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2년, 중소방송 ‘생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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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결합판매 고시 앞두고 신경전…지역방송사도 ‘예민’

방송 광고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디어렙사와 방송사들이 군소방송사의 결합판매대행사 조정 문제에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5~10%대의 매출 감소를 기록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와 SBS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는 중소방송사에 대한 결합판매 지원 의무에 부담감을 감추지 않고 있고, 중소방송사에선 ‘고사 위기’라는 격앙된 표현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일 전체회의에서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고시 일부개정안을 상정하고  미디어렙별 결합판매 지원대상 변경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방통위는 코바코가 광고판매를 대행하던 경기방송과 경인방송을 민영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로 옮기는 안과 현행 유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코바코와 코바코가 광고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지역MBC 등은 민영방송사의 미디어크리에이트 이관을, 미디어크리에이트에 속한 지역민방 등은 현행 유지 의사를 방통위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코바코는 KBS, MBC, EBS, 지역MBC와 라디오방송사 전체(경인방송, CBS, 불교방송, 평화방송, 극동방송, 원음방송, YTN라디오, TBS-eFM, 부산영어방송, 광주영어방송)를, SBS 민영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는 OBS와 SBS와 네트워크 협약을 맺고 있는 9개 민영방송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특히 지역민영방송사와 OBS는 라디오 방송사인 경기방송(KFM)과 경인방송(iTV FM) 을 미디어크리에이트로 옮기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개 지역민방 사장단은 지난 27일 광고 시장 안정화 등을 이유로 매체 조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역민방 노조협의회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뜬금없는 위탁매체 재지정은 눈앞의 혼란과 위기는 방치하고 새로운 혼란과 위기를 조장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OBS 생존과 시청자 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미디어렙 도입 후 OBS의 광고매출은 오히려 줄어들어 미디어렙이 OBS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라디오 방송사 2곳을 민영렙으로 옮길 경우 OBS 광고 매출은 수십억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정책적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크리에이트도 코바코의 시장 지배력 등을 근거로 현행 유지 의견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반면 코바코와 지역MBC, 종교방송사 등은 방송사의 성격에 따라 미디어렙을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코바코 관계자는 “광고주들이 기피하는 라디오 방송사를 코바코가 떠안고 있는 지금 현재의 상황은 공정한 경쟁구도가 아니다”며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공영렙인 성격에 맞게 공영방송사만 맡도록 대상을 조정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현재 라디오 방송사 2곳의 결합판매 광고 매출은 연 60억원 규모로 2조원대의 방송시장 규모에서 차지하는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지상파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양 미디어렙사 모두 이 정도의 결합판매 지원규모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의 지난해 광고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8.3%, 5.8% 감소를 보였다. 올해 광고 매출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 모두 각기 다른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결합판매 지원 부담 떠넘기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미디어렙사의 광고판매 매출액에 영향을 받는 중소방송사에선 광고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방송사의 경우 결합판매로 최소 지원을 보장받고 있지만 미디어렙사의 매출액이 하락하거나 결합판매 지원 대상이 늘어나면 지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방송사 내부에서는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 이후 지원이 축소됐다는 목소리는 꾸준하게 나왔다.

때문에 광고 시장의 개선 없이는 결합판매 고시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미디어렙와 방송사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합판매 고시를 할때마다 이런 소모적인 다툼이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결합판매 제정 당시에도 방통위는 결합판매 대상 지정에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합판매 고시때마다 불거지는 갈등 조정을 위해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는 “플레이어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합판매와 관련해 원리 원칙을 세워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둥의 말썽의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며 “중소방송사의 우려에 대해선 방통위가 결합판매 지원을 정해진대로 이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엄정하게 미디어렙사를 관리하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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