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곳에 콘텐츠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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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몰리는 곳에 콘텐츠 미래가 보인다
[손현철 PD의 스마트TV]
  • 손현철 KBS PD
  • 승인 2013.10.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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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There's No Business Like Show Business). 원제가 말해주듯 보여주는 사업만큼 돈 되는 것도 없다.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광고비나 수신료를 받아 영업해 온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도 최근까지는 꽤 괜찮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까? 수익이 짭짤한 업종이다 보니, 업계에 투자되는 돈의 향방을 보면 영상 비즈니스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돈이 가는 곳에 콘텐츠와 영상업계의 미래가 보인다고나 할까?

지난 9월 초,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Rakuten)은 거액을 들여 ‘비키(ViKi)’라는 업체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정확한 액수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후문으로 들리는 인수가는 무려 22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비키는 전 세계 국가의 드라마, 영화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에 사용자가 원하는 다국어 번역 자막을 넣어 스트리밍하는 플랫폼 업체다. 비키(http://www.viki.com)로 접속해 홈페이지 중앙에 떠 있는 베네주엘라 드라마 <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Always on My Mind)를 보고 싶으면 영어, 스페인어, 카탈루니아어 자막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자발적 참여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의 번역을 맡아 자막을 만들어 올려놓았다. 한국인이 창업한 ‘비키’는 한류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 전 세계 한류 팬들의 가입과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막강한 동영상 플랫폼 기업으로 떠올랐다.

▲ 비키는 전 세계 국가의 드라마, 영화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에 사용자가 원하는 다국어 번역 자막을 넣어 스트리밍하는 플랫폼 업체다. 사진은 비키의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신생기업 스타트업(Startup)들의 산파 역할을 하는 미국 실리콘 밸리,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최근의 거액 투자는 대부분 비디오 업종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튜브는 2012년부터 1억달러를 투자해 온라인 비디오 채널을 육성하고 있다. 빅프레임(www.bigfra.me), 풀스크린(fullscreen.net) 처럼 유튜브 시스템을 이용하는 온라인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업체들이 몇백 억 원 단위의 투자를 유치했다. ‘풀스크린’에 접속하면 1만 5000개의 채널, 2억명의 가입자, 월 25억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공지가 뜬다. 자사의 비디오 멀티채널에 엄청난 사용자가 몰린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두 업체가 다양한 장르의 비디오 채널을 제공하는 반면, 특정한 관심분야의 채널을 수수 백 개 보유한 MCN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사용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댄스온(DanceOn)은 춤, 테이스트메이드(Tastemade)는 요리, 마치니마(Machinima)은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을 모아 놓고 있다. ‘테이스트메이드’는 출범 1년 만에 최초의 글로벌 음식 네트워크로 등극했다. 유튜브에 100여 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전 세계에서 매월 1100만 명의 개별 사용자가 접속한다. 케이블의 푸드 채널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중년층 이상이 많은데 비해 테이스트메이드의 주 방문객은 여행과 글로벌 푸드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이다.

이 네트워크는 산타 모니카에 4개의 스튜디오 세트를 갖추고 7개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몇십 년 전만해도 하나의 TV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이 필요했다. 인터넷 브로드밴드의 등장 이후 그런 기술적 물리적 장벽들은 사라져 버렸다. 투자하는 액수가 많을수록 채널이 늘어나고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손현철 KBS PD
세분화한 콘텐츠를 물량 공세로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증가하고, 다양한 콘텐츠는 전 세계로부터 접속자를 불러 모은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광고가 가고, 투자자들은 거기에 자금을 쏟아 붓는다. 돈이 가는 곳에 콘텐츠의 미래가 있다. 투자액수와 콘텐츠의 용량이 힘이 되는 세상이 왔다.시청률과 광고, 수신료 인상에 목을 매고 있는 가련한 신세의 지상파 방송엔 안 된 얘기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면 미래는 없다. 콘텐츠 소비자 중심의 사업 모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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