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 ‘조선일보’ 2중대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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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뉴스, ‘조선일보’ 2중대로 전락”
TV조선 보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반론 넣자는 의견도 ‘무시’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3.10.0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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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TV조선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를 사실 확인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 보도가 나가기 전 채 총장의 반론도 함께 실어야 한다는 법조 취재기자들의 제안이 있었지만 묵살됐다는 주장도 함께 나와  KBS기자협회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KBS <뉴스9>는 지난 9월 30일 TV조선이 뉴스특보를 통해 보도한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 여인 가사도우미의 발언 관련 내용을 톱뉴스로 4꼭지나 전달했다. TV조선은 이날 임 모씨의 집에서 일한 가사도우미 이 모씨가 “채 전 총장이 임씨 아들의 아버지인 것이 확실히 맞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본부)는 1일 뉴스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KBS 기자가 단 한 줄도 취재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베껴 톱으로 두 꼭지를 보도한 경우는 아마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뉴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며 “KBS뉴스는 정권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조선일보>의 2중대로까지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 KBS 메인 뉴스인 <뉴스9>가 TV조선이 보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인용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화면캡처
KBS본부에 따르면 KBS 법조 취재기자들이 해당 보도내용을 다루려면 한 꼭지로 하되, 채 전 총장의 반론과 함께 다루자고 제안했지만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BS본부는 “혼외 아들 의혹 보도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은 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선일보>나 TV조선의 보도 내용은 한 번쯤 의심을 해 보는 것이 당연하고 인용이 불가피할 경우 철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어제 KBS뉴스는 보도 내용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뉴스9>는 네 번째 “데스크 분석-검찰총장 임기 보장되려면…” 리포트에서 총장임기제 도입 이후 검찰총장이 검찰 내부의 청렴성과 도덕성 문제로 중도하차한 적은 있지만 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해 물러난 것은 채 전 총장이 첫 사례라며 마치 혼외아들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KBS본부는 “TV조선의 보도를 재방송하면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마치 혼외 아들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다”며 “KBS뉴스가 이제는 <조선일보>의 데스크까지 받고 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스9> 보도를 두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도 비난이 거세다. 트위터에는 “조선하청방송”, “(KBS와 TV조선) 둘 다 같은 방송국 아닌가요?”, “종편에 기생한 KBS <뉴스9>, 수신료 왜 내나”,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이제 종편 TV조선 받아쓰기한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KBS본부는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김시곤 보도국장의 책임을 따져물었다. KBS본부는 “국정원의 온갖 불법 의혹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임창건 본부장의 입장이 이번에는 왜 변했는가”라며 “KBS뉴스를 더 이상 막장드라마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KBS 기자협회(회장 조일수)도 이번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1일 저녁 열린 협회 운영위원회에서 오는 2일 밤 9시 기자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KBS홍보실 관계자는 “보도국 고위 관계자는 뉴스 가치를 반영한 보도였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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