령의 준수 여부(감점)’·‘방통위의 시정명령 횟수와 시정명령 불이행 사례(감점)’)을 ‘시정명령 횟수와 시정명령에 대한 불이행 사례’로 축소했다.

▲ 심사사항 및 심사항목별 배점
하지만 ‘관련법령 준수’ 관련 내용을 삭제한 ‘시정명령 횟수와 시정명령에 대한 불이행 사례’ 심사항목이 과연 감점 항목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1년 12월 종편 출범 이후 방통위가 종편 4사에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는 단 한 번밖에 없다.

결국 종편의 공정성·공익성 등과 관련한 감점항목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 항목의 세부 심사항목인 ‘관련 법령 위반 사례’(감점) 항목의 1~4점 감점 부분밖에 없는 셈이다. 김충식 부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산술적으로 1~4점 감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식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배점을 높이자는 제안을 한 이유다. 하지만 이 제안에 대한 합의는 도출되지 못했다.

지난 3일 언론노조가 방심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종편 4사 심의내용 및 결과 집계’ 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는 지난 2011년 12월 1일 출범 이후 현재(2013년 7월 31일 기준)까지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모두 150건의 제재를 받았다. TV조선은 개국 이후 현재까지 40건(‘주의’ 이상 법정제재 18건)의 제재를 받았으며, JTBC 38건(법정제재 26건), 채널A 39건(법정제재 23건), MBN 33건(법정제재 17건) 등이었다. 현실이 이런데도 방통위가 종편의 선정성 등에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는 조건 자체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또 연구반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 항목의 세부 심사항목인 ‘신청법인의 적정성’과 관련해 주요주주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고, ‘조직 및 인력운영의 적정성’ 항목의 세부 심사항목으로 ‘자금 조달 및 운영’과 ‘사업성 분석’ 등의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편 감싸기’ 안 만들기 위해 의결 하루 늦춘건가” 비판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를 방청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의 ‘종편 감싸기’ 본색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최 의원은 “방통위가 어제(4일) 의결을 연기하면서까지 접점을 찾으려 노력한 부분은 방통위 설치 취지인 합의제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오늘(5일) 의결 내용을 보면 ‘접점 찾기를 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의결연기’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도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방통위의 이번 안은 연구반의 의견보다 후퇴한 것으로, 종편 재승인과 관련해 언론·시민단체와 학계, 정치권 등에서 주최한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에서 제시된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뒤 “이런 안을 만들려고 방통위가 의결을 하루 연장한 것이라면 방통위를 앞으로 ‘종편 재승인 추진단’으로 불러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르면 6일 재승인 신청을 공고할 계획이다. 10월까지 신청서를 접수한 뒤 12월까지 시청자 의견접수 등 과정을 거쳐 내년 1~2월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심사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15명이다. 심사위원은 분야별로 방송 3명, 법률 3명, 경영·회계 3명, 기술 2명, 시청자·소비자단체 3명으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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