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종편 이행실적 점검도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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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종편 이행실적 점검도 ‘부실’
종편 TF 승인심사 검증…종편 4사 재방비율 SBS의 4~6배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3.10.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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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승인신청 당시의 사업계획 이행 여부를 살폈지만, 일련의 점검 작업이 매우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현실에서의 종편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 보단 종편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에만 기댄 탓으로, 규제·감독기관으로서의 방통위의 역할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내년 초로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의 부실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로 구성된 종편·보도PP 승인검증 TF(태스크포스)는 11일 오전 유승희 민주당 의원과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종편 4사의 프로그램 편성과 주요항목 이행실적 등의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종편의 승인조건 중 주요항목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방안 △지역 균형발전 방안 △소수 시청자 지원방안 △국내 방송장비 산업 기여계획 및 연구개발(R&D) 방안 △콘텐츠 산업 육성·지원방안 등 5개를 집중 점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8월 방통위가 종편 4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며 발표했던 종편의 이행실적 점검 결과와 차이가 있었다.

먼저 방통위는 ‘지역 균형발전 방안’과 ‘소수시청자 지원방안’ 등의 항목을 종편 4사에서 성실히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TF는 “납득할 수 없는 평가”라고 반박했다.

▲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미디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종편 규제의 진단과 제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실례로 TF 검증에 따르면 지역 균형발전의 세부 방안으로 TV조선은 △국내 제작주체 협력 시스템 C스퀘어 운영 △지역민 대상 미디어교육 지원 등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JTBC의 △개방형 플랫폼을 통한 영상콘텐츠 공유 △지역 우선제 실시 계획 등의 이행실적도 미흡했다. 채널A의 △지역 균형발전 프로그램 편성 △지역 프로덕션 콘텐츠 유통계 △지역밀착형 방송콘텐츠 공모전 개최 계획과, MBN의 △지역 공동 기획 프로그램의 주시청시간대 편성 △지역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 편성계획 등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소수시청자 지원방안 역시 마찬가지 상황으로 TF는 “방통위가 무엇을 보고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평가했는지, 근거 자료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과 관련해 방통위는 TV조선이 공정선거방송특별위원회와 공정보도특별위원회 도입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서만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TF 확인 결과 JTBC와 채널A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채널A의 경우 세부 이행계획으로 ‘막말방송 3진 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실제로 채널A는 개국 이후 막말과 관련해 총 10건의 제재를 받았지만 그중 6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이 사실을 지적하기 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9월에야 채널A에 과태료 처분을 했다.

또 JTBC는 공정보도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설치조차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공정보도위원회가 JTBC 뉴스까지 영역을 확장해 운영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에 대해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이는 주요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일 뿐 아니라, <중앙일보> 공정보도위원회의 영역 확장을 JTBC의 이행실적으로 인정하긴 어렵다”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방통위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는 TV조선뿐 아니라 채널A와 JTBC에도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JTBC 하루 평균 9.6시간만 본방송…종편 시사·오락 프로그램 재방 비율 70.6%

방통위는 종편 4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방송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한 문제를 지적했다. ‘종합편성’이라는 취지에 맞는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재방송 비율도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TF가 발표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종편 4사의 현실은 방통위에서 지적한 내용보다 더 심각했다.

TF 검증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종편 4사의 재방 비율은 SBS의 4~6배에 달했다. JTBC가 60.8%로 가장 높았고, 채널A 58.3%, TV조선 58.1%, MBN 40.5% 순이다. 이는 종편이 방통위에 제출한 이행실적 보고와 비교할 때 0.5~2.4% 가량 높은 결과다. 이와 관련해 TF는 “실제 방송시간과 편성표 간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종편 4사 모두 사업계획에 적어낸 것보다 재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JTBC는 계획대비 10.9배나 높았다. 특히 지난 2012년 8월의 경우 재방 비율은 76.7%를 기록했는데,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본방 비율이 5시간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JTBC의 연평균 재방비율 60.8%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본방 시간은 9.6시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종편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채널A와 TV조선의 재방비율은 계획대비 각각 2.5배, 2.2배 수준이었으며 MBN도 1.2배를 기록했다.

장르의 특성상 재방송이 어려운 보도 프로그램을 제외할 경우 종편 4사의 ‘시사교양+오락 프로그램’ 재방 비율은 70.6%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교양 프로그램만 놓고 볼때 MBN의 재방비율이 71.4%로 가장 높았다.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재방비율도 각각 70.3%, 65.1%나 됐다. JTBC도 65.9%로 나타났다. 종편 4사 전체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재방비율은 68%나 됐다. 오락 프로그램 재방비율은 채널A가 76.5%로 가장 높았고, MBN 76.4%, JTBC 73.5%, TV조선 68.8%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지난 8월 21일 종편 4사에 ‘2013년 계획한 재방비율을 준수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MBN은 재방비율에 대한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했고, 나머지 종편들 역시 사업계획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TF는 “현재 종편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부족으로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재방비율 변경을 허가하면 종편의 파행 편성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종편들은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할 게 아니라 평균 80%대 재방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심야방송부터 중단하는 등의 자구노력부터 기울여야 하고, 방통위도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TF는 방통위의 점검 결과가 종편의 현실과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종편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편 재승인 심사에 앞서 방통위가 △종편 이행실적에 대한 별도의 자체조사 △종편 방송프로그램 편성 실태에 대한 중점 점검 △불이행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시정명령 조치 등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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