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광고 악화에 변칙 편성 없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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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평일 드라마·예능 방송 시간 축소 합의

지상파 3사가 ‘변칙 편성’ ‘고무줄 편성’ 등으로 출혈 경쟁을 해왔던 주중 밤 10~11시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의 편성 시간을 각각 5분씩 줄이기로 했다.

지상파 3사 편성본부장은 지난 9월 26일 모임을 갖고 오는 21일부터 주중 밤 10시대 드라마 편성 시간을 72분에서 67분으로, 밤 11시대 교양·예능 편성 시간은 80~90분에서 75분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밤 10~11시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은 총 10~15분 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전진국 KBS 편성본부장은 “프로그램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제작자들도 힘들고, 시청자들도 피로감이 누적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드라마 72분 편성 룰을 진전시켜보자는 데 편성본부장들도 공감을 하면서 월~목요일 10시대 드라마와 11시대 프로그램까지 편성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BS 편성 관계자도 “이 시간대 편성이 방송사별로 들쑥날쑥하고 11시대 프로그램이 12시를 훌쩍 넘어 끝나는 탓에 시청자 편의는 무시되고 제작자의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며 “드라마와 교양 예능 제작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게 어려워 편성쪽에서 일괄적으로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3사 드라마국장이 자발적으로 ‘드라마 72분 편성’에 합의해 왔지만 편성본부장들이 편성 시간 감축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사 드라마국장은 2008년 72분 이내로 드라마를 편성하기로 합의한 이후 편성 시간의 기준점이 되어왔다. 경쟁적으로 드라마 편성 시간을 늘리면 드라마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에도 SBS가 <그겨울, 바람이 분다> 1,2회를 연속 편성하고, MBC가 <7급 공무원>를 75분으로 편성하는 등 72분 이내 편성’이 흔들리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지상파 3사가 드라마에 이어 11시 프로그램까지 편성 시간을 줄이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광고 침체에 따른 저조한 광고 판매 실적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타 방송사 경쟁 프로그램보다 1~2분 빨리 시작하거나 늦게 마치는 편성전략은 시청률을 높여 광고를 한 개라도 더 판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완판’ 드라마·예능을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이같은 변칙적인 편성이 더 이상 실효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관계자는 “80분 드라마를 주 2회 제작하면서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제작 현장의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다”며 “그동안 드라마PD협회 등에서도 꾸준하게 요구해왔던 편성 시간 단축을 편성책임자들이 합의한 데는 광고 물량도 못파는 상황에 처하게 된 현실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편성 시간 단축을  장기적으론 주말 예능 버라이어티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진국 KBS 편성본부장은 “보통 주말 저녁 버라이어티 편성 시간이 2시간 반 정도였는데 현재 지상파 3사는 5분 빨리 시작하거나 늦게 끝내는 방식으로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며 “편성 시간이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에 차후에 주말 버라이어티도 편성 시간을 조정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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